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단계 더 올라서고픈 KIA 박찬호…"출루율 높이는 게 내 살 길"

지난해 첫 3할…"올해는 출루 잘 하는 타자 되고파"
우승 열망 가득…"자기 전에 KS 우승 순간 상상해"

출루율에서 업그레이드를 노리는 KIA 내야수 박찬호. /뉴스1 DB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KIA 타이거즈 유격수 박찬호(29)는 지난해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생애 첫 3할 타율에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에서 오지환(LG 트윈스)과 각축을 벌일 정도로 만족스러운 시즌이었다.

하지만 박찬호는 한 단계 더 올라서고 싶은 욕심이 있다. 팀 내 1번타자이자 가장 발 빠른 주자로서 출루율을 높여 팀에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이다.

박찬호는 사실 선구안, 출루율이 썩 좋은 타자는 아니다. 통산 타율이 0.255, 출루율이 0.315로 타율과 출루율의 갭이 6푼 정도에 불과하다.

생애 처음으로 3할 타율을 기록했던 지난해에도 출루율은 0.356로 타율 대비로 보면 썩 높지 않았다.

그러던 그가 올해는 '출루'를 확실한 목표로 잡았다. 지난 26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이런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 있었다.

0-0으로 맞선 5회말 무사 1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박찬호는 첫 3개의 볼을 골라냈다. 이후 2개의 스트라이크를 지켜보며 풀카운트가 됐고, 6구째 볼을 다시 골라 걸어 나갔다.

박찬호는 "매번 안타를 칠 수가 없기에 결국 출루를 목적으로 해야 한다"면서 "그 상황을 돌이켜보면 3볼 1스트라이크에서 한 가운데 오는 직구를 치지 않았다. 상황에 맞게 콘셉트를 정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범호 KIA 감독도 그 장면을 칭찬했다. 이 감독은 "예전에는 꼭 안타를 쳐야겠다는 마음이 강했다면 이제는 '출루'를 생각한다"면서 "그러다 보니 안타도 더 많이 나온다. 팀에 도움이 되기 위해 변하는 모습이 좋다"고 말했다.

공을 골라내는 것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 박찬호는 "작년에 좋은 성적을 내면서 공을 보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면서 "물론 지금도 강한 스윙을 그대로 가져가지만, 공을 더 잘 보면서 좋은 공에 방망이를 내다보면 안타도 더 많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KIA 박찬호. /뉴스1 DB ⓒ News1 이성철 기자

구체적인 출루율 목표도 정했다. 타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3할 중후반 이상을 설정했다.

그는 "사실 출루율을 높이는 것이 내 살 길이라고 생각한다. 출루를 잘 한다는 정도로 수치를 내고 싶다"면서 "ABS가 도입되면서 존도 흔들림이 없기 때문에 더 편하게 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박찬호가 출루율에 대한 욕심이 많아진 것은 우승에 대한 열망과도 연관이 있다. 팀이 우승 후보로 꼽히는 가운데, 리드오프로서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이다.

박찬호는 "요즘엔 다른 생각보다 우승하고 싶다는 생각만 한다"면서 "자기 전에 자꾸 한국시리즈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는 순간을 상상하게 되더라"며 웃었다.

KIA의 마지막 우승이었던 2017년엔 군 복무로 영광을 함께 하지 못했던 그는 올해 우승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박찬호는 "스프링캠프 시작 전부터 우승에 대한 생각이 정말 커졌다"면서 "작년과 비교하면 우리 팀 전력이 훨씬 좋아졌다. 특히 투수들의 기량이 확연히 좋아졌기 때문에 우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