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 필두 천성호·문상철…탄력받는 KT, 이번엔 방망이 힘으로 올라가나
선두 KIA 상대 위닝시리즈, 꼴찌 벗어나 승률 4할 근접
마운드 불안하나 팀 타격 활발…팀 타율 3위·득점 2위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수비 적성'을 찾은 뒤 타격이 폭발하고 있는 강백호에, 박병호의 부진을 잊게 만드는 '늦깎이' 문상철과 '복덩이 2루수' 천성호까지. '슬로 스타터' KT 위즈가, 이번엔 마운드가 아닌 방망이의 힘으로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KT는 지난 2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12-5로 이겼다.
이로써 KT는 주중 3연전을 2승1패 위닝시리즈로 장식했다. 순위표 9위에 처져있는 팀이 선두를 상대로 승패 마진을 줄인 것이다.
KT의 올 시즌 출발은 좋지 못했다. 믿었던 마운드가 무너진 가운데,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핵심 선수들의 부상 이탈이 이번에도 나왔다. 토종 에이스 고영표와 주전 중견수 배정대의 이탈은 너무도 크게 느껴졌기에, 이번엔 반등이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KT는 남들보다 천천히 힘을 내고 있다. 최근 10경기에서 6승4패의 상승세를 타며 순위표 최하단에서 벗어났다. 8위 한화 이글스와의 격차는 0.5게임, 6위 키움 히어로즈와도 3게임 차로 사정권에 들어왔다.
'투수 왕국'으로 불리던 예년과는 상황이 다소 다르다. KT의 팀 평균자책점은 10개 구단 중 유일한 6점대(6.29)로 여전히 최하위다.
초반에 크게 까먹은 것이 많았다고 해도, 여전히 마운드는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육청명과 원상현, 두 루키 투수가 선발 로테이션을 돌고 있고, 필승조도 안정세에 돌아온 마무리 박영현을 제외하곤 여전히 완전하지 않다.
이런 불안한 마운드를 타선이 지탱해 주고 있다. 예년의 KT 타선은 '강하다'는 느낌보다는 '응집력이 좋다'는 느낌이었는데, 올해의 타선은 확실히 강해졌다.
현재까지 팀 타율이 0.284로 선두 KIA(0.298), 지난해 팀 타율 1위 LG(0.291)에 이어 3위다. 팀 득점은 197득점으로 KIA(201득점)에 이은 2위이며, 팀 홈런(37개)도 3위에 해당한다.
타선을 이끄는 이는 '각성한' 강백호다. '천재 타자'로 불리며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함께 리그 최고의 재능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그는 최근 2년간 부상 등으로 인해 침체했는데, 올 시즌 다시 날개를 펴고 있다.
공교롭게도 시즌 초반 포수로 수비 출장을 하면서 타격감도 살아났다.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으면서 활기를 띤 모습인데, 일주일에 1~2번 정도 포수 출장하면서 타격에서는 예전의 매서움을 보여준다.
4월이 가기 전에 일찌감치 10홈런 고지를 밟았고, 타율도 0.327로 준수하다. 최근엔 5경기 연속 멀티히트 행진에 10경기 타율이 0.429에 달한다.
문상철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로 만 33세의 문상철은 팀 내에서 줄곧 대타, 백업 요원으로 분류됐지만, 올해 주전 1루수 박병호의 부진을 틈타 주전급으로 도약했다.
현재까지 30경기에 출전해 0.356의 타율과 7홈런 17타점 등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득점권 타율도 0.375에 달한다. 수비를 중요시하는 이강철 감독의 특성상 그간 중용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인데, 올해만큼은 제대로 기회를 잡고 있다.
'복덩이' 천성호도 KT의 핵심 자원이다. KT의 오랜 고민거리였던 2루 수 자리를 꿰차면서 리그에서 손꼽히는 교타자로 활약 중이다.
현재까지 0.340의 타율로 리그 5위, 안타(51개)와 득점(32개)은 리그 1위다. 지난해 퓨처스리그 타격왕이었던 천성호는 올해 1군에서 최고의 리드오프로 자리매김하는 모양새다.
배정대의 이탈과 박병호, 황재균의 부진 속에서도 이 세 명이 꾸준히 활약을 펼쳐줬고, 이 덕에 KT는 최근 타선이 전체적으로 살아나고 있다. 황재균을 시작으로 장성우, 김민혁, 김상수 등도 서서히 감을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KT는 이달 말 고영표를 시작으로 6월엔 소형준까지 복귀가 예정돼 있다. 이들이 돌아오기 전, 자칫 완전히 가라앉을 수 있었던 팀 분위기를 타선의 힘으로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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