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누명쓸까 겁난다…英 우체국 채용 미달로 영업 중단[통신One]

북웨일스 우체국 네빈 지점 지원자 없어 문 닫아

일본 정보통신(IT) 기업 후지쯔.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카디프=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일본 후지쯔가 개발한 컴퓨터 회계 프로그램 ‘호라이즌’ 오류로 인해 우체국 직원 수 백명이 횡령 누명을 쓴 영국 사상 최악의 오심 사건 이후 우체국 지점이 직원 신규 채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결국 문을 닫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31(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웨일스 북서쪽 도시 귀네드에 있는 우체국 네빈 지점은 횡령 누명이 자신에게도 벌어질까 공포에 질린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채용 공고 지원자 미달로 지난해 9월 결국 폐업했다.

우체국 네빈 지점 창구에는 '스파 매드린' 매장에서 부착해 둔 메모가 붙어져 있는데 '영구적으로 문을 닫습니다'라고 적혀있다.

그 밑에는 '호라이즌 시스템과 최근 끔찍한 (횡령 누명)사건으로 인한 부담 때문에 우체국 창구를 운영할 의지와 능력을 보유한 직원을 찾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는 내용이 덧붙었다.

매드린 매장의 관리자인 니콜라 우드는 "(채용 공고 이후) 초기에는 지원자들의 관심이 어느정도 있었지만 ITV 인기드라마 '미스터 베이츠 대 우체국' 드라마 방영 이후 지원자들이 모두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미스터 베이츠 대 우체국'은 영국 민영방송사 ITV에서 올해 1월에 방영한 실화 바탕 드라마로 일본 후지쯔의 회계 프로그램 '호라이즌' 결함으로 인해 억울하게 유죄 판결을 받은 우체국 운영자들이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 우체국 당국과 싸워온 과정을 다뤘다.

실제로 지난 1999년부터 2015년까지 약 900명이 넘는 우체국 운영자들이 ‘호라이즌’ 프로그램 오류로 인해 절도, 사기, 부정회계 등의 혐의로 기소됐고 유죄 판결을 받았다.

무려 20년이 지난 2019년이 되어서야 영국 고등법원 재판 과정에서 호라이즌 프로그램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이 인정됐고 한 우체국 운영자 그룹의 기존 유죄 판결이 뒤집히면서 처음 승소했다.

우드의 여동생인 로레인 윌리엄스는 부정 회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전직 우체국 운영자 가운데 한 명이다.

우드는 "여동생이 겪은 일 때문에 나는 우체국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당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나는 알고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몰랐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큰 책임이 있다"며 "호라이즌 시스템에 지금도 결함이 있거나 결함이 이전부터 존재했다는 사실을 당국에서 알고 있음에도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리즈 새빌 로버츠 하원의원은 이번 호라이즌 스캔들과 우체국의 사업 관행이 지역사회에 해를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네빈 우체국은 직원들이 더이상 컴퓨터 시스템을 신뢰하지 않아 영업을 부분 중단했는데, 이는 수많은 지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귀네드 시의원인 안웬 데이비스는 "네빈에 더이상 우체국이 없다는 사실이 끔찍하다"고 말했다.

우체국 당국은 "투바일리오그 지점이 근처에 있기 때문에 기존에 네빈 지점을 이용하던 사람들은 대중교통을 타고 그리로 가면 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근 ITV 드라마에서 우체국의 부끄러운 시기를 감동적으로 묘사했다"며 "호라이즌 IT 스캔들 피해자들이 앞으로 나오도록 격려하고 정의를 앞당기는 데 있어 드라마의 효과를 환경한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한편 이날 일본 후지쯔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이소베 다케시는 최신 재무결과를 보고하면서 "후지쯔 그룹을 대표해 우체국 운영자들과 가족들에게 깊은 사과의 말씀을 전하며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공식 사과했다.

또한 공개 조사 방향이 명확해지면 적절한 보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tigeraugen.ch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