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든 브라운 "푸드뱅크 종식시키고 아동 굶주림 해결해야"[통신One]

"영국에 푸드뱅크 많은 이유? 복지 안전망 구멍 너무 많기 때문"
"푸드뱅크 자선단체 스스로 폐업 원해…정부 더 많은 일 해야"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가 22일 (현지시간) 버밍엄서 브렉시트 반대 운동인 '유럽 안에서 더 강한 영국' 선거운동에서 EU잔류를 지지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 고든 브라운 전 총리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자국 내 빈곤율과 급증하는 푸드뱅크 실태를 지적하고 해결책을 촉구했다.

11일(현지시간) 브라운 전 총리는 일간 가디언에 기고를 내고 "아이들을 위해 우리는 사회보장 안전망을 재건하고 푸드뱅크 시대를 종식해야 한다"며 "모든 아이를 굶주림과 비위생, 빈곤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의 푸드뱅크는 필요한 음식을 구입할 여유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자선단체가 기부받은 음식을 무료로 나눠주는 곳을 말한다. 야채나 통조림부터 화장지, 비누, 아기 기저귀 등 기타 생필품도 제공된다.

그는 "현재 영국에는 850개 영화관이 있는데 푸드뱅크는 그보다 세 배에 달하는 규모"라며 "1200개 병원과 그의 2배가 넘는 푸드뱅크가 있고 공공 도서관보다도 푸드뱅크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고든 전 총리는 이전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던 푸드뱅크가 이제는 영국 국민 생활에 일부가 되어버린 현실을 지적했다.

NGO 단체인 트러셀 트러스트(Trussell Trust)가 제공하던 푸드뱅크는 지난 2010년 기준 35개에 불과했지만 2013년에는 650개로 무려 20배 급증했고 2019년에는 또다시 두 배인 1300개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독립 푸드뱅크도 추가되면서 오늘날 2800개에 달하는 푸드뱅크와 비상식량 공급업체는 지역마다 있는 중고등학교만큼이나 흔히 볼 수 있는 시설로 자리 잡았다.

고든 전 총리는 "물론 푸드뱅크의 존재는 타인의 고통을 느끼고 개인주의를 넘어선 가치를 믿는 시민들의 인류애와 용기 있는 노력에 대한 증거"라며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가운데 한 곳에서 푸드뱅크가 이만큼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은 집단적 양심에 상처를 입히고 국가 품격에도 영구적인 오점을 남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 최악의 난방 에너지 위기도 지나갔는데 식량 위기는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면서 "복지 국가의 역할을 대신해 가장 가난한 시민들을 위한 안전망으로서 역할을을 해야 했던 푸드뱅크와 기타 자선단체들 역시 자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3년 동안 전체 물가는 20%, 식량 가격은 30% 올랐지만 올해 4월까지 지원금은 13.5% 상승에 그쳤다는 점도 지적됐다. 올해 6.7% 규모의 지원금이 인상됐지만 여전히 수요보다 훨씬 뒤처져 있다는 것이다.

고든 전 총리는 특히 "부처 장관들은 푸드뱅크가 하는 일을 칭찬하지만 요점을 완전히 놓치고 있다"며 "푸드뱅크가 존재하는 이유는 자원봉사자들이 푸드뱅크가 국민 생활의 영구적인 정착물이 되길 원해서가 아니라 복지국가 안전망에 구멍이 너무 많아서 자선단체가 개입해야만 했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푸드뱅크는 향후 수십 년 동안 복지 시스템 균열을 메우는 데 시간을 낭비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이들은 스스로 폐업하길 원하고 이것이 바로 정부에 더 많은 일을 할 것을 지속적으로 촉구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빈곤 아동의 70%는 일하는 가정에 속해 있고 푸드뱅크 이용자들은 빵을 구걸해야 하는 비참함 대신 보수를 받고 일하는 존엄성을 누리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치인들 가운데는 여전히 복지국가를 축소하고 푸드뱅크가 그 빈자리를 메우길 바라는 신자유주의자들이 있다"며 "하지만 아이들을 위해 우리는 사회보장 안전망을 재건하고 푸드뱅크 시대를 종식시켜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제 NGO 세이브더칠드런과 영국 노동연금부(DWP)에 따르면 2022~2023년 회계연도 기준 푸드뱅크를 이용한 가구에 거주하는 아동은 82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주거 비용을 제외하고 상대적 빈곤에 처한 아동은 전체 아동의 30%로 이는 지난해보다도 10만명 증가한 수치였다. 같은 기간 아동의 절대빈곤율도 2021~2022년 회계연도보다 30만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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