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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난아기처럼, 제2인생 살아보렵니다"…생환 광부 2명 집으로

작업반장 박정하씨 '감사'의 인사…"광산환경 개선활동 희망"
작업보조자 "눈물 많이 흘려…어떤 역경도 이겨낼 용기 얻어"

(안동=뉴스1) 남승렬 기자, 공정식 기자 | 2022-11-11 12:16 송고 | 2022-11-11 13:32 최종수정
지난달 26일 오후 6시쯤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붕괴 사고로 매몰됐다가 221시간 만에 '기적의 생환'을 이뤄낸 광부 2명이 11일 오전 경북 안동병원에서 퇴원했다. 작업반장 박정하씨(62)가 퇴원을 앞두고 병원 로비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2.11.11/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지난달 26일 오후 6시쯤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붕괴 사고로 매몰됐다가 221시간 만에 '기적의 생환'을 이뤄낸 광부 2명이 11일 오전 경북 안동병원에서 퇴원했다. 작업반장 박정하씨(62)가 퇴원을 앞두고 병원 로비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2.11.11/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갓난아기처럼 감회가 새롭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제2의 인생을 살아보려고 합니다."

'이태원 참사'로 실의에 빠진 국민들에게 221시간 만의 '생환 기적'을 보여준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 광부 박정하씨(62)는 11일 이같이 말하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병원 치료 1주일 만에 퇴원 수속을 밟은 그가 이날 오전 기자회견 참석을 위해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함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병원 로비로 내려오자 곳곳에서 박수가 쏟아지고 격려의 말이 나왔다.

애초 시력 보호를 위해 선글라스를 착용할 예정이었지만, 선글라스를 벗고 취재진 질문에 답할 정도로 몸 상태는 상당히 양호해 보였다.

시종일관 밝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에 나선 박씨는 "지금도 일하고 있을 광부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광산 내 열악한 작업환경을 개선해 달라"고 말하는 등 뜨거운 동료애를 내비쳤다.

그는 "이번 사고 탓에 앞으로 광산에서 일을 하기는 힘들 것 같다"면서도 앞으로 광산 노동자들의 열악한 작업환경 개선 등에 힘을 보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박씨는 "제가 광산 일을 하면서 이번 사고와 같은 일은 처음인데, 지금 광부들이 일하는 환경 자체가 1980년대 초와 변한 게 없이 똑같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발전되지 않는 환경에서 고생하는 광부들이 좀 더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사회단체 등과 연계해 활동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애끓는 심정으로 구조 소식만 기다린 가족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그는 "'이럴 때 가족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앞으로 무엇을 하든지 간에 가족과 항상 같이 하겠다"며 "가족에게 할 말이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하겠냐. '사랑한다'는 말 밖에 더 있겠냐"라고 했다.

박씨는 이어 "부모님 산소를 전라도 남원에 모셨는데, 사고가 나기 전에도 코로나로 인해 자주 찾지를 못했다"며 "퇴원한 만큼 일정을 봐서 내일이나 모레쯤 다녀올까 생각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철우 도지사는 박씨가 고립됐을 당시 식사 대용으로 먹은 커피믹스 한 박스를 선물하며 "광부 두 분의 생환의 기적을 대한민국의 희망을 살리는데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박씨의 아들 근형씨(42)는 "아버지가 이 자리에 건강한 모습으로 나가게 돼 감사드리고 안동병원뿐 아니라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 관심 많이 가져줘서 과분한 사랑을 받은 것 같다"며 "가족여행 간지가 너무 오래돼 다함께 바다 구경 가볼까 하는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오후 6시쯤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붕괴 사고로 매몰됐다가 221시간 만에 '기적의 생환'을 이뤄낸 광부 2명이 11일 오전 경북 안동병원에서 퇴원했다. 작업반장 박정하씨(62)가 퇴원을 앞두고 병원 로비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소감을 밝히던 중 커피믹스를 가지고 온 사람 없냐며 농담을 건네자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믹스커피를 상자째 건네고 있다. 2022.11.11/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지난달 26일 오후 6시쯤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붕괴 사고로 매몰됐다가 221시간 만에 '기적의 생환'을 이뤄낸 광부 2명이 11일 오전 경북 안동병원에서 퇴원했다. 작업반장 박정하씨(62)가 퇴원을 앞두고 병원 로비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소감을 밝히던 중 커피믹스를 가지고 온 사람 없냐며 농담을 건네자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믹스커피를 상자째 건네고 있다. 2022.11.11/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박씨와 작업보조자 박모씨(56) 등 2명은 지난 4일 오후 11시3분, 221시간 만에 구조된 이후 5일 0시쯤 안동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1주일간 내과 집중 치료와 정신건강의학과, 정형외과, 안과 등과의 협진 치료를 받아왔다.

