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이러다 죽겠다 싶어 '아이 좀 받아달라' 외치며 주점 울타리 넘어 탈출"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2022-10-31 08:48 송고 | 2022-11-01 14:05 최종수정
3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사고현장에서 경찰 및 소방구급 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는 모습. © News1 장수영 기자
3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사고현장에서 경찰 및 소방구급 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는 모습. © News1 장수영 기자

154명의 희생자를 낸 이태원 압사사고가 일어난지 이틀이 지났지만 당시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그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9일 밤 아내, 아이 등 가족과 함께 이태원 나들이에 나섰다는 A씨는 3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간발의 차이로 목숨을 건졌던 당시를 "정말 이러다 큰일 나겠구나, 죽을 수도 있겠구나 공포를 느꼈다"고 했다.

A씨는 "사고가 일어났던 이태원 메인스트리트 쪽으로 밤 9시 30분쯤 갔을 때만 해도 대로변에는 사람들이 많긴 했지만 어느 정도 통행이 가능했다"면서 "그런데 해밀톤 호텔 쪽으로 이동할수록 사람들이 붙기 시작, 인파에 휩쓸려서 가게 되더라"고 했다.  

이어 "점점 사람들이 붙게 돼 압박 강도가 심해지니까 그때부터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겠다 싶어 뒤로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나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저한테 안겨있던 아이도 무서움을 표현하는 등 이러다 큰일 나겠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어 본능적으로 탈출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앞뒤로 막혀서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고 했다.

A씨는 "골목쪽으로 접어들려는 순간 옆에 있던 커플이 오른쪽 주점 울타리를 넘어 탈출하더라, 본능적으로 그렇게 안 하면 답이 없겠다 싶어서 커플들에게 (도와달라고) 불렀는데 그분들도 경황이 없었는지 빨리 가버렸다"며 "그래서 주점 울타리 안에서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외국인에게 '아이를 받아달라'고 외쳤고 그분이 아이를 받아준 다음에 저희 부부도 울타리를 넘어서 그 주점으로 들어간 다음에 탈출했다"고 설명했다.

진행자가 "일부 업소들이 문을 열어주지 않아서 피해가 커졌다는 분석도 나왔다"고 묻자 A씨는 "문을 안 열어줬다기보다는 사고가 발생할 것이라고 다들 몰랐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며 "제가 탈출했던 그 주점도 웨이팅이 길어 인원체크를 했다. 제가 울타리로 들어갔을 때 직원들이 '들어오시면 안 된다고 나가라'는 식으로 얘기를 했는데 그때는 사고 발생 전이었기에 직원들은 자기 일을 한 것"이라고 했다.

A씨는 주점 울타리를 통해 탈출한 시간이 "(29일 밤) 10시쯤으로 어쨌든 다들 빠져나가겠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집에 오는 차량에서 소식을 조금씩 접해 진짜 정신적 충격이 너무 컸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면서 "사고가 났던 골목이 막혔을 때 막힌 부분을 조금만 풀 수 있는 인원 통제라도 있었으면 그런 일이 발생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깝다고 했다.


buckbak@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