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격에 쫓기는 가자 주민들…"1948년 생지옥 전쟁 다시 온 듯"

"1948년 나라 잃은 '나크바' 다시 겪고 있어"

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응한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가자 지구에서 불길이 솟아 오르고 있다. 2023.10.10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이 이에 대한 대응으로 가자지구에 폭격을 가하고 있어 이 곳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은 1948년 겪었던 생지옥같은 '나크바'(Nakba)을 다시 겪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이날 팔레스타인과의 75년 분쟁사에서 가장 맹렬한 공습을 가자지구에 퍼부었다. 지난 주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급습으로 많은 희생자가 나온 데 대한 대응이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가자지구 사람들은 폭격을 피해 하루에도 수차례 도망치면서 다시 나크바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나크바는 원래 '대재난'이라는 뜻의 아랍어 단어지만 1948년 5월15일 이스라엘 건국으로 인해 약 70만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추방당하고 고통받았던 사건을 말한다.

22세의 플레스티아 알라카드는 포격 속에서 지내는 자신의 개인 생활을 촬영해 자신의 SNS에 올린다. 그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다. 문자 그대로 안전한 곳이 없다. 어제부터 개인적으로 세 번이나 대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야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1948년과 나크바에 대해 말씀하신 내용을 이해했다. 예전에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알라카드는 자신의 아파트가 위치한 구역이 공격받은 후 친구 집에 피신했지만 그곳도 표적이 될 것이라는 전화를 받고 병원으로 옮겨 잠깐 머물며 휴대폰을 충전한 후 다시 대피를 위해 다른 집으로 향했다.

나크바가 있었던 때로부터 75년이 지났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은 이를 여전히 치욕감과 고통스러운 심정으로 애도하고 있다. 중동의 갈등은 1926년 영국이 '벨푸어 선언'이라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국가 건설 이중약속(팔레스타인에게는 1915년 약속)을 함으로써 씨앗이 뿌려졌다.

이를 기반으로 1948년 전쟁을 일으킨 이스라엘에 의해 영국 통치 팔레스타인의 아랍인 인구의 절반인 약 7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도망치거나 고향에서 쫓겨났다. 많은 사람들이 요르단, 레바논, 시리아뿐만 아니라 가자지구, 서안지구, 동예루살렘에 뿔뿔이 흩어졌다.

복싱 강사이자 세 아들의 아버지인 라드완 아부 알 카스는 알 리말 지역에 있는 자신의 5층짜리 집이 9일 밤 폭격으로 파괴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집이 돌산더미로 변할 수 있다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슬퍼했다. 알 카스는 아이들과 함께 몇 킬로미터 떨어진 친구 집에서 피난하고 있지만 또 포격이 몰아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 역시 "이것은 우리의 1948년이다. 똑같다. 또 다른 나크바다"고 말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