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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PD수첩' 김건희 재연 논란 사과…시사프로, 대역 허용 어디까지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2022-10-13 11:18 송고 | 2022-10-13 21:08 최종수정
MBC 'PD수첩' 방송 화면 갈무리
MBC 'PD수첩' 방송 화면 갈무리

"부적절한 화면 처리로 시청자 여러분께 혼란을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

지난 12일 MBC가 자사 시사고발 프로그램 'PD수첩'의 '논문저자 김건희' 편에 대해 밝힌 입장이다. 앞선 11일 방송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아내 김건희 여사를 닮은 대역이 등장했다. 하지만 '재연'이라고 따로 고지를 하지 않은 게 문제가 됐다. 논란이 되자 MBC는 "사규상의 '시사, 보도 프로그램 준칙'을 위반한 사항이라는 점을 확인했다“라며 사과했고, 모든 VOD에 '재연' 표기를 다시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재연' 표기를 했더라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도 보고 있다. 이는 '팩트'를 다루는 방송사 시사프로그램에서 '대역'을 쓰고, '재연'을 하는 게 맞는지란 본질적인 논의에 기인한다. 물론 현재처럼 대역과 재연을 시사프로그램에서 지속 활용한다면, 정도와 범위를 어느 선까지 허용해야 하는지도 논쟁거리다.

이번 'PD수첩' 건 이전에도 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는 재연이 자주 사용됐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사건을 재연하는 경우 외에도, 취재원의 신변 보호를 위해 취재원이 한 발언을 대역이 대신 전하는 모습을 담기도 했다. 'PD수첩' 역시 마찬가지다. 요즘, 재연을 사용하지 않는 시사프로그램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다수의 시사프로그램은 특정 사안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거나, 기존의 뉴스에서는 시간 등 여러 여건상 하기 어려운 심층 취재 등을 선보인다. 기본적으로는 사실을 재료로 하면서도, 영상을 통해 사실들이 구성에 맞는 서사를 가질 수 있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대역이나 재연들이 활용된다. 사건을 재구성하는 영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장면들에 '재연'이라고 자막이 고지됐다 하더라도, 일부 시청자들은 그것을 실제 자체로 혼동할 수도 있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이어져왔다. 특히 화면상의 재연 및 대역 표시가 대부분 크지 않은데다, 고지되는 시간도 짧아 실제 상황으로 혼동할 가능성은 더욱 높다.  
MBC 'PD수첩',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화면 갈무리
MBC 'PD수첩',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화면 갈무리

지난 1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싶다'에서의 재연 장면을 살펴보자. 한 목격자의 발언을 중심으로 한 재연 장면은 약 40초(4분58초~5분39초) 동안 송출됐다. 하지만 재연 자막 고지 시간은 약 4초에 불과했다.
지난달 27일 방송된 'PD수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해당 방송에서 'PD수첩'은 대역의 발언을 인터뷰 형식으로 재연한 모습을 30초(28분12초~28분42초) 동안 방송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대역 재연' 고지는 그중 18초뿐이었고, 나머지 12초는 되지 않았다. 또한 시선이 집중되는 발언 자막에 '대역 재연'이 고지된 것이 아닌 프로그램 로고 밑에 조그맣게 자리했다 사라졌다.

대역을 써서 발언 등을 재연할 때, 해당 발언이 왜곡될 수도 있다는 주장 역시 존재한다. 언론윤리헌장은 어떠한 사실을 보도할 때 '취재원 발언을 정확히 인용하며 발언 취지가 왜곡되지 않도록 한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실제 해당 인물과 대역의 발언은 뉘앙스 등에서 다를 수도 있다.  

한 시사프로그램 관계자는 뉴스1에 "취재원 보호를 위해서는 대역 재연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라며 "그럴 경우 대역 재연을 자막으로 고지하는데,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혼동이 가지 않도록 제작하려고 한다"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이번 'PD수첩'의 김건희 여사 대역 사용은 취재원 보호 보다는, 서사 전달을 용이하기 위해서 대역을 쓴 경우다. 이럴 때는 대역의 모습과 분위기 등에 제작진의 의도가 반영될 위험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영상은 글보다 감정 이입에 효과적이다. 시각적으로 주어지는 것은 사실로 받아들이기도 쉽고 영향력도 크다. 글로 풀어 쓴 기사보다 영상으로 만들어진 뉴스에 대중이 쉽게 끌리는 이유다. 하지만 그럴수록 객관성을 더욱 지켜야 한다.

시사프로그램은 팩트를 전달하는 게 주목적이기에, 과연 대역과 재연이 사실 전달에 있어 꼭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 봐야 한다. 대역과 재연은, 어떤 경우엔 제보 및 의견 등을 시청자들에 마치 기정 사실처럼 받아들이게 할 수 있는 위험성도 있어서다.

언론윤리헌장은 '사실과 의견을 분리하고, 의도와 기술방식이 진실을 가리지 않도록 양심에 따라 보도한다'라고 말한다. 재연과 대역 사용이 사실 전달이 아닌, 제작진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함이 아닌가도 냉철하게 돌아봐야 할 때다. 그래야 시사프로그램에서 전하고자 하는 진실이 시청자들에도 제대로 전달될 것이다.


taeh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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