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호출 24시간 뒤 도착…英 90대 바닥 넘어진 채 방치[통신One]
웨일스 구급차 서비스 "깊은 유감…시스템 업무 과부하"
구급차 '최대 65시간' 기다린 사례도
(카디프=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에서 위급한 상황에 처한 환자가 긴급구조센터에 전화를 걸어도 터무니없이 긴 시간동안 구급차가 지연되는 사례가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웨일스 남부도시 포트 탤벗에 거주하는 91세 여성이 구급차를 기다리느라 약 24시간 동안 바닥에 방치됐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해 6월에는 북웨일스 덴비셔에 사는 77세 여성이 자택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가족들이 7차례에 걸쳐서 긴급구조전화 999에 걸었지만 구급차가 제때 도착하지 않아 결국 숨졌다.
지난 2022년 10월에도 웨일스 머터티빌에 거주하는 79세 남성이 집 안 부엌에서 넘어져 999에 신고했지만 오줌에 젖은 채로 바닥에 무려 15시간동안 구급차를 기다리다 병원으로 옮겨져 충격을 안겼다.
6일 BBC 등 외신을 종합하면 테레사 존스(91)는 지난달 31일 요양원 복도에서 넘어졌고 구급차를 불렀지만 약 24시간이 지나서야 병원으로 옮겨졌다.
당시 긴급신고센터 999 구급대원은 "뼈가 부러졌을 경우를 대비해 들어 올리지 말라"고 조언했고 복도에 쓰러진 존스는 침대 시트를 바닥에 깔아 몸을 옮긴 뒤 겨우 방으로 다시 옮겨졌다.
존스의 딸인 제니스 맥과이어는 "요양원 직원들이 구급차를 불렀을 때 8시간 정도 걸릴 거라는 말은 들었지만, 신속 대응팀을 보내 엄마의 상태를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며 "몇 시간이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어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기다리라는 말만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엄마가 복도에서 넘어진 뒤에 다른 사람들이 걸려서 넘어질까 걱정됐지만 들어 올릴 수도 없었기 때문에 다시 엄마를 방으로 끌고 들어가야 했다"며 "진통제와 음식도 주지 말라고 안내 받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도 없이 전화를 걸고 거의 24시간 동안 바닥에서 기다린 끝에 2월 1일 오후 8시 45분쯤에 구급차가 도착했다"고 말했다.
31일 오후 9시쯤 존스가 쓰러지고 나서 구조대에 신고한 뒤로 구급차가 거의 만 하루가 지나서 도착한 셈이다.
치매 증세도 있었고 동시에 암 투병 중이었던 존스는 화장실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구급차를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존스는 스완지에 있는 모리스턴 병원으로 이송됐고 검사 결과 뼈가 부러지거나 별다른 심각한 증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아 요양원으로 다시 돌려보내졌다.
맥과이어는 "당시 엄마가 너무 고통스러워했다"며 "대소변도 가리지 못했고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평생 일해오고 세금을 낸 분이 이런 대접을 받다니요"라며 "24시간 통증을 그대로 견디면서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웨일스 정부가 손을 뻗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국민보건서비스(NHS)도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하고 있겠지만 다른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웨일스 구급차 서비스 운영 부국장인 소니아 톰슨은 "이번 일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구급차 서비스가 NHS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시스템 부담으로 극심한 업무 가중을 겪고 있다"고 해명했다.
웨일스 정부는 "구급차 지연 문제에 투입할 예산이 부족한 실정이지만 당일 응급치료, 추가 지역 병상 확보와 사회 복지 서비스 확대에 추가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에는 라쉬다 바티(77)가 북웨일스 덴빅셔에 있는 자택에서 구급차를 기다리다 하지 정맥류 과다출혈로 숨지는 일도 있었다.
바티는 당시 프레스타틴의 린든 워크에 있는 자택에서 피가 흥건하게 젖은 채로 친척들에 의해 발견됐다.
바티의 의붓아들 바티 박사가 3시간동안 7차례에 걸쳐 긴급 전화를 걸었지만 구급차가 도착하기까지 2~5시간 걸린다는 말만 들었을 뿐이었다.
바티 박사는 "예방할 수 있는 일이었다"며 "어머니가 제때 치료만 받았어도 지금쯤 우리 곁에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해당 사례는 이후 검시관이 999 센터 안내 직원이 응급 신고를 접수할 때 카테고리 분류를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이 같은 구급차 도착 지연 사례는 영국 전역에서 고질적 문제로 자리 잡았다.
이에 NHS 잉글랜드는 올해까지 신규 구급차를 800대 이상 늘려 지연 시간을 줄이고 신속한 이송이 필요한 카테고리 2번에 해당하는 환자의 경우 출동 소요 시간을 평균 30분 이내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NHS 웨일스는 가벼운 증상일 경우에는 가까운 약국부터 방문할 것을 권고하고 긴급한 증상이 아닌 경우에는 병원에 오더라도 매우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사전 경고까지 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10일에는 최첨단 장비를 갖춘 구급차 48대를 추가로 투입했지만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는 모양새다.
한편 지난 2023년기준 영국 노동당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에 따르면 잉글랜드에서 구급차를 기다리는 시간은 최대 65시간으로 집계됐고 한 환자는 병원 응급실 밖 구급차 뒷좌석에서 40시간을 기다리는 사례도 있었다.
웨스트미들랜드와 요크셔에서 심장마비, 뇌졸증과 같은 응급 환자가 포함되는 카테고리 2번으로 분류되는 신고에서 대기시간 목표치인 18분이 아니라 약 21시간 이상 대기한 사례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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