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이민자문위 "졸업비자 남용 주장 뒷받침 근거 없다" 결론[통신One]

"남용 위험 상대적 낮고 고등교육 질 훼손하지 않아"…유지 권고
러셀그룹 “불확실성 종식하고 제도 유지 여부 확인해 줘야” 촉구

영국 이민자문위원회 위원장 브라이언 벨 교수의 프로필 갈무리. (출처 : 영국 정부 누리집) 2024.05.15/

(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의 졸업 비자 제도(UK's graduate visa)가 원래 취지에 맞지 않게 이민 통로로 남용되고 있다는 정부 고위 관계자의 잇따른 주장이 제기되면서 이민자문위원회(MAC)가 조사를 벌인 결과 그와 같은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지난 3월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내무부 장관은 졸업 비자가 이민 통로에 남용되는 것은 아닌지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이민자문위원회에 긴급 검토를 요청했다.

로버트 젠릭 전 내무부 소속 이민 담당 장관도 최근 졸업 비자 폐지를 요구하면서 "유학생들이 긱 경제(임시직 경제)에 유입돼 저임금으로 일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정부 산하 이민자문위원회에 따르면 위원회는 "졸업비자 제도가 남용될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고 고등 교육 시스템의 진실성과 질을 훼손하지 않는다"면서 관련 제도를 그대로 유지해야 하도록 권고했다.

오히려 학생 대표나 업계 단체, 졸업비자 소지자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인터뷰 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위 과정에 유학생을 모집하는 중개 업체의 잘못된 관행으로 비자를 발급받은 유학생들에 대한 잠재적 착취가 우려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이는 졸업비자 경로를 통한 남용 문제와는 별개라고 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졸업비자 신청자에게 약 11만4000개의 대학원 졸업 비자가 발급됐고 졸업 비자를 발급받은 학생의 부양가족을 위한 비자 3만 개가 추가로 제공됐다.

특히 영국 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하고 졸업 비자를 발급받은 학생들의 국적은 인도, 나이지리아, 중국, 파키스탄 등 상위 4개 국가가 전체 해외 유학생의 약 7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인도가 40% 이상을 차지했다. 또한 진학한 유학생 대부분이 학위 과정을 완전히 이수했다.

보고서는 특히 졸업비자 소지자가 처음에는 저임금 일자리에 과도하게 몰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개선되는 것으로 파악했다. 1년이 지난 후 이들의 수입은 15개월이 지난 영국인 졸업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했다.

졸업비자 소지자가 공공 재정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만 긍정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대부분 직장에 다니고 있고 청년층이기 때문에 공적 자금에 의존하는 비율이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대학원이나 박사과정에 진학하면서 영국으로 데리고 온 부양가족의 취업 결과는 관련 데이터 부재로 경제적 영향을 평가할 수 없다고 했다.

무엇보다 관련 비자제도가 대학이 제공하는 코스 과정의 범위를 확대하는 동시에 영국인 학생과 연구에 대한 재정적 손실을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고 혜택을 받는 대학의 범위를 다양화하는 데도 기여한다고 봤다.

오히려 유학생을 모집하는 일부 중개 업체의 잘못된 관행이 영국 고등 교육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재차 지적했다.

위원회는 대학 등록금의 실질 가치가 떨어지면서 많은 대학이 학생 복지와 연구 분야에서 증가하는 손실을 충당하기 위해 비즈니스 모델을 해외 유학생 등록금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다는 현실을 언급했다.

또한 정부가 경로를 크게 제한하길 원한다면 부양가족 규정 변경이 학생들의 진학과 졸업 비자에 미치는 영향을 완전히 파악하고 유학생 등록금 의존도를 높이는 현재 대학 재정 자금 조달 모델을 개선한 후에 시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히 이번 조사를 진행한 이민자문위원회 위원장인 브라이언 벨 교수는 영국 내무부에 보낸 서신을 통해 "졸업 비자 과정을 현행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며 "해당 비자는 내무부가 제시한 목표를 대체로 달성하고 있고 국제 교육 전략에 명시된 정부 교육 정책도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1월부터 부양가족을 데리고 올 수 있는 규정이 변경되면서 이후 졸업 비자 제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유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지만 추가 변경을 고려하기 전에 전체 영향을 평가해야 하고 비자 경로를 폐쇄하는 것은 과도한 조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연구 중심 명문대학 연합체인 러셀그룹 대표인 팀 브래드쇼도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민자문위원회의 전반적인 메시지는 대학원 과정이 정부가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불확실성을 종식하고 가능한 한 빨리 관련 제도가 계속될 것이라고 확인해 주길 촉구한다"고 했다.

한편 영국 대학 기관 연합체인 유니버시티스 UK은 해외 유학생을 모집하는 중개 업체의 관행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 2월 유학생 입학 절차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위원회도 이번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해외 유학생을 모집하는 중개인을 관리할 수 있도록 의무적인 등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각 대학이 중개 업체 또는 중개인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 관련 데이터를 공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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