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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의 꽃' 애널리스트의 이모저모 [손엄지의 주식살롱]

RA 2~3년 거치면 본인 이름으로 보고서 발간하는 '주니어 애널리스트'로 진급
"법인 영업 때문에 매도 보고서 없어"…목표가 낮아지면 간접적 '매도 의견'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2023-05-29 08:00 송고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2019.8.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2019.8.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주식투자를 할 때 가장 먼저 찾아보는 건 증권사 투자보고서입니다. 기업의 미래 실적 전망치도 알 수 있고, 목표가도 볼 수 있습니다. 많은 투자자, 기관에 투자뷰(view)를 제공하는 '투자 길잡이'이자 '증권사의 꽃'으로 불리는 애널리스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애널리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금융투자분석사'라는 자격증을 따야 합니다. 증권 분석 기초, 가치평가, 재무분석 등이 배워야 할 과목입니다. 또는 증권사에서 RA(research assistant)로 1년 이상 일하면 자격 면허를 가질 수 있습니다.

RA는 애널리스트의 조사분석 업무를 보조해 주는 일을 합니다. 애널리스트는 시니어, 주니어, RA로 구분되는데요. 입사하면 RA로 시작해 2~3년을 거치면 본인 이름으로 보고서를 발간할 수 있는 주니어가 될 수 있습니다.

이들의 하루는 굉장히 바쁘게 돌아갑니다. 보통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장 시작 전인 8시쯤 '모닝미팅'을 하는데요, 여기서 애널리스트들은 본인들의 보고서 내용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본인이 맡은 분야의 이슈와 데이터들을 모두 확인해야 하므로 그들의 일정은 훨씬 이전부터 시작됩니다.

회사 아침 업무가 끝이 나면 펀드매니저를 찾아가 본인이 분석하는 기업에 대한 발표가 이어집니다. 기관투자자들은 애널리스트를 평가하는 사람들이자, 해당 증권사를 통해 투자자금을 운용하는 고객이기도 합니다. 오후에는 분석하는 기업을 탐방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남은 시간을 모아 투자보고서를 작성하고요. 

애널리스트는 대형 증권사 기준으로 조금만 경력을 쌓으면 '억대' 연봉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에게 물어보면 "시급으로 치면 그리 많다는 생각이 안든다"고 말합니다. 참고로 애널리스트는 '주 52시간' 제외 직종입니다.

종종 증권사 투자보고서에는 '매도' 의견이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 애널리스트들도 "매도 보고서를 쓰는데 큰 부담을 느낀다"고 말하는데요. 이는 증권사 법인 영업과 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한 기업에 대한 매도 의견을 냈다가 기업의 그룹사 모두가 해당 증권사에서 자금을 빼냈다는 일화는 여의도에서 유명합니다. 애널리스트의 소신 있는 발언이 회사의 실적을 크게 떨어트리게 된 셈입니다.

대신 애널리스트들은 목표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매도 의견을 낸다고 '귀띔'합니다. 한 종목에 대한 투자보고서를 내면 6개월마다 업데이트를 해줘야 하는데요. 6개월 동안 보고서가 나오지 않는 것도 간접적인 매도 의견일 수 있습니다.

과거 셀트리온(068270), 에코프로(086520) 등 주가가 과열되는 구간에서 애널리스트들의 투자보고서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분석의 영역을 넘어서는 가격이 됐다는 이유에서였죠.

이들은 자본시장법으로 주식 투자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사전 미공개 정보를 입수해 주식을 매수한 후 해당 종목의 투자보고서를 내 차익을 챙기는 '선행매매'가 발각되는 즉시 검찰 조사를 받게 됩니다.

과거에는 공공연하게 선행매매가 이뤄지기도 했다는데요. 지금은 보고서 하나에 주가가 오르는 시장도 아니고, 증권사 내부통제시스템으로도 불가능하게 되어있습니다.

최근엔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검증 없이 자극적인 멘트로 투자를 종용하는 사칭 전문가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 신빙성 있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기업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는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제가 아는 애널리스트만 해도 상당한 '자긍심'으로 일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많은 어려움에도 소신있는 보고서를 내려고 노력하고, 더 정확한 전망을 통해 많은 투자자들이 돈을 벌기를 바랍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보고서를 소비하는 투자자의 성숙한 자세가 필요해 보입니다. 최근 한 애널리스트가 에코프로에 대한 매도 의견을 내자, 회사에 민원이 쏟아져 업무가 불가능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금감원에도 민원이 들어가면서 조사를 받았고, 당연히 무혐의로 결론났고요.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애널리스트들의 소신 있는 매도 의견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겠죠.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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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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