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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은 '가뭄', 동쪽은 '폭우'…한반도 기후재난?

동해안 남부 11월 물폭탄…가뭄 극심 광주·전남은 '찔끔'
전문가 "동서 양극화는 일시적인 기압계 패턴 형성 때문"

(전국=뉴스1) 윤왕근 기자, 이수민 기자, 이승현 기자, 이성덕 기자 | 2022-11-23 16:04 송고 | 2022-11-23 16:27 최종수정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22일 오후 광주시민의 주요 식수원인 전남 화순군 동복댐을 방문한 뒤 관계자 등과 배에 승선해 동복댐의 상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은 바닥을 드러낸 동복댐의 모습. (공동사진취재단) 2022.11.22/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22일 오후 광주시민의 주요 식수원인 전남 화순군 동복댐을 방문한 뒤 관계자 등과 배에 승선해 동복댐의 상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은 바닥을 드러낸 동복댐의 모습. (공동사진취재단) 2022.11.22/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역대 최악의 가뭄으로 물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광주·전남에 단비가 내렸다. 그러나 가뭄해갈엔 턱없이 부족한 반면 정반대 강원 동해안 남부지역에서는 11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극단적인 대비 현상을 보였다.

이에 일각에서는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한 '기후 재난'이 닥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역대급 가뭄 광주·전남에 '단비' 되나 했지만 '찔끔 비'
23일 광주기상청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 오전까지 해안가를 중심으로 10㎜ 안팎의 비가 내렸다.

지역별 누적 강수량은 진도 상조도 10.5㎜, 완도 청산도 10.4㎜, 신안 홍도 10.0㎜, 완도 보길도 9.0㎜, 여수 초도 8.0㎜ 등이다. 내륙에서는 해남 땅끝 7.5㎜, 화순 이양 5.5㎜, 광주 무등산 5.0㎜, 광주 풍암 4.0㎜ 등 5㎜ 안팎의 비가 내렸다.

이 같은 비는 최근 가뭄이 이어진 광주·전남지역의 마른 목을 축이기엔 '찔끔 비'에 불과했다.
실제 비로 인해 상수원 등의 저수율과 공급 가능 일수가 늘어나는 등의 변동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전 7시 기준 저수율(전날)은 동복댐은 31.21%(31.37%), 주암댐 33.2%(33.4%), 평림댐 32.9%(32.9%) 등으로 전날과 큰 차이가 없었다.

23일 오전 전남 완도군 금일면 화목리에서 만난 세탁소 주인 김상순씨(70)가 불가피한 영업 중단에 따른 힘겨움을 토로하고 있다. 김씨가 거주하는 금일도에는 지난 7일부터 제한급수(2일 급수, 4일 단수) 조치가 내려져 있다. 2022.11.23/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23일 오전 전남 완도군 금일면 화목리에서 만난 세탁소 주인 김상순씨(70)가 불가피한 영업 중단에 따른 힘겨움을 토로하고 있다. 김씨가 거주하는 금일도에는 지난 7일부터 제한급수(2일 급수, 4일 단수) 조치가 내려져 있다. 2022.11.23/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해갈이 되지 않으면서 해당 지역 주민의 불편과 생업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실제 전남 완도군 금일도 지역은 지난 7일부터 2일 급수, 4일 단수를 이어가며 물 아껴쓰기에 여념이 없다. 이날 역시 다시 4일 동안 단수가 시작돼 주민들은 각자 대비에 나섰다.

주민 곽위선씨(60)는 "아침, 점심, 저녁 식사하고 식기를 다 쌓아 놨다가 받아 놓은 물에 한번에 설거지하는 것은 기본이고 씻는 물도 들이붓는 것이 아니라 손에 묻혀서 닦는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김상순씨(70)는 "세탁소는 다른 곳보다도 '물'이 필수지 않냐. 언제 물이 끊길지 모르니 아예 일을 못 한다"며 "가족들이 씻을 물도 부족하기에 손님 받겠다고 세탁기를 돌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2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청림동 일대가 국지성 호우에 침수되어 있다. (포항남부소방서제공) 2022.11.22/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22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청림동 일대가 국지성 호우에 침수되어 있다. (포항남부소방서제공) 2022.11.22/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경북·강원 동해안엔 때아닌 '11월 폭우'
반면 같은 날 정반대 동해안에서는 때 아닌 '11월 폭우'에 침수와 고립 등 사고가 잇따랐다.

