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특 가족 비극, 치매 환자 가족은 '숨겨진 환자'

치매환자 대부분 가정에 방치상태...가족 스트레스 한계치 달해
치매 부모 살해 후 자살 이특 아버지 비극...치매가족 대책 시급

(서울=뉴스1) 고현석 기자 = 정부서울청사에서 지난해 11월 열린 '효사랑 로비갤러리'에 치매나 노환으로 인지기능이 떨어진 어르신들께서 미술치료를 받으며 그린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뉴스1 © News1 양동욱 기자

</figure>치매는 본인도 문제지만 가족에게 더 큰 고통을 강요하는 질환이다. 경제적인 부담보다 정신적인 문제가 더 크다. 일단 치매환자 가족은 환자를 돌보느라 사회적인 활동을 제한받아 인간관계가 무너진다. 간병을 두고 가족 간의 갈등이 불거지기도 쉽다.

경제적 부담에다 간병 등의 활동으로 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이 건강에 직접적 위협을 받게된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치매가족 환자를 '숨겨진 환자'라고 부른다. 전문의들은 치매 노인이라는 겉으로 드러나는 환자와 부양하는 가족이라는 숨겨진 환자라는 2명의 환자를 만들어 내는 질환이라고 설명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치매인구는 2008년 42만1000명에서 2012년 53만4000명으로 11만3000명 늘어났다. 공식집계가 이 정도고 실제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환자를 합치면 보수적으로 잡아도 60만명 이상이 돌봄을 필요로 하는 치매환자라는 게 일선 의사들의 설명이다.

치매 유병률도 점점 올라가고 있다. 2012년 기준 9.1%다. 오는 2025년에는 65세 이상 치매 인구가 1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부 추정으로 이 수치는 2050년에 238만명에 이를 예정이다. 치매 유병률도 13.2%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치매는 소요되는 비용면에서도 살인적이다. 5대 만성질환인 관절염이 40만원, 고혈압 43만원, 당뇨 59만원, 뇌혈관 204만원 등인데 비해 치매는 310만원이다. 치매검사 진행에만 100만원에 가까운 비용이 든다. 분당서울대병원의 최근 치매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치매 치료비용규모는 2010년 8조7000억원에서 점차 증가하는 추세로 2050년에는 134조6000억원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2012년 기준으로 공식 치매환자 53만명 중 국가가 지원하는 요양시설과 간병인의 도움을 받는 사람은 14만9000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38만명 남짓은 가정에서 가족들의 간병을 받고 있다. 치매 환자의 대부분이 가정에 방치돼 있는 뜻이다. 치매가 보통 10년 이상의 장기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가의 더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노인복지 전문가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치매가 고령화시대의 '랜드마크 질환'으로 떠오르고 있은 가운데 정작 고통의 핵심지대에 위치하게 되는 것은 환자 가족이다. 일선 사회복지센터 관계자들은 치매 환자 가족들이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몇년 사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한 조사에서는 치매 환자 가족 10명 가운데 8명은 치매 환자를 돌보느라 직장을 그만두거나 근로 시간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서울 마포노인복지센터의 한 상담사는 "특히 60대 노인이 80~90대 치매 부모를 모시면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눈에 띈다"며 "평균수명이 늘어나 60대만해도 이제는 한창 나이인데 치매간병 때문에 제대로 활동을 하지못하고 경제적으로도 힘이 든다는 호소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치매노인의 절대수가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상태에서 가족의 부양기능은 약화되고 있는 반면 부양 수요는 계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데 있다.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족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노인복지서비스 등은 선진국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태다.

특히 치매노인 가족은 노부모를 부양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심리적, 경제적, 건강상의 부담, 노인과의 관계형성 악화 등으로 개인과 가정생활에 변화를 경험하고 있지만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가족간의 역할수행에서 역기능을 경험하고 있다.

가족의 스트레스 부양부담은 주부양자를 비롯한 가족 전체의 생활에 영향을 미쳐 결국에는 치매노인의 부양보호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이 유기, 방임, 학대, 자살이다. 정부 차원에서의 대책 마련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pontife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