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생부터 평생 담배 구매 금지' 英 금연법 1차 투표 통과

찬성 383표·반대 67표…유권자 30% 가량은 법안 지지
"하루 차이로 다른 권리 가져선 안돼" 우려 목소리도

영국 런던에서 한 남성이 담배를 손에 들고 있다. 2023.04.11/뉴스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영국에서 2009년 이후 태어난 이들이 담배를 평생 구매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이 1차 투표에서 가결됐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BBC에 따르면 영국 하원은 이날 찬성 383표, 반대 67표로 금연법을 통과시켰다.

금연법은 올해 말 총선을 앞둔 가운데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내놓은 주요 정책 중 하나로, 2009년 1월 1일 이후 출생한 사람이 평생 담배를 구매하는 것을 금지한다. 전체 인구에 적용될 때까지 흡연 가능 연령을 매년 1년씩 높이는 방식이다. 수낵 총리는 "건강, 장애, 사망의 가장 큰 원인이자 예방할 수 있는 원인인 흡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영국 성인 중 흡연 인구는 전체 성인의 약 13%인 약 640만명인 것으로 추정된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 다른 유럽 국가들의 성인 흡연 비율은 전체 성인의 약 18~23%로, 영국은 다른 유럽 국가들에 낮은 수준이다.

영국 여론은 대부분 금연을 지지하는 분위기이지만 방식에는 이견을 빚었다. 영국 데이터 조사 기업 유거브(YouGov)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3분의 1은 현안을 지지하고, 다른 30%는 모든 사람에게 동시에 금지하는 것을 지지하며, 4분의 1만이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해당 법안은 보리스 존슨 영국 전 총리를 비롯한 보수당 일부 의원들의 극심한 반발을 빚었다. 보수당 의원들은 투표할 의무가 없는 자유 투표권을 얻었지만 기꺼이 투표했다. 이들은 국가가 사람들의 생활 방식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총 57표의 반대표를 던졌다.

담배 회사들도 반발에 나섰다. 담배 제조업체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는 이러한 조치가 암시장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으며, 시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제조업체인 임페리얼 브랜즈의 주가는 타격을 입기도 했다.

케미 베이드녹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 장관은 소셜미디어에서 "자신은 비흡연자이며 총리의 의도에 동의한다"면서도 "국민의 권리에 미치는 영향과 정책 집행의 어려움을 우려해 이 법안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베이드녹 장관은 "하루 차이로 태어난 사람들이 영구적으로 다른 권리를 갖게 되는 식으로 성인들을 다르게 대우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해당 법안이 제정되기 위해선 상원에서 또 한 번의 투표를 거쳐 채택돼야 하지만, 2024년 하반기에 열리는 총선 이전에 법으로 제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BBC는 전했다.

stopy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