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상의발리톡] 프랑스 다녀온 석진욱 감독 "배구에 대한 배고픔 커졌다"

OK금융 사령탑 물러난 뒤 프랑스 팀에서 연수
파리에 통역 없이 머물며 자비로 선진배구 체험

프랑스 파리 볼리 팀에서 지도자 연수를 했던 석진욱 감독(오른쪽 위) (석진욱 감독 제공)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처음으로 쉬면서 그동안 못 해봤던 것들을 많이 해봤습니다."

남자 프로배구 OK금융그룹의 전 사령탑인 석진욱(47) 감독의 목소리는 밝았다. 배구를 시작한 이후 선수, 코치를 거쳐 감독까지 쉼 없이 30년 이상을 달려왔던 석 전 감독은 해외에서 배구를 직접 지켜보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석 감독은 지난 7월 프랑스 파리로 떠났다. 배구에 대한 견문을 넓히기 위함이었다. 실제 그는 파리 볼리 구단에서 3개월 가깝게 통역 없이 생활을 했다. 현지에서 소요된 경비 또한 자가 부담했다.

27일 '뉴스1'과 통화를 한 석 감독은 "파리 볼리 구단에서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며 "팀과 동행하면서 경기를 어떻게 준비하고 치르는 지 작은 것 하나까지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직접 공도 줍고, 훈련 보조도 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어색했으나 석 감독이 마음을 열고 다가가자 파리 구단 관계자들도 그를 인정해줬다.

프랑스 파리 볼리 팀에서 지도자 연수를 했던 석진욱 감독 (석진욱 감독 SNS)

석 감독은 "단기 비자라 90일 밖에 있지 못했으나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오려 할 때 구단 관계자가 '갔다가 언제 오느냐'고 하더라"면서 웃은 뒤 "세 달 정도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한양대를 나와 1999년 삼성화재에 입단했던 그는 '배구 도사'란 별명처럼 한국 최고의 아웃사이드히터로 활약했다. 무수한 우승을 경험했던 그는 2013년 은퇴 후 곧바로 러시앤캐시(현 OK금융그룹) 수석코치로 부임했다. 이후 2020년 사령탑을 맡아 세 시즌을 보냈고 올 여름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처음으로 휴식 시간을 갖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됐다.

석 감독은 "파리에서 혼자 유럽선수권대회 배구 경기를 보기 위해 이탈리아도 다녀왔다"며 "남들은 쉽다고 할 수 있겠으나 직접 티켓을 끊고 숙소를 예약하는 등의 일들이 익숙하지 않더라"고 멋쩍게 웃었다.

이탈리아 공항에서 무선 인터넷이 잘 터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던 일이나 항공편 지연으로 비행기 환승을 위해 뛰어가 힘겹게 탑승해야 했던 소소한 해프닝들도 그에게는 귀중한 경험이었다.

석진욱 OK금융그룹 감독이 19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도드람 V-리그 프로배구 남자부 KB손해보험과 OK금융그룹의 경기에서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2021.1.1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석 감독은 "그 동안 줄곧 지시를 내리는 입장이었는데 현지에 가서는 공 줍는 것부터 사소한 것 하나까지 다 함께 했다"며 "(어시스턴트 코치로) 비디오 설치도 직접 했다. 배구뿐 아니라 여러 가지 부분에서 느낀 것들이 많다"고 했다.

폴란드,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을 돌며 선진 배구를 직접 지켜본 것도 큰 자산이 됐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최근 직접 보지 못했는데 눈으로 보고 배운 것들이 앞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배구에 대한 갈망을 채우기 위한 석 감독의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그는 다음 주에는 일본으로 향한다.

매년 12월에 열리는 천왕배 전일본 배구대회를 직접 보기 위함이다. 천왕배는 국내 프로축구의 대한축구협회(FA)컵 개념으로 일본 프로배구 1,2부 팀 뿐 아니라 대학, 실업팀까지 모두 참가한다.

석 감독은 "평생 배구를 했지만 배구에 대한 공부는 더 필요한 듯 하다"며 "딱히 정해진 스케줄도 없다(웃음). 부족했던 것들을 돌아보며 잘 채워가겠다"고 미소 지었다.

파리 볼리에서 지도자 연수를 했던 석진욱 감독 (가운데) (석진욱 감독 SNS)

alexe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