대구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2일부터 23일 오전 7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경북 울진 181㎜, 영덕 146㎜, 포항 135㎜를 기록했다.

호우경보가 내려졌던 울진에 전날 146.7㎜, 영덕에 108.4㎜의 강수량이 기록됐다. 두 지역의 11월 강수량은 역대 최고다. 전날부터 이틀간 누적 강수량은 울진 온정 181㎜, 포항 호미곶 135㎜, 경주 감포 91㎜ 이다. 특히 포항 호미곶에는 1시간 동안 42.5㎜, 영덕에는 41.6㎜, 울진 죽변에는 33㎜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집중호우에 따른 사고도 잇따랐다.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 기준, 침수 28건, 산사태 1건, 고립 1건 등 총 32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 같은 '폭우'는 강원 동해안 남부지역도 마찬가지였다.

강원기상청에 따르면 22일부터 이날 오전 7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해안지역인 삼척 궁촌이 117㎜로 가장 많았다. 또 다른 해안지역인 삼척 원덕이 80㎜, 동해 32.4㎜, 강릉 옥계 27.5㎜, 양양 13㎜ 였다.

특히 이날 삼척 궁촌과 삼척 원덕지역의 1시간 최다 강수량은 각각 17.5㎜, 16.5㎜로, 광주·전남지역 이틀 간 누적강수량보다 많은 양의 비가 한시간 동안 퍼부었다.

이 같은 '강수 양극화'에 한반도 기후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강원 동해시에 거주하는 최인규씨(36)는 "서쪽은 가뭄이 심각하다는데 동해안은 폭우가 쏟아지니 의아하다"며 "동해안도 장마가 점점 길어지는 느낌이고 이상 기후가 점점 심해지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22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청림동 일대가 국지성 호우에 침수되어 있다. (포항남부소방서제공) 2022.11.22/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22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청림동 일대가 국지성 호우에 침수되어 있다. (포항남부소방서제공) 2022.11.22/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전문가 "기후 위기 단언 못해…여름철 강한 비는 늘어"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강수 양극화' 현상을 동풍의 영향과 올 여름철부터 이어진 남부지역 강수 부족현상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동풍 유도 기간 동해안은 동풍에 의한 지형적 강수가 주를 이룬다"며 "이 기간 기본적으로 동쪽은 강수현상을, 서쪽은 좋은 날씨를 보이게 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우진규 예보분석관은 "특히 22~23일은 동풍이 불고 있는 와중에 제주도 남쪽 해상으로 또 다른 저기압이 통과를 했다"며 "이에 전국적 비 예보가 돼 있음에도 우리나라가 편서풍 지대다 보니 저기압이 서쪽~동쪽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이동, 동해안에 추가적인 동풍이 불었다"고 설명했다.

북쪽에 위치한 고기압성 차가운 동풍이 저기압성 따뜻하고 습한 동풍과 만나면서 동해안 일대 공기가 불안정해졌고 강수현상도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우 예보 분석관은 "올여름 중부지방은 비가 많이 내린 반면 남부지역인 전남지역은 비가 적었다"며 "그때부터 시작된 적은 양의 강수량이 여름철을 지나면서 이어져 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우 예보분석관은 같은 남부지역인 경북 포항지역의 물난리와 경남지역의 집중호우는 "경북과 경남지역의 강수 횟수도 많지 않지만, 올 여름 2~3번의 태풍이 해당지역으로 지나갔다"며 "태풍의 영향으로 강수가 집중됐고, 그렇지 않았던 전남지역은 마른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3일 남부지방의 가뭄으로 제한 급수가 시행되고 있는 전남 완도군 금일도를 방문해 마을 주민을 위로하고 있다. 2022.11.23/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3일 남부지방의 가뭄으로 제한 급수가 시행되고 있는 전남 완도군 금일도를 방문해 마을 주민을 위로하고 있다. 2022.11.23/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우진규 예보분석관은 '강수 양극화' 에 대해 '"연구가 더 필요한 부분이지만, 여러 요인이 겹친 것이지 위기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며 "정체전선이 남쪽으로 내려갔다면 중부지역이 마른날씨가 이어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 예보분석관은 "일시적인 기압계 패턴이 그렇게 형성된 것이라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마 기간이 길어진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장마기간이 길어진다기보다는 여름철 강한 비가 내리는 것이 자주 발생한다는 표현이 맞다"며 "기상학회 등에서도 이런 이유때문에 기존 장마 패턴에 대한 개념과 정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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