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부 7개 팀 중 4팀이 외국인 사령탑…V리그 외인 지도자 '전성기'
2005년 출범 후 최대
- 이재상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프로배구에 외국인 지도자 바람이 불고 있다. 남자부 7개 팀 중 절반 이상인 4개 팀이 외국인 사령탑을 선택했다. 유명 지도자들이 V리그에 합류하면서 다가올 시즌 지략 대결도 더 흥미로워지고 있다.
남자 프로배구 KB손해보험은 21일 스페인 국가대표팀을 이끌었던 미겔 리베라 감독(39·스페인)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2023-24시즌 최하위에 머물렀던 KB손보는 시즌 막판 후인정 감독이 자진 사퇴한 뒤 후임 사령탑을 물색했고 리베라 감독을 택했다.
리베라 감독은 스페인 여자 국가대표팀 전력 분석관(2009년), 스페인 남자 국가대표팀 수석코치(2014~2021년)를 거쳐 2022년부터 스페인 남자배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지냈다.
리베라 감독의 합류로 남자부 7개 팀 중 절반이 넘는 4팀은 외국인 지도자을 택했다. 여자부 흥국생명 마르첼로 아본단자(이탈리아) 감독까지 하면 무려 5명의 외인 사령탑이 한국 무대에서 뛴다.
'디펜딩 챔피언' 대한항공을 이끄는 토미 틸리카이넨(핀란드) 감독을 비롯해 OK금융그룹의 오기노 마사지(일본) 감독, 차기 시즌 현대캐피탈 감독으로 선임된 필립 블랑(프랑스) 감독, KB손보의 리베라 감독이 차기 시즌 지략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최근 발표된 남녀 배구대표팀 사령탑도 모두 외국인이다. 남자 대표팀은 브라질 출신의 이사나예 라미레스 감독, 여자팀은 페르난도 모랄레스(푸에르토리코)가 지휘봉을 잡았다.
최근 들어 외국인 지도자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대한항공 토미 감독이나 OK금융그룹 오기노 감독 등의 성공 사례의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3년 전 로베르토 산틸리(이탈리아) 감독부터 세 시즌 연속 외국인 지도자가 팀을 맡아 통합 3연패를 이끌었다. 지난 시즌 봄 배구를 하지 못했던 OK도 오기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범실을 줄이는 등 OK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장착하며 이번 시즌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외국인 지도자들은 사령탑에 오른 뒤 자신 만의 색을 입히면서 팀을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자부도 유럽에서 성공한 지도자로 꼽히는 흥국생명의 아본단자 감독이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 올 시즌에도 2위를 견인하는 등 순항하고 있다.
여기에 한정된 국내 지도자 풀 등으로 인해 각 팀들은 최근 들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V리그 팀들은 일본 남자 대표팀에서 성공을 거뒀던 블랑 감독, 스페인 대표팀을 이끌었던 리베라 감독 등을 데려오며 반등을 노리고 있다.
다만 외국인 지도자가 무조건적인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여자부 최하위인 페퍼저축은행은 2023-24시즌 캐나다, 미국 국가대표 사령탑을 지냈던 조 트린지(미국) 감독을 데려왔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트린지 감독은 자기만의 스타일이 지나치게 강했고 선수단 관리 등에 실패하면서 페퍼의 하위권 추락을 막지 못했다. 결국 그는 2023-24시즌 막판 경질됐다.
여자 대표팀의 경우에도 전력 분석에 능했던 세자르 에르난데스(스페인) 감독이 2022년 지휘봉을 잡았으나 2년 간 부진한 성적 끝에 지난해 한국을 떠났다.
한 관계자는 "지도자도 일종의 유행이 있는데, 당분간 외국인 지도자들이 V리그에서 강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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