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기 집권' 노리는 푸틴, 반대 세력 출마 막고 교도소 이감까지

앞으로 두 차례 연임 가능…84세인 2036년까지 집권 가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6일 (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CIS 정상 회의 중 에파블로프스크 박물관의 콘서트에 참석을 하고 있다. 2023.12.27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5기 집권, 3연임에 도전하는 블라디미르 푸틴(71) 러시아 대통령의 정치적 반대 세력 제거에 열을 올리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CEC)는 지난 23일 예카테리나 둔초바(40)의 입후보를 만장일치로 거부했다.

반정부 성향의 기자 출신인 둔초바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정치범 석방 등을 공약으로 내건 인물로, 출마 서류를 제출한 지 72시간도 채 되지 않아 후보 자격을 박탈당했다.

둔초바 캠프 측에서는 텔레그램에 "CEC의 거부는 러시아의 평화롭고 민주적인 미래를 옹호하는 수백 만 시민의 대표성에 반하는 것"이라며 "이번 정치적 결정으로 우리는 대표성을 가질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적었다.

앞서 둔초바는 지난 11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야당 활동가를 탄압해 온 역사를 봤을 때 크렘린궁의 표적이 될까봐 두렵지만, 푸틴 대통령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출마 이유를 전한 바 있다.

러시아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도 최근 시베리아 교도소로 돌연 이감됐다. 나발니는 행방불명 20일 만에 모스크바에서 북동쪽으로 약 1900㎞ 떨어진 시베리아 야말로-네네츠크주 하르프에 자리한 제3교도소(IK-3)로 이감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나발니는 지난 2018년부터 선거 출마 자격을 박탈당한 상태지만, 나발니의 측근들까지 세력화하지 못하게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일례로 러시아 당국은 나발니의 측근 마리아 페브치크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하기도 했다. 페브치크는 나발니가 2011년 설립한 러시아 엘리트층의 부패를 고발하는 단체 '반부패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러시아 반부패 운동가들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크렘린의 표적이 된 빌 브라우더는 영국 타임즈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에서 한 일은 기본적으로 독재 정권을 만든 것"이라며 "그에게 맞서고 싶어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추방되거나 감옥에 갇히거나 죽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푸틴은 모든 정보를 통제하고 있다"며 "어떤 종류의 반대 의견이라도 당신과 당신 가족에게 재앙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모든 사람에게 분명히 한다"고 덧붙였다.

30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포로홉스코예 묘지에서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러시아 바그너 용병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묘지에 장미 꽃에 둘러 싸인 사진이 보인다. 2023.8.31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실제로 지난 6월 무장 반란을 일으켰던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무장 반란 두 달 만에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러시아 야권 지도자이자 유력한 대선 주자로 꼽히던 보리스 넴초프는 지난 2015년 모스크바에서 괴한들의 총에 맞아 숨졌다. 푸틴 대통령을 비판해온 데니스 보로넨코프 전 러시아 하원의원도 이듬해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백주대낮에 총을 맞고 목숨을 잃었다.

한편 내년 3월15~17일 치러지는 대선에서 푸틴 대통령은 연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1999년 12월31일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직을 넘겨받은 푸틴 대통령은 2000~2008년(3·4대), 2012~2018년(6대)을 거쳐 2018년부터 7대 대통령으로 4선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는 지난 2020년 한 차례 헌법을 고쳐 임기를 '중임 2회'로 제한했지만, 개정된 헌법은 차기 대통령부터 적용된다는 단서를 달며 자신은 법 적용을 피하도록 했다. 만일 그가 2024년 대선에서 당선되면, 한 번 더 대선에 도전해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12년 더 집권할 수 있게 된다.

푸틴 대통령은 구소련을 가장 오래 통치한 지도자 조셉 스탈린(1922~1952년, 30년 집권) 이후 18년간 재임했던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공산당 서기장의 임기를 제치며 독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