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One] 네덜란드 왕의 생일, 춤추고 노래하는 어린이들이 축제의 주인공
전 국민이 네덜란드 국왕의 생일을 축하하는, 왕의 날
(에이트호번=뉴스1) 차현정 통신원 = 네덜란드 국민들에게 4월 27일은 매우 특별한 날이다. 나라 전체는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오렌지색으로 물들고 경쾌한 음악과 신나는 축제 인파들로 꽉 찬다.
네덜란드에서 일 년 중 가장 즐겁게 보내는 국경 휴일이 있다면, 바로네덜란드 국왕 빌름 알렉산더(Willem-Alexander)의 탄생일을 기념하는 ‘왕의 날(킹스데이, Koningsdag)’이다. 올해는 빌름 알렉산더 국왕 즉위 10년째를 맞이한 해로 더욱 다양한 행사들이 나라 곳곳에서 열렸다.
매년 왕의 날에 왕과 그의 가족은 도시 한 곳을 방문하는 것으로 행사의 서막을 알린다. 올해 네덜란드 로열패밀리는 로테르담을 찾았고, 도시는 이내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왕을 위해 노래하고 춤추는 네덜란드 어린이들
네덜란드 전역의 어린이들은 '왕의 날' 축제를 학교에서 미리 축하한다. 보통 점심 도시락을 싸가는 네덜란드 초등학교 어린이들은 '왕의 날'에는 왕의 생일 점심을 학교나 지자체에서 제공받는다.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오렌지색, 네덜란드 국기 모양의 페이스 페인팅을 한 어린이들이 이날은 정규 수업 대신 운동회를 하거나 특별한 학교 행사를 치른다. 그리고 한 달 동안 열심히 연습한 노래와 춤을 추는 것으로 행사는 마무리되며, 왕과 왕비는 초등학교 한 곳을 방문해 직접 어린이들과 만나 소통하는 것이 전통이다. 매년 노래의 주제는 바뀌며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노래하는데 전국의 모든 네덜란드 어린이는 왕의 날을 위해 미리 춤과 노래를 연습한다.
왕의 날의 진정한 주인공은 네덜란드 어린이들인데, 국경 휴일로 학교에 가지 않지만 어린이들은 매우 분주하게 하루를 보낸다.
왕의 날에는 네덜란드 전역에서 하루 동안 노점을 여는 것이 허락되기 때문에 어린이들은 일 년 동안 쓰지 않던 장난감, 헌 옷가지, 책등을 모두 가지고 나와서 팔기도 하고 레몬주스, 와플 등을 미리 준비해서 노점에서 팔면서 용돈벌이를 하기도 한다.
악기 연주를 하는 어린이들은 이날 하루 거리의 음악가가 돼 행인들에게 동전을 받기도 하고, 짧은 뮤지컬이나 춤 공연을 하기도 한다.
나라 전체는 다채로운 문화 행사로 왕의 날 축제를 즐기고 그 가장 중심에는 어린이들이 가족, 친구들과 함께 축제문화를 즐기는 전통에는 변함이 없다.
◇왕가의 정통성에 반대하는 비판 세력도 여전히 있어
대부분의 네덜란드 국민들은 왕족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왕의 날에 이토록 전 국민이 즐겁게 노래하고 춤출 수는 없는 일일 것이다.
빌름 알렉산더 국왕은 국민들과 소박하게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고, 크고 작은사건사고에 제일 먼저 달려가서 스스럼없이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몇 주 전 기차 탈선 사고가 났을 때 사고 지역에 가장 먼저 달려간 것은 빌름 알렉산더 국왕이었고, 주민들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하지만 비판 세력도 만만치 않다. 코로나19 봉쇄로 전 국민이 고통을 겪고 있을 때 네덜란드 국왕 가족은 그리스의 호화 리조트로 휴양을 떠났고, 그 뒤에 이 사실이 알려진 뒤 왕가는 국민 앞에 사죄했다.
네덜란드 왕가의 호화 휴양과 불필요한 요트 구매 등도 매년 구설에 오르내린다. 올해 네덜란드 어린이 뉴스 채널에서는 매년 왕의 날을 기념하여 전국의 어린이들이 왕의 날에 춤추고 노래하는 것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과반수의 어린이들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하기도 했다.
네덜란드의 차기 여왕으로 지목되는 빌름 알렉산더 국왕의 장녀, 아말리아 공주 또한 4명 이상 모임을 금지하는 코로나19 봉쇄 기간 정부 방역 지침을 어기고 생일 파티를 벌여 국민들의 지탄을 샀던 적이 있었다. 그녀는 대학 진학이후 일반 시민들과 같이 평범한 대학생으로 살겠다고 했지만 지속된 살해 협박으로 인해 그녀가 꿈꾸던 평범한 서민 행보는 지켜지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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