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대신 물건으로…캐나다서 현대판 물물교환의 부활[통신One]
지역 페이스북 그룹·기술 플랫폼 함께하는 신개념 경제생활
커뮤니티를 강화하는 '현금 없는 거래' 활성화
(멍크턴=뉴스1) 김남희 통신원 = "감자 한 봉지 드리면 나에게 우유를 줄래요?" "당신 아이를 돌봐 드리면 토마토를 주실 수 있을까요?" 이런 대화 내용은 고대 원시 시대에 나올 법한 것 같지만, 놀랍게도 현재 21세기의 캐나다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최근 캐나다에서 최근 물물교환 문화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현금을 사용하지 않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교환하는 방식이 점점 더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물물교환의 뿌리는 현금과 암호화폐가 등장하기 훨씬 전인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많은 사람들이 생활비를 절약하고 커뮤니티를 강화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맥길대학교 경영학부의 로버트 네이슨 교수는 물물교환의 부활을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말하며 "우리 경제는 지나치게 금융화되어 있다. 모든 것에 숫자를 매겨야 하는 현실에 대한 반발이다"라고 평가했다.
기술의 발달로 물물교환이 더 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도 등장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바터 페이(Barter Pay)이다. 바터 페이는 중소기업들이 현금을 사용하지 않고도 상품과 서비스를 교환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이 회계 서비스를 필요로 하지만 현금이 부족할 경우, 바터 페이를 통해 다른 기업이 제공하는 회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 대가로 그 기업은 자신이 제공할 수 있는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를 바터 페이에 등록한다. 이를 통해 각 기업은 필요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얻을 수 있으면서도 현금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다.
바터 페이는 물물교환 크레딧을 사용한다. 각 거래는 물물교환 크레딧으로 이루어지며, 이 크레딧은 현금처럼 사용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 덕분에 기업들은 서로 필요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교환할 수 있다.
지역 커뮤니티에서도 물물교환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페이스북 그룹과 같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과 제공할 수 있는 것을 공유하며 거래를 진행한다.
노바스코샤주에서는 '라이프. 스쿨. 하우스'라는 지역 사회 조직이 물물 교환 행사를 주최하기도 한다. 참석자들은 자신이 만든 물건을 가져와 서로 교환하며, 이를 통해 지역사회의 유대감을 증진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온타리오·앨버타·브리티시컬럼비아주로도 확산하고 있다. 물물교환은 단순한 거래를 넘어 커뮤니티 형성과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물물 교환의 사례들을 살펴보면 다양한 형태의 상호 교류가 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정원에서 수확한 야채를 이웃과 나누고, 대신 그 이웃은 손재주를 활용해 수제 빵을 만들어 제공한다. 지난해 온타리오주 남서부의 한 가족이 운영하는 이발소는 소고기와 감자로 이발비를 지불한 고객 이후로 다른 음식으로도 이발비를 받기 시작했다.
또 다른 경우로는 집 안 수리를 위해 목수가 필요하다면, 그 대가로 요리나 청소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또 사진을 찍어주는 대신 방을 꾸미는 등 꼭 재화의 교환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물물교환은 단순히 생활비를 절약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이는 경제의 일부로 간주하며, 공식적인 통계에 잡히지 않는 비공식 경제 활동의 하나로 평가된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러한 비공식 경제 활동은 캐나다 GDP의 약 2.8%를 차지한다. 이는 식당 팁, 베이비시팅 비용, 그리고 뒷마당 테라스에 대한 비공식 지급 등을 포함한 수치이다.
물물교환은 단순히 현금을 절약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들 간의 신뢰와 유대감을 강화하고, 지역 사회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또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 기술의 발달로 물물교환이 더 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의 등장이 늘어나면서, 물물교환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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