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위법한 수집증거, 증거능력 없다"…두나무 '사법 리스크' 떨쳐냈다(종합)

2심 재판부, 송치형 두나무 의장에 무죄 선고
송치형 의장 및 임직원, 무죄 판결에 조용히 법원 떠나

(서울=뉴스1) 박소은 기자 | 2022-12-07 16:53 송고 | 2022-12-07 17:05 최종수정
"피고인 송치형을 비롯한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송치형 두나무 의장과 임원들이 2심에서도 모두 무죄 판결을 받으며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났다. 2018년 자전거래, 시세조작 등으로 수사를 받으며 재판에 회부된 지 4년만이다.
이날 송치형 두나무 의장과 이석우 대표는 재판 시작 30분 전인 13시 57분부터 등장해 자리를 지켰다.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되고, 가상자산 시장의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는 두나무의 2심 선고에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선고 재판에 들어가기 위해 시작 전부터 재판정 앞은 북새통을 이뤘고, 법원 측은 제한된 인원만을 입장시켰다.

무죄 선고를 받고 법원을 나서며 송치형 의장과 이석우 대표는 모두 말을 아꼈다. 포토라인을 지나며 기자들이 무죄 선고에 대한 소감을 물었지만 송 의장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석우 대표는 "다음에…"라고 웃으며 빠르게 법원을 떠났다.

송치형 두나무 의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자전거래 및 시세조작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2.12.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송치형 두나무 의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자전거래 및 시세조작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2.12.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재판부 "압수수색 영장에 클라우드 서버 특정하지 않았다"…모든 증거 기각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심담 이승련 엄상필)는 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등으로 기소된 송치형 두나무 의장과 임직원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송 의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등으로 기소됐다. 구체적인 죄목은 특경법상 사기, 사전자기록등위작, 위작사전자기록등행사다. 검찰 측은 서면을 통해 송 의장과 임직원 2명에 대해 징역 6년, 벌금 10억원을 구형했으나 이날 선고를 통해 무죄를 확정했다.

재판부는 선고 서두에서 송 의장에게 제기된 혐의사실을 정리했다. 공소사실 1~3항을 통해 △허위의 자산정보 입력을 통한 사전자기록등위작 △허위의 거래정보 생성을 위한 위작사전자기록등행사 △일반회원의 정상적 매도를 가장한 비트코인 매도사기 혐의를 받고 있다고 봤다. 공소장에 따르면 두나무는 봇(Bot) 계정인 '회원ID=8번(ID=8번)'을 생성, 2017년 말까지 해당 계정에 총 1221억5882만원 상당의 가상자산·원화 거래가 있던 것처럼 허위 입력했다.

특히 재판부는 각 공소사실에 연결된 증거능력을 면밀히 살폈다. 2018년 5월 10일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미림타워 내 두나무 사무실에서 압수수색 영장이 집행됐고, 수사당국은 임직원들의 컴퓨터·노트북·휴대전화 등을 압수해 디지털포렌식을 진행했다. 업비트는 거래내역을 외국 IT기업인 아마존이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아마존웹서비스(AWS)' 데이터베이스에 두고 있었고, 수사당국은 임직원들로 하여금 컴퓨터에서 클라우드에 접속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토록 한 후 거래내역을 내려받도록 했다. 막대한 거래량에 일주일 뒤인 17일에 이르러서야 작업이 완료됐고, 수사관은 외장 하드디스크에 해당 내역을 저장하는 방법으로 증거를 압수했다.

재판부는 독수독과론을 주장하며 증거능력을 기각했다.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 그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클라우드 서버나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 관련 대법원 판례를 들었다. 원격지 서버에 저장된 전자정보와 일반 컴퓨터에 저장된 전자정보는 압수수색으로 얻을 수 있는 범위와 기본법 침해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압수수색 영장에 별도로 원격지 서버 저장 정보를 특정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별도로 (압수수색 영장에) 원격지 서버 저장 정보가 특정되진 않았다"라며 "(영장의) 상세 내용으로 기재한 '전산서버'나 '서버'에 원격지 서버가 포함된다고 볼 순 없다. 8번 계정의 거래내역은 위법수집 증거에 해당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21일 서울에 위치한 가상자산 거래소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2022.11.21/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21일 서울에 위치한 가상자산 거래소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2022.11.21/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남은 증거 無…"공소사실 증명 어렵다"며 무죄 선고

영장 제시 과정도 적법하지 않았다고 봤다. 검찰 측은 임직원의 노트북을 압수해 '업비트 시장조성계정 운영자산 지급요청서'라는 문건을 확보했다. 봇 계정을 운영하기 위한 사업비지출결의서의 일종이다.

재판부는 "검찰 측은 관리책임자인 차 모 씨에게 영장을 제시했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노트북은 김 모씨가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출퇴근시 휴대해 가지고 다니기도 했다. 노트북은 차 씨가 점유한 게 아니라 김 씨가 소지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해당 노트북에서 추출한 전자정보의 압수자는 김OO씨로 보는 게 타당하고, 관리책임자에게 영장을 제시했더라도 김 씨에게 영장을 따로 제시했어야 한다"고 봤다.

이어 "증인의 증언이나 제출한 증언만으로는 김 씨에 대해 따로 영장을 제시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라고 증거능력을 기각했다.

이후 재판부는 증거능력이 모두 부정됐기 때문에 공소사실을 증명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두나무가 비트코인을 매수한 회원들로부터 매수대금과 거래수수료를 취득한 사실 등 기초적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게 됐다"라며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능력이 모두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사실이 증명됐다고 볼 수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 송치형을 비롯한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한다"라고 말했다.

선고 이후 송 의장을 비롯한 두나무 임직원들은 조용히 재판정을 떠났다. 포토라인을 지나며 송치형 의장은 침묵으로 일관했고, 이석우 대표는 짧게 웃으며 법원을 나섰다.

이후 두나무는 공식 입장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라고 밝혔다.


soso@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