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봄을 알려주는 날, 그라운드호그 데이[통신One]

유럽 정착민들을 통해 자리잡은 캐나다 성촉절
2월2일, 마멋 동물 움직임으로 남은 겨울 기간 예측

2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 펑스토니에서 열린 제138회 그라운드호그 데이 축제에서 마멋이 자기 그림자를 보게 될지 사회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24.02.02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멍크턴=뉴스1) 김남희 통신원 = 2일은 한국인들의 문화에는 구정이 다가오는 날이지만, 북미 사람들에게는 유명한 전통이 있는 날이다. 우리나라는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깨어나 봄을 알리는 경칩 같은 날이 있디면 북미에서는 봄을 예측하는 날로 성촉절(Groundhog Day)이 있다.

성촉절 의식은 동지와 춘분 사이의 중간인 2월 2일로 정해졌지만, 왜 딱 이 날로 정해졌는지를 아는 사람은 없다. 다만 중세 유럽에서 농부들은 2월 2일에 고슴도치가 굴에서 곤충을 잡으러 나오면 그것이 이른 봄의 확실한 징조라고 믿었는데, 유럽인들이 북아메리카 동부에 정착하면서 고슴도치 대신 마멋(그라운드호그)이 등장하게 됐을 것으로 추측한다.

그라운드호그 데이는 점차 미국과 캐나다에서 정착한 이민자들에 의해 매해 2월 2일에 열리는 기념일로 정해졌다. 마멋이라는 동물을 가지고 겨울이 얼마나 남아 있는가를 점치는 날이다. 그라운드호그는 마멋, 우드척(woodchuck)이라고도 불리는 다람쥐과의 짐승이다. 겨우내 따듯한 땅굴 속에서 지내던 그라운드호그는 2월이 되면 "지금쯤 봄이 되지 않았을까?" 하면서 땅굴 속에서 고개를 쏘옥 내민다.

전해지는 민간 신앙에 따르면, 마멋이 굴에서 나와 자기 그림자를 보지 못한다면 굴을 떠날 것이고, 그것은 겨울이 끝난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런데 반대로 마멋이 그림자를 본다면 아마 다시 자기 굴로 들어갈 것이고, 겨울은 6주 동안 더 지속될 것이라고 한다. 이런 믿음은 성촉절에 날씨가 맑으면 겨울이 길어진다고 하던 믿음이 발전된 것으로 보인다.

2월 2일 각 주에서는 각자 이름까지 붙여진 마멋들을 통해 봄을 예측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캐나다에서 가장 유명한 마멋 예측가 중 두 명이 봄의 도래에 대해 상충되는 주장을 했다. 노바스코샤 주 '슈베나카디 샘 마멋'은 굴에서 나올 때 나올 듯 말 듯 하며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우리에서 잠깐 나왔고, 조련사의 말에 따르면 자신의 그림자를 봤다고 한다. 결국 길고 추운 겨울이 다가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에 온타리오에서 가장 유명한 마멋인 '와튼 윌리'는 자신의 그림자를 보지 않았으므로 이른 봄이 다가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기상예측관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것을 믿을지는 사람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한편 퀘백 주는 이번 행사에 '마멋 프레드 라 마모트'의 죽음 사실을 알리며 행사를 시작했다. 이른 봄이 될지 늦은 봄이 될지 예측하기 몇 시간 전인 목요일 밤에 이 마멋은 죽은 채 발견됐다. 이날 성촉절 행사에는 음악과 춤을 포함한 약 40분간의 축제가 끝난 후 암울한 소식을 발표했다.

그라운드호그 데이의 역사가 길다 보니 사람들은 반신반의하며 그 예측을 믿거나, 아니면 재미있는 전통의 하나로 즐기고 있다. 그런데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이 예측을 가지고 주식 시장에 적용하기도 한다.

영국 노섬브리아대 사바 샤나예프 박사와 동료 연구자 두 명은 북미 지역의 오랜 명절인 이 그라운드호그 데이의 주인공 '펑스토니 필'(미국 펜실베이니아의 마멋)의 예측 결과와 지난 100년간 미국 증시 수익률을 비교했다. 전설에 따르면 펜실베이아의 그라운드호가 2월 2일 굴에서 나왔을 때 자기 그림자를 보면 겨울이 6주간 더 지속되고 그림자를 보지 못하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는데, 연구진은 그와 함께 증시가 오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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