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웅크리지 않았던 벤투호, '브라질'과의 '토너먼트'에선 어떨까
수비 위주 아시아 팀과 달랐던 한국의 16강행
6일 오전 4시 FIFA 랭킹 1위 브라질과 맞대결
- 이상철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우리보다 강한 상대들과 만나 웅크리지 않고 맞붙은 끝에 16강 진출권을 따낸 '벤투호'가 이제 다음 단계에 오른다. 지면 곧바로 짐을 싸야하는 '토너먼트'에서 세계 최강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브라질'을 상대로는 어떤 축구를 펼칠까.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6일 오전 4시(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스타디움 974에서 브라질과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을 치른다.
FIFA 랭킹 1위이자 영원한 우승 후보 브라질은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만났던 우루과이(0-0 무), 가나(2-3 패), 포르투갈(2-1 승)보다 훨씬 강한 팀이다. 전 세계 축구 전문가는 하나같이 객관적 전력에 앞서는 브라질의 압승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공은 둥글고 토너먼트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와도 이상할 것이 없다. 한국도 만만치 않은 팀으로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 받은 '언더독'이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일본, 호주 등과 함께 아시아 돌풍을 일으켰지만 다른 아시아 팀과 다른 길을 걸었다.
대다수 아시아 팀은 강팀을 상대로 수비에 더 무게를 둔 극단적 효율 축구를 펼쳐 이변을 일으켰다. 독일과 스페인을 잡은 일본도 전반전에는 수비를 단단히 하면서 지키는 축구를 하다가 후반전 시작과 함께 빠르고 조직적인 패스로 역습을 전개, 상대 골문을 열었다. 과거 월드컵에서도 약팀이 강팀을 잡았던 방식이다.
하지만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 모두 수비에 치중하지 않고 자신들이 준비한 축구를 펼쳤다. 중원에서부터 강하게 맞붙어 경기를 주도했고 4년 동안 갈고 닦은 빌드업 축구가 통한다는 걸 보여줬다. 점유율 싸움에서 크게 밀리지 않았다. 특히 상당히 공격적인 축구를 펼친 것도 인상적이었는데 조별리그에서 기록한 슈팅만 43개였다.
한국이 기본 뼈대를 유지하면서 일관된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건 고무적이다. 우루과이전과 가나전에서는 불운 탓에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내용은 좋은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반드시 이겨야 했던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최종전에서도 '우리의 경기'를 펼쳐 최상의 결과를 따냈다.
월드컵 개막 전까지만 해도 많은 이들이 "물러선 뒤 한 방을 노리는 전략을 해야 한다"며 빌드업 축구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지만, 벤투 감독과 선수들은 그 우려의 시선을 걷어냈다.
그러나 이번엔 총 3경기를 치르는 조별리그가 아니라 단판 승부로 진행되는 토너먼트다. 지면 곧바로 탈락하는 만큼 더 신중한 경기 운영이 요구된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브라질도 마찬가지다.
브라질은 1994년 미국 대회부터 월드컵 7개 대회 연속 8강 진출에 성공했지만, 자국에서 개최한 2014년 브라질 대회 16강전에서는 칠레를 승부차기로 꺾고 힘겹게 8강에 오른 바 있다. 따라서 카타르 대회에서 가장 거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을 상대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어 보인다.
벤투가 최강과의 토너먼트 무대에서도 '우리 축구'를 펼칠 것인지, 아니면 승리에 방점을 찍고 골리앗을 쓰러뜨리기 위한 실리축구를 펼칠 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소위 빌드업 축구만 고집하지 않고 롱패스를 많이 가미하고, 예상치 못하게 이강인을 선발로 넣는 등 이번 대회에서 벤투 감독이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기에 그의 선택이 더 궁금해진다.
분명 전력은 브라질이 우위지만 축구에, 스포츠에 무조건은 없다. 벤투 감독은 "단판전이기 때문에 한국이 브라질을 이길 수 있다. 결과는 모르는 것"이라며 "우리는 잃을 것이 하나도 없다"고 각오를 다졌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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