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째 떠돌이"…이-헤즈볼라 격돌에 한숨쉬는 국경 피난민들

양국에서 15만여명 피난…격전에 오갈 데 없는 신세
전면전 위협 고조…"가자전쟁은 애들 장난 같을 것"

2017년 7월 29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시리아-레바논 국경지대에서 무기를 전시하고 있다. 2017.07.29/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가자지구 전쟁으로 이스라엘군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간 교전이 매일 벌어지는 국경지대 주민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계속된 충돌로 이스라엘과 레바논 양측에서 수만 명의 주민들이 6개월째 집으로 못 돌아가고 있고, 최근 전면전 위기까지 고조되면서 피란민들의 불안이 커지는 모양새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발발 이후 계속된 이스라엘군과 헤즈볼라 간 충돌로 이스라엘에서는 6만명, 레바논에서는 9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스라엘에서는 대부분 피란민이 북서부 항구 도시 하이파로 향했지만 여전히 헤즈볼라의 사정권 안에 있어 매일 같이 전쟁의 불안 속에 살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특히 하이파에서는 2006년 이스라엘-레바논 전쟁 당시 헤즈볼라의 로켓 공격으로 8명이 사망했으며, 인근의 한 군사기지는 최근까지도 헤즈볼라의 드론 공격을 당하기도 했다.

또 하이파시 당국은 주민들에게 전면전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식량과 의약품을 비축해 놓으라고 당부한 바 있다.

이에 하이파에서 머무는 주민들은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레바논 국경에서 불과 2㎞ 거리의 한 키부츠(집단농장)에 살고 있었다는 아사프 헤세드(35)는 "우리가 살 곳을 찾아야만 한다"라며 "더는 이대로 살 수 없다"라고 호소했다.

특히 일부 주민들은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와의 교전을 줄이거나 아예 헤즈볼라와 전면전을 벌여 격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면전 위기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레바논 남부 무장단체 헤즈볼라 소속 지휘관 중 절반이 사망했다고 발표하면서 "많은 병력이 국경에 배치돼 있고, 병력이 현재 레바논 남부 전역에서 공격적 행동을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군이 거짓 주장을 펼치고 있다며 이스라엘 군사기지 아크레를 겨냥해 대규모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고 맞받아쳤다.

특히 양측은 최근 이렇게 보복이 보복을 낳는 '잽'을 주고받으면서 점점 더 서로를 자극하며 전면전 위기로 치닫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면전은 최악의 결과를 낳을 뿐이라며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에얄 훌라타 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은 "이스라엘인들이 자국에서 망명 생활을 해서는 안 된다"라며 "민간인을 보호하는 것은 이스라엘군의 책임이지만 그들은 지난해 10월 7일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군 예비역 준장인 아사프 오리온은 로이터에 헤즈볼라와의 전면전은 가자지구 전쟁보다 10배나 더 큰 규모로 발생할 수 있다며 "피해가 엄청날 것이고 가자지구 전쟁은 애들 장난처럼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jaeha6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