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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릿고개' 동박업계, 큰손 고객사 잡고 반전 노림수

1분기 전기요금 폭탄과 中 공급과잉 여파로 실적 부진
증설 투자와 동시에 대형 계약 체결 발표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2023-05-29 06:40 송고
 SKC의 이차전지용 동박사업 투자사 SK넥실리스의 정읍공장 전경. 왼쪽 회색 지붕의 두 건물이 2020년 SKC가 동박사업을 인수한 후 지난해와 올해 각각 완공한 5, 6공장이다.(SKC 제공) 
 SKC의 이차전지용 동박사업 투자사 SK넥실리스의 정읍공장 전경. 왼쪽 회색 지붕의 두 건물이 2020년 SKC가 동박사업을 인수한 후 지난해와 올해 각각 완공한 5, 6공장이다.(SKC 제공) 

배터리 소재 동박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고객사와 대형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매출 창구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대형 증설을 앞두고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고객사를 찾고 안정적인 실적을 얻겠다는 전략이다. 전기요금 폭탄과 중국 내 공급과잉 여파로 부진한 실적 전망에도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넥실리스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1804억원, 3억원이다.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15.1%, 98.7% 줄었다. 같은 기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18.2%, 71.7% 감소한 성적을 내놨다.
동박은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에 불과한 두께 10㎛(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내외의 얇은 구리막이다. 배터리 4대 소재 중 하나인 음극재를 씌우는 역할을 한다.

올해 동박업계 매출 부진은 고객사의 재고 조정에 따른 보수적인 발주로 출하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1분기 제품 재고자산은 1867억원으로 전분기(1306억원) 대비 42.9% 증가했다. 생산한 제품을 고객사에 팔지 못하고 재고로 쌓아둔 것이다.

높아진 전기요금 역시 수익성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동박은 구리를 녹인 용액을 전기 분해해 얻는다. 전기요금이 동박 사업의 수익을 결정하는 핵심으로 불리는 이유다.
유럽에 공장을 보유한 솔루스첨단소재의 올해 1분기 전력 및 연료비는 117억원으로 전년 동기(85억원) 대비 37.6% 증가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내 에너지 대란이 전기세 폭탄으로 이어졌다. 국내에 공장을 두고 있는 다른 기업 역시 전기요금 인상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증권사들은 동박업계 실적 반등 시점을 하반기 이후로 전망했다. 고객사들이 재고를 늘리지 않고 있고 수요가 둔화한 상황에서 전기요금은 여전히 부담이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동박은 중국 경쟁사들의 생산량 증가와 수요 비수기 영향으로 단기적인 공급 과잉 국면"이라며 "단기 가동률 조정과 재고 소진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단기적 실적 부진에도 증설 작업과 동시에 대형 장기 고객 잡기에 집중하고 있다. 전기차 산업은 친환경 수요와 맞물려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글로벌 업체와 오는 2033년까지 10년 동안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와 상대는 경영상 비밀 유지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 2월 SK넥실리스는 오는 2024년부터 5년 동안 이차전지 제조사인 스웨덴 노스볼트에 1조4000억원 규모의 동박을 공급하기로 했다.

두 기업 모두 국내외에서 연산을 늘리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현재 연산은 6만톤이다. 오는 2027년까지 말레이시아·스페인·미국에 생산시설을 확보해 총 23만톤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SK넥실리스도 현재 기준 5만톤에서 말레이시아·폴란드·북미를 더해 오는 2025년 총 25톤의 연산 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이중 말레이시아 공장은 올해 하반기에 양산을 시작한다.

동박업계 관계자는 "고객사와 증설 물량의 일정 부분을 소화하겠다는 협의를 거친 후 투자를 결정한다"며 "나머지 물량을 판매할 고객사를 확보해야 추가적인 실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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