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돼지 트림·방귀에 세금…덴마크, 2030년부터 탄소세 부과

마리당 약 4만원부터 2035년까지 10만원으로 인상 계획
농가 부담 줄이기 위해 60% 소득세 공제

지난 2020년 4월19일(현지시간) 덴마크 센트럴 유틀란드 인근의 한 농가에서 젖소들이 마구간에서 풀려난 모습. 20.04.19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낙농 강국인 덴마크가 2030년부터 세계 최초로 농업 분야에 탄소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9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덴마크 가축 농가들은 2030년부터 이산화탄소 1톤당 300크로네(약 3만9000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이 세금은 2035년까지 750크로네(약 9만8000원)로 인상될 계획이다.

탄소세 도입은 소나 돼지 등 가축이 트림·방귀로 배출하는 메탄에 세금을 부과해 농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페 브루스 세무부 장관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의 70% 수준까지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2045년에 기후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며 "농업에 탄소세를 도입하는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될 것이며, 다른 국가도 이를 따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덴마크 당국은 농가들의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60%의 소득세 공제를 예고했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세금은 이산화탄소 1톤당 120크로네(약 1만5000원)에서 시작해 300크로네(약 3만9000원) 수준으로 책정될 방침이다.

인구 590만의 덴마크는 사람보다 소와 돼지가 많을 정도인 낙농 강국이다. 2022년 기준 돼지는 1190만 마리, 소는 140만 마리를 기른다.

소는 돼지보다 훨씬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데, 한 마리당 연간 5.6톤에 달한다. 120크로네의 세금을 적용한다면 소 한 마리당 1년에 672크로네(약 8만8000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2035년에는 소 한 마리당 1680크로네(약 22만 원)다.

그린피스의 북유럽 지역을 관할하는 그린피스 노르딕의 크리스티안 프롬버그는 "(덴마크의 이번 조처는) 많은 국가가 기후 행동에 뒷걸음질 치고 있는 상황에서 희망을 제공한다"며 "탄소세는 더 높아야 하고 더 빨리 시행돼야 하지만, 덴마크의 탄소세 부과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덴마크 농가에서는 '슬픈 날'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한 덴마크 협회는 보도자료에서 "이 조처는 쓸모가 없다"며 "오늘은 농업에 슬픈 날"이라고 밝혔다.

피터 키아어 협회 회장은 "농민으로서 식량 공급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불확실한 실험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조처에 불편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유럽 최대의 유제품 업체인 덴마크의 알라 푸드는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이기 위한 이번 조처를 환영하면서도 모든 책임을 농가에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알라 푸드의 페데르 투보르흐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탄소세의 과세 기반은 제거 가능한 배출량에만 기반해야 한다"며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진심으로 모든 것을 하는 농부들에게 세금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미국 해양대기청에 따르면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약 87배 많은 열을 가둬 둔다. 매립지, 석유 및 천연가스, 가축 등이 배출하는 메탄은 2020년 이후 특히 빠르게 증가했다. 가축은 메탄 배출량의 약 32%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뉴질랜드도 2025년부터 발효되는 유사한 탄소세 법률을 통과시켰으나, 농가의 반발과 정권 교체 등으로 폐기한 바 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