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만화 너무 봤네…러·우크라서 난동 벌이는 러 10대 갱단 '골칫거리'
쇼핑센터 등에서 패싸움…극단적 민족주의 성향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극단적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한 러시아의 10대 갱단이 러시아에서 대규모 난동을 벌인 데 이어 우크라이나 도시를 어지럽히고 있다. 이 갱단은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일본 만화 '헌터x헌터'에 등장하는 범죄조직을 모티브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현지시간) CNN과 뉴스위크 등에 따르면 PMC 레단(PMC Redan)은 지난달 19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쇼핑몰 '아비아파크'에서 첫 번째 난동을 벌인 뒤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비롯해 러시아 전역의 쇼핑센터에서 패싸움을 벌이는 등 소동을 벌였다.
러시아 당국은 지난달 25일 PMC 레단 회원으로 보이는 모든 십대를 체포하라는 명령을 내렸으며, 이 명령에 따라 최소 350명이 PMC 레단 활동에 참여한 혐의로 체포됐다. 경찰은 이들이 소지한 가스 카트리지와 칼 등을 압수했다.
러시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브깐딱제 사용자인 미르카 이브라에바는 "이들 단체의 난동으로 젤레노그라드에서는 8명이 숨졌고, 모스크바에서는 한 명이 칼에 머리를 찔렸다"며 "경찰은 이제 PMC 레단 회원 체포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PMC 레단은 'PMC(Private Military Company·민간 군사 조직)'라는 약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준군사 조직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 회원들은 거미와 숫자 4가 새겨진 검은색 옷을 입고 다닌다. 이는 일본 만화 '헌터x헌터'의 환영여단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환영여단은 주로 도둑질과 살인을 일삼으며, 단원의 징표로 몸에 거미 문양의 문신을 새긴다.
이들의 활동 목적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단체가 '러시아인을 위한 러시아(Russia for the Russians!)'라는 슬로건을 내건 만큼 극단적인 민족주의 성향을 띤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PMC 레단은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 전역으로 확산했는데, 러시아를 넘어 우크라이나에서도 이들 단체의 활동이 포착됐다. 지난주에는 우크라이나 키이우, 르비우, 하르키우에서도 이들이 목격됐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하르키우에서만 245명의 회원 확인했으며, 이 중 215명은 미성년자였다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 드니프로에서는 회원을 모집하는 데 활용된 텔레그램 계정을 운영하는 16세 소년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소년은 "나는 약 2500명의 회원이 있는 그룹의 창시자"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지난달 28일 "18개의 텔레그램 채널과 그룹을 차단했다"며 "이 단체는 러시아 군사 정보 캠페인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우크라이나의 국내 상황을 어지럽히기 위한 불법 활동에 미성년자를 참여시켰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첩보 행위'라는 주장과는 달리 러시아 측에서도 PMC 레단의 활동으로 골머리를 앓는 모양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PMC 레단 활동을 "청소년에게 좋은 것을 가져다주지 않는 '마이너스' 사이비 하위문화"라며 "이에 마땅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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