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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법 '비공개 선고'에도 징계 안 해…대법 "엄중 주의 촉구"

"판결 선고 공개원칙 위반한 판결 선고…유감"
제주참여환경연대 "스스로 헌법질서 무너뜨려"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2022-11-29 17:50 송고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News1 박세연 기자

대법원이 지난 1월 제주지방법원에서 형사사건 선고 공판을 비공개로 진행한 법관에게 아무런 징계를 내리지 않고 주의를 촉구하는 선에서 사안을 마무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제주참여환경연대 등에 따르면 대법 법원행정처는 지난 1일 제주참여환경연대에 이 같은 내용의 민원 처리결과를 통지했다.
대법은 "판결 선고 공개원칙에 위반해 판결을 선고한 부분에 대해서는 향후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소속 기관의 장을 통해 담당 법관에게 엄중하게 주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대법은 이어 "담당 법관의 재판 진행으로 인해 느끼신 불쾌감에 대해서는 유감의 말씀을 전한다"고도 덧붙였다.

대법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사법부가 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소중한 의견을 유념해 국민을 위한 사법부가 되도록 더욱 더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추가적인 징계가 필요하다는 민원에 대해서는 "소속 기관의 장이 공개원칙 위반의 정도, 경위, 그로 인한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담당 법관에 대해 향후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엄중하게 주의를 촉구했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지난 3월과 10월 재차 이번 민원을 제기한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경징계인 주의 조치도 아닌 단순히 주의를 촉구한 것이 유감스럽다"며 "법원 스스로 헌법 질서를 무너뜨렸음에도 문제의식이나 개선의 노력이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01호 법정. © News1 오미란 기자
제주지방법원 제201호 법정. © News1 오미란 기자

앞서 제주지법에서 형사사건을 담당했던 A판사(사법연수원 33기)는 지난 1월 11일 오후 1시10분 제주지법 제202호 법정에서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치인 겸 변호사 B씨(사법연수원 29기)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었다.

당시 A판사는 이례적으로 20분 일찍 법정을 연 뒤 해당 선고공판을 비공개로 전환해 B씨에 대한 선고공판만 별도로 진행했다. 당시 법정경위는 방청인들에게 "재판장 직권(소송지휘권)에 따른 결정"이라며 지시에 따르도록 했다.

그렇게 '밀실 재판'으로 진행된 B씨에 대한 선고공판은 5분 만에 끝났고, 그 덕에 B씨는 나홀로 재판을 받은 뒤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으면서 빠르게 법원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이 같은 B씨에 대한 A판사의 특혜는 이후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당시 제주지법 관계자는 A판사를 대신해 "피고인이 지역사회에 잘 알려진 변호사라서 다른 피고인들과 나란히 세우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고, 선고공판 만이라도 덜 창피하게 하자는 약간의 측은함이 있었다"고 말해 더욱 공분을 샀었다. 이후 대법은 2월5일자 인사로 A판사를 다른 지역 법원으로 전보시켰다.

김정숙 제주지방법원장 권한대행은 지난 10월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에 "이런 일이 매우 부적절했다는 지적에 대해 공감하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법관들과 더 많은 의견을 교환하도록 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B씨는 돈을 빌리더라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2019년 지인으로부터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A판사로부터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으나 검사의 항소로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mro12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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