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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재구성] 전기충격기와 마대자루, 주저 없이 범행…보복살인일까

동거 여성 성폭행 후 감금…신변보호에 분노해 가족 살해
흥신소 통해 주소 알고 소방벨 눌러 가족 확인 '용의주도'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2022-05-21 08:00 송고 | 2022-05-21 12:58 최종수정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이석준(26)이 마련한 흉기를 다 나열할 수는 없다. 그는 그 정도로 다양한 흉기를 갖췄다. 거기에 목장갑과 마대자루, 밀가루까지 준비했다. 그리고는 흥신소를 통해 주소를 알아낸 A씨의 본가를 찾아가 A씨의 어머니 B씨를 살해했다. 지난해 12월10일 오후에 일어난 일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는 "가족간의 일"이라고 둘러댔다. 이석준은 어머니가 살해되는 모습을 목격하고 겁에 질린 A씨의 남동생 C군의 목마저 흉기를 찌른 뒤 창문을 통해 도망쳤다.

◇게임서 만난 피해자에 집착한 이석준…결국 가족 살해 비극으로

이석준은 "네게 남자친구가 있어도 상관없다"  "옆에만 있을 수 있다면 돈벌어오는 기계가 돼도 상관없다"며 게임을 하다 만난 여성 A씨를 구슬러 동거하는 관계가 됐다.

이후 이석준은 선물을 사주고 용돈을 주거나 A씨가 기르고 싶어한 고양이를 분양받는 등 A씨의 환심을 사기 위한 행동을 이어갔다.

그러나 지난해 12월5일 이석준은 본색을 드러냈다. A씨와 다투다 폭행한 것은 물론 "너같은 건 팔아버려야 한다"고 협박한 뒤 겁에 질린 A씨를 성폭행하고 휴대전화 카메라로 불법촬영까지 했다.

이후 A씨를 25시간 동안 천안에서 대구로 끌고 다니며 감금했다가 가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A씨와 분리됐다. 이석준은 A씨가 범죄 피해자 안전조치(신변보호)를 받게 되자 가족을 찾아가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의 가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석준이 17일 오전 서울송파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1.12.17/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의 가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석준이 17일 오전 서울송파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1.12.17/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이석준, 흥신소 알아낸 주소에서 소방벨 누르고 커피 주문까지

이석준이 처음 A씨의 본가 주소를 알아내기 위해 사용한 수단은 휴대폰 계약서였다.

A씨에게 휴대폰을 사주고 개통할 때 받은 계약서를 보관하던 이석준은 계약서에 적힌 주소를 알아봤으나 가족이 거기 살고 있지 않았다. 결국 이석준은 흥신소에 의뢰해 돈을 주고 A씨 가족의 주소를 알아냈다.

이석준은 범행 전날 주소지의 소방벨을 눌러 가족이 나오는지 확인하고 주소로 커피를 배달시켜 보는 등 용의주도함을 보였다. 

결국 이석준은 택배기사를 사칭해 집 문이 열리자마자 곧바로 B씨에게 전기충격기를 휘둘렀다. 

검찰은 "택배기사를 사칭하고 집에 들어가 주저하지 않고 범행했기 때문에 자신을 신고한 B씨에 대한 보복 목적 살인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또 "범행의 주저함이 없었을뿐 아니라 준비한 범행 도구들을 보면 가족을 모두 죽이고 A씨를 납치, 유린해 죽이려 한 게 아닌가 한다"고 보았다. 

검찰은 그같은 판단을 바탕으로 이석준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사귀던 여성의 모친을 살해한 이석준. 경찰이 신상공개위원회를 개최한 뒤 그의 신상을 공개했다.<br />(서울경찰청 제공)/2021.12.14
 사귀던 여성의 모친을 살해한 이석준. 경찰이 신상공개위원회를 개최한 뒤 그의 신상을 공개했다.
(서울경찰청 제공)/2021.12.14

보복살인 특가법 때문인가…이석준 "보복 의도 없었다" 주장

온갖 범행 도구를 준비하고 집까지 여러 번 확인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하고도 이석준 측은 "A씨를 죽이고 싶은 마음은 있었어도 가족을 죽이려 하지는 않았다"며 보복살인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에 따라 보복살인의 형량이 우발적 살인보다 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석준은 마지막 공판에서 "죄송하다는 말씀 밖에는 할 게 없다"며 "돌아가신 피해자분께 정말 죄송하고 평생을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이석준에 대한 선고공판은 31일 열린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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