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이태원 골목 폴리스라인 걷었다…풍선 술병 '그날의 흔적' 그대로

11일부터 통행 재개…쓸고 닦아도 "끝나지 않은 느낌"
지나는 시민 애도·눈물…"비극 딛고 이전 돌아갔으면"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김정현 기자 | 2022-11-11 17:42 송고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폴리스 라인을 걷고 있다. (공동취재) 2022.11.11/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폴리스 라인을 걷고 있다. (공동취재) 2022.11.11/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희생자 156명을 낳은 '이태원 참사' 현장의 폴리스 라인이 11일 오후 철거됐다. 참사 발생 약 2주만이다. 

경찰은 이날 오전부터 참사 현장인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해밀톤호텔 옆 골목길 일대에서 현장 정리에 나섰다.

현장 정리와 함께 골목의 출입금지도 해제됐다. 해당 골목길에는 풍선 등 핼러윈 파티용품과 술병 등 당시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파란 장갑을 낀 경찰들은 집게와 비닐봉투를 들고 물건을 살폈다. 

이날 오전 11시30분부터는 청소인력 7명이 페트병, 종이, 유리조각 등으로 어지러져 있던 골목길을 청소했다.

11일 이태원역 10·29 참사 골목에 핼러윈 장식이 아직 붙어 있다. © 뉴스1 권진영 기자
11일 이태원역 10·29 참사 골목에 핼러윈 장식이 아직 붙어 있다. © 뉴스1 권진영 기자

골목길의 철제 가벽에는 아직 호박 모양 핼러윈 장식이 붙어있었다. 

배수구를 열어 안에 있는 쓰레기까지 치워내는 작업이 20분만에 끝나자 하얀 방역복을 입은 인력들이 소독·방역 작업을 마쳤다. 재정비 작업이 종료된 낮 12시쯤 이태원 골목길은 언제 사고가 있었냐는듯 다시 멀끔해졌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참사 골목 안 쪽에 위치한 한 클럽을 드나들며 쓰레기를 빼내고 클럽 내부를 촬영해 기록하기도 했다. 

폴리스라인이 전면 철거된 것은 예정보다 조금 늦어진 오후 1시51분쯤이었다. 경찰이 골목 입구의 노란 폴리스라인과 현장 접근을 막기위해 둘러놓은 주황색 폴리스라인을 걷어냈다.

폴리스라인이 걷힌 뒤에도 현장에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시민 10여명이 골목길 위 쪽에서 말 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한 중년 여성은 두 손을 모은 채 눈을 감고 기도했다. 골목길 한 가운데 누군가 조화를 가져다놓았다.

지나가던 외국인들도 걸음을 멈추고 애도를 표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조용히 현장을 떠나는 외국인 여성도 있었다.

이날 추모를 위해 현장을 찾은 포르투갈인 파비오(24)는 "참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느낌"이라면서도 "비극적인 일이 있었지만 이 장소가 이전처럼 신나고 다양성있는 공간으로 기억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골목 근처 잡화점 주인인 남인석씨(82)는 "가게 문을 안열려다가 폴리스라인을 걷는고 해 이야기라도 할까 싶어서…"라며 "내가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힘들다"고 한숨을 쉬었다.

남씨는 "(참사 이후) 49제 지날 때까지는 있어줘야겠다고 생각해 계속 여기서 생활하는 중인데 앞으로 장사를 해야할지 말지 모르겠다"면서 "가게 앞에서 156명이 죽었다는게 아무리 봐도 이해가 안된다"며 말끝을 흐렸다. 

이날 참사 골목 앞에서는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소속 스님 7명과 관계자 5명이 오체투지를 하기도 했다. 

지몽스님(조계종 사노위원장)은 "진상규명을 올바르게 하려면 희생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피해자와 희생자 가족을 한 자리에 모을 수 있는 추모 공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alkwon@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