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 입법 기관, BBC보다 대학 기관 높게 평가"[통신One]

주요 기관 13개 가운데 정부, 의회 최하위권
'고등교육 기관 국가 지원' 응답자 19%만 동의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 대학교(KCL)가 7월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 표심에 대학이 차지하는 중요성에 대해 분석한 보고서 발췌. 2024.06.21/

(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 국민은 정부나 입법 기관보다 대학 기관과 영국 왕실, 국민보건서비스(NHS)를 더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현지시간) 킹스 칼리지 런던 대학교(KCL)에 따르면 KCL이 7월 총선을 앞두고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영국의 주요 기관 13개 가운데 대학 기관이 정부, 입법 기관, 공영 방송사인 BBC보다 좋은 평가를 받았다.

대학 기관이 다른 국가에 비해서 수준이 높다고 평가한 응답자 가운데 노동당과 보수당 지지자는 각각 32%, 30%로 비슷한 비율이었다.

KCL은 지난 5월 1일부터 9일까지 16세 이상 영국인 2683명을 대상으로 자체 플랫폼을 통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데이터는 연령, 성별, 지역, 민족, 교육 상태에 따라 가중치가 부여됐다.

'다른 나라의 유사한 기관과 비교했을 때 세계 최고라고 생각하는 국내 조직, 기관이 있다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영국인들은 국영 의료체계인 NHS(45%)를 최고로 꼽았다.

다음으로는 영국군(37%), 영국 왕실(34%)이 뒤를 이었고 대학 기관은 30%로 4위를 차지했다.

공영방송사인 BBC는 26%로 대학보다 신뢰도가 낮았다. 영국 정부와 의회는 각각 7%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이번에 KCL이 실시한 조사에서 고등교육에 대한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태도는 상당한 변화를 나타냈다.

지난 1988년 설문 조사에서는 영국 국민 가운데 68%가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고 답했지만 올해 5월에는 같은 질문에 대한 답변이 19%로 크게 줄었다.

유권자들이 정치적으로 우선 순위를 고려할 때도 고등교육을 주요 의제로 고려하지는 않았다. 투표 여부나 정당 지지를 결정할 때 고등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답한 비율은 응답자 가운데 13%에 불과했다. 응답자들이 NHS를 주요 요인으로 꼽은 수치(65%)보다 한참 뒤떨어진 것이다.

그만큼 대학이 겪고 있는 재정 위기나 다른 어려움이 선거 의제나 표심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리시 수낵 총리는 선거를 앞두고 '바가지' 학위를 단속하기 위해 부실한 학위 과정은 폐쇄하고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은 수습직(apprenticeship)으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보비 더피 KCL 정책 연구소장은 "올해 고등 교육 기관의 40%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은 문을 닫을 수도 있을 만큼 심각한 자금 압박을 받고 있다고 인식되는 기관 목록에서 최하위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수당과 노동당의 공약사항에서 대학을 비중 있게 다루지 않는 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학이 겪고 있는 위협을 무시할 여유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tigeraugen.ch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