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산굼부리에서 관광객들이 억새길 사이를 걸으며 가을 정취를 즐기고 있다. 2021.10.27/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추분(秋分)이 지나며 가을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최남단 제주에도 가을이 왔다.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여름밤의 열기는 한풀 꺾였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제주의 가을 풍경 중에도 으뜸은 은빛으로 물드는 억새 들판이 아닐까. 드넓은 들판과 오름을 따라 만발한 억새의 모습은 바삐 길을 가던 사람도 발길을 멈추게 한다.
바람을 타고 일렁이는 은빛 물결은 어디서도 보기 힘든 장관을 이룬다. 그 앞에 서서 눈을 감고 있으면 억새들이 흔들리고 부딪히며 내는 ‘솨’ 소리가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해가 질 즈음에는 붉게 물들며 황금빛을 발산해 색다른 아름다움을 뽐내기도 한다.
억새는 큰 무리를 이루고 사는 대형 여러해살풀이다. 성인의 키만큼 자라는 억새는 길게 뻗은 줄기 끝에 부채 모양의 꽃이 달려 있다. 꽃에는 가늘고 뾰족한 작은 이삭들이 밀집해 달려 있다.
27일 오전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산굼부리에서 관광객들이 억새길 사이를 걸으며 가을 정취를 즐기고 있다. 2021.10.27/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
제주의 억새를 갈대와 헷갈리는 사람들도 있다. 피는 시기도, 생김새도 비슷한 탓이다.
억새는 흰색 또는 은빛을 띄고 갈대는 보통 고동색이나 갈색이 많다. 갈대는 2~3m 높이로 성인 키를 훌쩍 넘는 점도 또 다른 특징이다.
구분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어디에서 자랐는지 보는 것이다. 억새는 주로 산과 뭍에서 자란다. 갈대는 물가에서 자란다.
제주의 가을을 노래하는 억새들도 주로 중산간의 들판과 오름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가을이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제주 오름을 오르내리는 이유다.
아름다운 제주 억새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오름으로는 따라비오름, 큰사슴이오름(대록산), 새별오름 등이 꼽힌다. 동부의 금백조로와 남부의 산록남로 등 중산간 도로와 산굼부리에서도 그 장관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gw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