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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올인' 시대 끝났다…中 신규 진출 韓 기업 30년만에 '최저'

2분기 中 신규진출 韓기업 34개 그쳐…1992년이후 가장 적어
도시봉쇄로 공급망 리스크·美中갈등 심화…'脫중국' 가속화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2022-11-03 09:01 송고 | 2022-11-03 09:35 최종수정
코로나19 재봉쇄가 일부 시행된 중국 베이징 거리.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코로나19 재봉쇄가 일부 시행된 중국 베이징 거리.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그동안 생산기지 건설 등 앞다퉈 중국으로 진출했던 국내 기업들이 코로나19 이후 중국 진출에 소극적으로 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초 중국 정부의 도시봉쇄를 겪으며 이 같은 흐름이 가속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일본 등 주요 국가 기업들도 비슷한 추세다. 이같은 기업들의 '탈중국' 흐름은 이어질 전망이다.

3일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중국에 신규 진출한 국내 기업은 34개에 그쳤다. 수교를 앞두고 중국 진출이 본격화된 지난 1992년 1분기(23개) 이후 30년 만에 가장 적은 수치다. 지난해 1분기(53개)와 비교해도 절반 가까이 줄었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풍부한 노동력·천연자원과 저렴한 인건비, 거대한 시장 등이 갖춰진 중국에 앞다퉈 생산시설을 투자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공급망 불안정 등 리스크와 높아진 비용, 미국과 중국의 갈등 심화까지 겹치면서 중국 내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으로 돌아섰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는 중국에 신규 진출한 국내 기업은 2017년 538개, 2018년 490개, 2019년 466개였다. 하지만 발생 이후에는 2020년 246개, 2021년 261개로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특히 올해는 중국 정부의 도시 봉쇄 사태까지 겪으면서 중국 내 투자에 대한 인식이 더욱 부정적으로 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상하이 봉쇄로 반도체 제품을 제대로 출하하지 못했고 수요 저하로 인한 판매 부진도 겪었다. 현대차도 중국에서 부품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국내 광주공장이 일시적으로 가동 중단되기도 했으며 아모레퍼시픽 상하이 공장은 셧다운 사태까지 겪었다.
올해 상반기(1~6월) 기준 중국에 신규 진출한 국내 기업은 97개로 나타났다. 연말 통계까지 집계하면 지난 2020년(246개)·2021년(261개)보다도 더 감소해 200개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해 동안 중국에 신규로 진출한 국내 기업이 200개 미만인 건 지난 1992년(174개)이 마지막이다.

봉쇄령이 내려진 중국 상하이의 한 아파트의 불이 꺼져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봉쇄령이 내려진 중국 상하이의 한 아파트의 불이 꺼져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중국에 진출한 해외 기업도 비슷한 추세다. 일본의 시장조사업체 데이코쿠 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중국 본토에 진출한 일본 기업은 1만2706개로 최근 10년 동안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1만3646개)과 비교하면 2년 동안 940개 일본 기업이 중국을 떠났다.

파나소닉은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중국 내 청소기·세탁기 생산공장을 자국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올해 초 상하이 봉쇄로 인한 반도체 부족으로 일본에 공급할 가전제품 생산이 어려워지면서 2분기 영업이익이 200억엔(약 1900억원) 감소하자 내린 결정이다. 마쓰다자동차도 도시 봉쇄와 반도체 부족으로 2분기 판매 대수가 전년 동기보다 34% 감소하자 일본 내 생산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지정학적 이유도 있다. 최근 미국 정부의 중국 견제 정책이 강화되면서 미·중 갈등으로 인한 리스크가 경제산업 영역까지 확대됐다.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는 최근 1조엔(약 9조6000억원)을 투입해 이와테현에 새로운 반도체 제조 설비를 짓고 있다.

미국의 주요 기업들도 '탈중국'에 나섰다. 애플은 올해 초 중국 내 공급망이 흔들려 피해를 입은 이후 자사 제품의 약 90%를 생산하는 중국의 비중을 줄이고 인도·베트남 생산을 늘리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가 시행한 중국 내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와 관련해서도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인 KLA·램리서치는 중국 국영 반도체 생산업체인 YMTC에 파견한 자사 직원들을 철수시키고 있다.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공장 전경(SK하이닉스 제공)© News1

중국 정부의 고강도 봉쇄 조치가 지속되면서 공급망 불안정을 두려워하는 국내 기업들의 '탈중국' 흐름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은 미국 정부의 중국 내 반도체 장비 수출 금지 조치로 인한 리스크가 커지면서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은 1년의 장비수입 규제 유예 조치를 받아 피해를 받지 않지만, 1년 후에는 어떻게 될지 불확실하고 미국이 추가 제재를 내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 요소가 크다.

기존에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도 사업을 일부 정리하는 추세다. 삼성SDI·LG전자는 지난해 중국 내 공장을 각각 2곳씩 폐쇄했으며, 삼성전자·현대차는 미국 투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과거 중국 시장을 향했던 시선을 거두고 있다. 롯데는 코로나19로 멈췄던 중국 내 테마파크 사업을 다시 시작하지 않고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코로나19 이후 중국 내 매장 1000개 이상을 폐쇄하고 미국·동남아시아 시장에 전념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비용이 싼 중국에 생산을 집중하는 게 효율적이었지만 코로나19와 전쟁, 미·중 갈등을 겪으면서 특정 지역에 '올인'하는 게 오히려 위험하다는 인식으로 바뀌었다"며 "비용이 더 들더라도 안정적 생산을 위한 리쇼어링(국내복귀) 또는 해외 생산기지 다변화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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