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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소희' 감독 "'도희야' 이후 9년만…암담했던 시간 만회하고파" [N인터뷰]②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2023-02-06 12:42 송고
정주리 감독/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정주리 감독/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이하 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던 '다음 소희'의 정주리 감독이 '도희야' 이후 9년 만의 신작을 선보이는 소감을 밝혔다. 
정주리 감독은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다음 소희' 관련 인터뷰에서 "너무 떨린다"며 "올해부터 9년만이다, 이번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도 있고 조심스럽고 어떻게 봐주실지 걱정도 많이 된다"는 소감을 털어놨다. 

그는 이어 "'도희야' 개봉을 2014년에 했는데 2016년에 차기작 작업에 들어갔다"며 "바로 다음 작품으로 만들고 싶은 영화가 있어서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다, 저는 시나리오 작업 때는 두문불출하는데 마치 잠수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 상태로 3년동안 시나리오만 썼다"며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연락도 끊기고 연락이 와도 안 받았다, 이후에 시나리오를 마치고 제작에 들어가봐야겠다 했는데 제작자를 찾아나서고 투자사를 찾아나서고 했는데 잘 안 됐다"고 말했다. 

정주리 감독은 "다 안 된 후에도 완전하게 포기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며 "6년이란 훌쩍 시간 지나버렸고, 단념하고 나서는 저는 많이 잊힌 사람이 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으니까 암담하더라"고도 전했다. 이어 "그런데 제작사에서 먼저 이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 제안을 해주셔서 저로서는 기사회생이었다"며 "그렇게 시작을 하고 나니까 그동안의 시간을 만회하고 싶었고, 비교적 '다음 소희' 시나리오를 빨리 썼다"고 덧붙였다. 

'다음 소희'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겠다고 한 이유도 들을 수 있었다. 정주리 감독은 "그때가 2020년 말인데, 제작사로부터 현장 실습생이 콜센터에서 일을 하다가 사망하는 사건에 대해 영화로 만들어보고 싶다며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기고 싶다고 하더라"며 "그 말씀을 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이런 일이 실제로 있었다는 걸 몰랐다, 찾아보기 시작하니까 2017년 2월에 발생한 사건이었고 실제로 있었던 일이더라"고 말했다.
정주리 감독은 이어 "당시 돌이켜봤을 때 어렴풋이 기억에 나긴 했고 콜센터의 환경이나 감정 노동 때문에 이슈가 됐다는 것도 떠올랐다"며 "결정적으로 이 일을 확실히 알게 된 건 한 시사 고발 프로그램이 계기"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기사도 찾아보고는 콜센터 문제에 충격을 받았다가 자세히 들여다 보니까 현장 실습이라는 교육 제도도 문제였다"며 "그 전에도 사건 후에도 현장 실습으로 노동 현장에서 아이들이 죽거나 다치거나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발생했다는 걸 알게 됐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어 "그래서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로 만들어보고 싶다 했다"고 덧붙였다. 

정주리 감독은 그간 연출 의뢰는 많았지만 수락하지 않았던 이유도 밝혔다. 그는 "연출 의뢰는 굉장히 많이 들어왔다"며 "기존에 있는 시나리오를 각색해서 의뢰하시거나, 연출만 의뢰하시는 경우 등 여러 제안을 받았고 욕심이 나는 프로젝트도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내가 온전하게 다 잘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 못하게 됐다, '나는 내가 직접 이야기를 쓰고 만들어야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욕심이라면 욕심"이라고 털어놨다. 

또 그는 "제안받은 것 중에는 상업영화도 있었다"며 "'다음 소희'도 처음 제작 제안 주셨을 때는 상업영화 규모로 만들고 싶어서 제안 주신 것도 있지만 완벽하게 상업영화로는 온전히 이야기를 풀어가기 힘들겠다 했고 다시 제작사에게 말씀드렸다, 제가 만들고 싶은 모습대로 나와야 진정성 있게 만들 수 있겠다 해서 훨씬 고민을 더 많이 했다"는 고백도 전했다.

전작에 이어 또 한번 더 무게감 있는 작품을 선보이는 부담감도 밝혔다. 그는 "사실 첫 작품은 사회적인 메시지라든가, 이런 걸 다룬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며 "당연히 허구의 이야기고, 두 주인공의 사적 감정에 더 치중해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 작품은 실제 이야기이기도 하고 당연히 문제 의식이나 이런 것들이 사회적인 것에서부터 시작됐으니까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은 힘들었던 것 같다"며 "감정적으로 많이 다치고 소모도 되고 했다"고 털어놨다.

한편 '다음 소희'는 당찬 열여덟 고등학생 '소희'(김시은 분)가 현장실습에 나가면서 겪게 되는 사건과 이를 조사하던 형사 '유진'(배두나 분)이 같은 공간, 다른 시간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강렬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장편 데뷔작 '도희야'를 선보인 정주리 감독의 신작으로, 제75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에 선정된 바 있다. 오는 8일 개봉한다.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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