지하 땅 속에서 221시간 만에 구조됐지만 두 사람의 몸 상태는 구조 당시부터 크게 나쁘지 않았다. 지하 190m 땅 속 고립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 커피믹스를 나눠 먹으며 연명했다는 사실이 세간이 알려지면서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이태원 참사'로 전 국민이 슬픔에 잠겼을 때 이들의 극적인 구조 소식이 들려와 국민들은 어둠 속 한줄기 빛을 본 것과 같은 위안을 받았다.

구조되어서야 이태원 참사를 알게된 박씨는 자신들의 생환이 "국민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를 준 결과를 낳아 기쁘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기도 했다.

박씨는 생활 근거지인 강원 정선군 고한읍 자택에 머물며 인근 태백시의 병원을 오가며 통원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육체적 몸 상태는 정상 수준이지만 사고 충격으로 인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따른 불안감 등 심리적 후유증 치료를 위해서다.

기자회견과 퇴원 수속을 마친 박정하씨 가족은 승용차를 타고 정선으로 출발했다.

작업보조자 박씨는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고 일단 경북 봉화로 이동해 추후 행선지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작업보조자 박씨는 안동병원 홍보팀을 통해 "(고립됐을 당시) 어둠이 밀려오니 이성을 잃고 정신이 마비될 정도로 무서워 눈물을 너무 많이 흘렸지만 작업반장이 침착하게 신경써 줘서 굉장히 위안을 얻었다"며 "이렇게 구조가 돼 살아나오니 앞으로 어떤 역경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어 "생사의 기로에서 관심과 도움을 준 분들이 많은데 그분들로부터 많은 용기를 얻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6일 오후 6시쯤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붕괴 사고로 매몰됐다가 221시간 만에 '기적의 생환'을 이뤄낸 광부 2명이 11일 오전 경북 안동병원에서 퇴원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오른쪽)가 작업반장 박정하씨(62)에게 꽃다발과 함께 축하와 격려를 전하고 있다. 2022.11.11/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지난달 26일 오후 6시쯤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붕괴 사고로 매몰됐다가 221시간 만에 '기적의 생환'을 이뤄낸 광부 2명이 11일 오전 경북 안동병원에서 퇴원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오른쪽)가 작업반장 박정하씨(62)에게 꽃다발과 함께 축하와 격려를 전하고 있다. 2022.11.11/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앞서 지난 10월26일 오후 6시쯤 봉화 소천면 서천리 아연광산 지하 갱도에서 토사가 쏟아져 작업하던 광부 7명이 지하에 매몰됐다.

5명은 자력으로 탈출하거나 업체 측 자체구조대가 구했으나 작업반장과 작업보조자 2명은 221시간 만인 지난 4일 오후 11시3분 가까스로 구조됐다.

특히 당시 광산 운영 업체 측은 자체적으로 구조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구조활동을 벌였지만 실패하자, 사고 발생 14시간이나 지난 이튿날(27일) 오전 8시34분에야 소방당국에 신고해 초동 대응 부실이 도마에 올랐다.

경찰은 현재 광산 운영업체를 상대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pdnam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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