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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논란' 지역농협, 노동법 위반 5년간 366건…직장내 괴롭힘 사후처리도 부적절

'섬 보복인사' 논란 후 가해자와 같은 근무지로 인사이동…2차 가해 고려 안해
농협중앙회, 직장내 괴롭힘 준수사항 공문 내려보냈지만…위반소지는 다분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임용우 기자 | 2022-10-20 09:49 송고 | 2022-10-20 10:02 최종수정
농협중앙회 전경
농협중앙회 전경

지역농협 조합장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농협의 취업규칙 미작성·신고, 임금 미지급 등 근로기준법 위반이 최근 5년간 366건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의 경우에는 전체 신고 건수 대비 4.2%가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 발생하는 괴롭힘에 비해 신고는 적을 가능성이 높아 고용노동부나 농림축산식품부의 세심한 근로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고용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지역농협 고용부 진정건수 및 근로감독 결과'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 8월까지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진정건수는 120건이었다. 그중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신고 사건은 전체 신고 건수 대비 5건(4.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진정 건수 대비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사건 적발이 적은 것은, 노동부가 근로감독을 나가지 않을 경우에는 적발이 되지 않고 있어서다. 즉, 고용부의 진정접수만으로는 직장 내 괴롭힘을 적발하는 데에 한계를 보인다. 이는 지역농협 조합장의 강력한 인사권과 폐쇄적인 직장문화로 인해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해도 노동자의 적극적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농협중앙회 제출자료에 따르면, 최근 논란이 된 '섬 보복인사' 직장 내 괴롭힘 사례가 보도된 이후에도 지역농협은 단 하루 만에 피해 노동자의 인사발령변동을 3차례나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일부 언론은 최근 홀로 9살 딸을 키우는 지역농협 직원이 조합장에게 말대답을 했다는 이유로 섬으로 갑작스레 인사발령을 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구체적인 인사발령조치 내역을 보면 피해 노동자 A씨는 9월19일 내가지점에서 서강화농협(인천 강화군)으로 인사발령을 받았다. '인사보복'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가자 지역농협은 지난 18일 서강화농협에서 본점으로 인사발령을 냈다가 같은 날 본점 발령을 취소했다. 이후 지역농협은 양사지점으로 또 한차례 인사이동을 명령했다. 하루 새 세 차례나 인사발령을 낸 셈이다.
특히 당초 본점으로 발령한 것을 두고 피해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인사발령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본점에는 문제의 인사발령을 내린 조합장 사무실이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분리 조치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더라면 가해자가 있는 곳에서 근무했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지역농협은 '당초 본점 발령은 피해 노동자가 취학자녀가 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지만, 2차 가해 발생 가능성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사측의 일방적인 조치였다는 의견이 다분한 상황이다.

논란이 지속되자 농협중앙회는 지역농협을 대상으로 전날(19일) 직장 내 괴롭힘 행위 근절을 위한 준수사항 안내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마저도 일부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농협중앙회가 지역농협에 발송한 '직장 내 괴롭힘 행위 근절을 위한 준수사항 안내 공문' 중 일부. (자료제공=윤미향 의원실)
농협중앙회가 지역농협에 발송한 '직장 내 괴롭힘 행위 근절을 위한 준수사항 안내 공문' 중 일부. (자료제공=윤미향 의원실)

의원실이 확보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준수사항 안내 공문'에는 괴롭힘 사실이 확인된 경우 피해직원의 요청대로 조치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이를 참고사항으로 명시하고 있었다. 또 가해 직원의 대한 조치의 경우에도 '피해 직원의 의견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단서조항을 규정하고 있어 법의 규정범위를 벗어난 과도한 해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근로기준법 제73조의3 제2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기간 피해근로자에 대하여 근무장소 변경 등의 조치를 해야 하고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동법 제5항은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이 확인된 경우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기 전에 피해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윤미향 의원은 "피해자 의사를 고려하지 않은 인사 발령뿐만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 준수사항 방침을 통해 농협중앙회 대응방식을 보면 근로기준법 등 위반 소지가 다분해 보인다"면서 "지역농협의 직장 내 괴롭힘 실태 파악뿐만 아니라 농협중앙회의 직장 내 괴롭힘 대응과정에서의 법 준수 여부 등을 조사하기 위한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농협조합법에 따른 농림부 지도 감독 등 중앙정부 차원의 철저한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같은 기간 동안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을 실시한 지역농협은 총 89개소로 근로감독을 통해 적발된 노동관계법 위반건수는 총 366건에 달했다.

법 위반 유형별로 살펴보면 근로기준법에 따른 취업규칙을 작성하지 않거나 신고하지 않은 사례가 52건(14.2%)으로 가장 많았고 △임금 전액지급원칙 등 임금 지급 관련 위반 46건(12.6%) △근로계약체결 시 임금, 근로시간, 휴일 등 중요정보를 명시하지 않은 근로조건 명시 위반 35건(9.6%) △퇴직 시 임금 또는 보상금 등을 지급하지 않는 금품 청산 위반 32건(8.7%)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위반 30건(8.2%)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윤 의원은 "직장 내 괴롭힘뿐만 아니라 취업규칙 신고 등 기초적인 근로기준법도 준수하지 않고 있어 농협중앙회를 비롯한 지역농협의 노동관계법 준수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별도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5년간 지역농협 주요 노동관계법 위반 사례. (자료제공=윤미향 의원실)
최근 5년간 지역농협 주요 노동관계법 위반 사례. (자료제공=윤미향 의원실)



freshness41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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