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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확장] 평양 최고급 주택단지 경루동 아파트에도 없는 것은?

"Design으로 보는 북한 사회" 제28편 건축설비

(서울=뉴스1) 최희선 디자인 박사·중앙대 예술대학원 겸임교수 | 2022-07-02 09:00 송고
편집자주 [시선의 확장]은 흔히 '북한 업계'에서 잘 다루지 않는 북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그간 주목 받지 못한 북한의 과학, 건축, 산업 디자인 관련 흥미로운 관점을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최희선 디자인 박사.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겸임교수.© 뉴스1
최희선 디자인 박사.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겸임교수.© 뉴스1
본격적인 장마철이 돌아왔다. 
한국의 여름철 덥고 습한 공기 때문에 주택, 빌딩과 자동차에서 에어컨은 계절 필수 아이템이 되었다.

지난 4월 3월 평양 중구역에 완공된 리버뷰를 자랑하는 경루동 주택지구 살림집에서도 벽걸이형 에어컨이 등장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였다. 몇 해 전부터 날로 더워지는 이상 기후로 북한에 에어컨 수요가 증가한다는 기사를 읽기는 했지만, 개인 주택의 거실과 안방에 냉방용 가전이 실제 걸려있는 사진을 보니 새로웠다. 북한 매체에 벽걸이 에어컨 아래 최고 지도자와 리춘희 아나운서의 담화 모습을 보면서, 에어컨 상표가 무엇일까 디자인 전공자로서 궁금증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평양 보통강변에 완공된 테라스형 고급주택 단지 준공식에 참여해 살림집을 방문한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좌)과 현대적 시설을 갖춘 개방형 부엌 사진(우) (출처=조선중앙TV 방영물 캡쳐)
평양 보통강변에 완공된 테라스형 고급주택 단지 준공식에 참여해 살림집을 방문한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좌)과 현대적 시설을 갖춘 개방형 부엌 사진(우) (출처=조선중앙TV 방영물 캡쳐)

건물에는 생각보다 많은 설비류가 들어간다. 현대인들의 생활에서 기본이 되는 전기설비 외에도 주택에 필수적인 가스, 급수, 배수, 냉난방, 환기, 소화, 배연, 음향, 오물처리설비 등 한 건물 안에서도 여러 설비들이 필요하다. 고층 건물이 날로 증가하는 요즘 승강기, 에스컬레이터도 필수 시설이 되었다.

특히 최근에는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건물설계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를 활용해 에너지의 효율적인 관리뿐만 아니라 건물 입주자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서비스를 지원하도록 계획하기까지 한다.

북한의 건축설비는 어떠할까?
북한 주택건설의 경우 설비의 현주소를 볼 수 있는 사례는 역시 평양의 보통강 강안 다락식 주택구 살림집이 아닐까 싶다. 김일성 주석 생일 110주년을 맞아 역시 4월에 완공된 송신·송화지구는 1만 세대가 입주할 대규모 160여 동의 건물들, 특히 80층의 초고층 살림집으로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내부는 화려한 외형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군인건설자가 평양시 살림집 공사현장에서 배관을 연결 조립하고 있는 모습(상)과 천리마건재종합공장에서 생산되는 여러 종류의 건재들(수지관, 블록)(하) (출처=조선중앙TV 방영물(2021) 캡쳐)
군인건설자가 평양시 살림집 공사현장에서 배관을 연결 조립하고 있는 모습(상)과 천리마건재종합공장에서 생산되는 여러 종류의 건재들(수지관, 블록)(하) (출처=조선중앙TV 방영물(2021) 캡쳐)

경루동 주택지구 살림집은 다른 공동주택에 비해 전기 설계가 잘 된 듯하다. 거실 등기구 스위치도 2구로 배선을 계획하였고, 실내 조명 방식도 우물천장 간접조명과 매입조명 등 다양화하여 현대적인 공간을 연출하였다. 2층 구조의 살림집 거실에는 월 패드(주택 관리용 단말기)까지 설치해 고급주택으로서 면모도 갖추었다.

하지만 북한 공동주택의 화재 예방을 위한 소방시설 설치기준은 한국과 좀 다른 것 같다. 경루동 살림집의 세련된 부엌 싱크대에 가스레인지와 후드가 보이지만 살수식 소화설비인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다. 또 일반적으로 조리용 화기구 근처 천장에 설치하는 자동화재탐지설비도 보이지 않는다. 빠른 화재 진압을 위해 한국에서 1990년부터 점차 설치기준이 강화되어 웬만한 아파트 방에 스프링클러 헤드가 보이는데, 경루동에는 방뿐만 아니라 거실, 부엌 천장에서도 볼 수가 없다. 스프링클러는 나라마다 건물 유형별로 설치기준이 다른데, 북한에서는 대형 쇼핑몰인 상업봉사시설 천장에서 간간이 찾아볼 수 있다.

경루동 공동주택 살림집에서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설비는 환기시스템이다. 집의 천장이 조명 기구만 달려 깨끗한 평판인 것을 보면, 아파트의 맑은 공기 관리를 위해 설치하는 전열교환기와 연계된 천장형 디퓨저가 없는 듯하다.

2021년 조선중앙TV 방영물 '인민의 이상거리 건설장으로 달리는 마음들'에서 공사의 속도가 중시되는 북한 건설 방식을 설명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각종 수지관들과 10여 종의 블록을 생산하는 천리마 건재종합공장의 근로자가 "살림집 골조 공사와 전기 배선 작업이 동시에 입체적으로 진행되는 조건에서 이 전기선 보호용 수지관 생산이 선행돼야 살림집 건설이 중단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이야기한다.

북한은 대규모 주택건설을 위해 조립식 건축공법을 일찌감치 도입했다. 북측은 최근까지도 조립식 공법을 통해 하루에 한 층씩 올리는 초스피드의 공사 속도를 자랑하는데, 빠른 공사를 위해 마련한 주택의 기초 설비는 전기, 급배수, 난방과 오물처리 설비 등이 아닐까 싶다.

건축은 기본적인 생활공간 기획하는 중요한 활동이다. 올해 1년 안에 완공된 북한의 주택 공사를 보면서 건축이 건물 외형 디자인뿐만 아니라 안전, 위생, 환기관리까지도 신경 쓴 고차원의 설비를 갖추며 발전하기 위해 조금만 천천히 설계하고 시공하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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