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상태 직시한 논의 여부가 영국 민주주의 시험대"[통신One]
울프 FT 경제 논설위원 "거대 양당 재정 정책 같은 방식 접근" 우려
"총선 이후가 국가 재정 개혁을 위한 유일무이한 기회"
(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의 경제 전망과 국가 재정 상태가 악화하고 있음에도 7월 총선 캠페인에서 주요 정당들이 현실을 외면한 채 개선 방안을 다루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 타임스(FT)의 마틴 울프 수석 경제 논설위원은 칼럼을 통해 "현재 영국이 처한 현실을 인식하고 개선 방안을 제대로 논의할 수 있는지가 영국 민주주의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울프 위원은 영국 싱크탱크 재정연구소(IFS)가 '이번 총선에서 침묵의 음모가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한 것을 언급하고 보수당과 노동당 양쪽 모두 향후 재정 정책에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정직한 정치 과정은 국가가 약속한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세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될 것"이라며 "최소한 어떤 지출을 삭감하고 어떤 세금을 인상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공개적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개혁이 공공 서비스 질을 높이거나 필요한 세수를 늘려서 세금 인상 또는 지출 삭감이라는 선택 사이의 어려움을 얼마나 완화할 수 있는지도 명확하게 논의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논의에는 성장 전략의 필수 요소도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프는 선거전에 뛰어든 주요 정당에 앞서 언급했던 논의를 위한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우선 도시 개발 계획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경우 다른 나라들보다 인프라 구축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점을 지적하고 반발이 있더라도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두 번째로는 재산세와 개발 계획을 함께 개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방 당국이 개발 대상 부지를 지정하도록 장려하고 상승한 부지 가치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면 빠른 개발을 촉진해 세수 증가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현재 국민연금 저축률이 지나치게 낮다고 지적하고 이를 높이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의무 납입금 8%와 고용주 3% 부담으로 연금을 제공하기에는 너무 적기 때문에 의무 부담금 비율을 일정 기간동안 매년 1%p씩 자동으로 높이는 방안을 권고했다.
마틴 울프는 "총선 여론조사 결과처럼 노동당이 과반수를 차지한다고 가정해 보자"면서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보수당은 얼마나 변화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에 곧바로 휘말리게 될 것이라고 가정해 본다면 이는 개혁을 위한, 어쩌면 유일무이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선거 운동 과정은 우울한 정치적 이벤트로 남을 수 있겠지만 그 이후에도 이전과 똑같이 우울한 정부가 들어서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올해 77세인 마틴 울프는 경제금융시장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분석으로 유럽과 세계 경제에 의미 있는 목소리를 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00년 금융 저널리즘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CBE(대영 제국 사령관)훈장을 받았다. 옥스퍼드 대학교, 런던 킹스 칼리지 런던 대학교의 명예 연구원이자 노팅엄대학교의 명예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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