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재구성]수강생 불러 몹쓸짓한 편입학원 대표, 그를 협박한 강사
10~20대 수강생 집으로 불러서 성범죄 저지른 명문대 편입생
범죄 제보받은 강사, 대표 협박해 2억원 갈취
- 김정현 기자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성균관 유림으로서 덕망높은 학자이셨던 증조부의 영향으로 교육을 중시하는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삼수로 S대학교 경영대학에, 10수 끝에 K대학교 사범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전직 비대면 편입학원 대표 최모씨(31)가 자신의 프로필에 올려둔 자기소개다. 10년이란 긴 시간을 들인 끝에 명문 사립대 편입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로 사교육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최씨. 그러나 그 정체는 10~20대의 어린 수강생들을 자신의 집에서 성폭력을 행사한 추악한 범죄자였다.
편입한 대학교에서 총학생회 산하 편입생위원회장까지 맡은 '잘나가는 편입학원 대표'였던 최씨의 실체는 폭로글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난 2021년 8월 SNS 및 커뮤니티 등을 통해 최씨가 "대면수업을 해주겠다"며 수강생들을 사무실로도 사용하던 자신의 아파트로 부른 뒤 성폭력을 저지르고 협박이나 폭행을 당했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최씨의 편입학원은 '해괴망측한 음해성 허위사실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문까지 올리며 반박에 나섰다. 그러나 피해를 알리는 글이 연이어 올라오자 옴싹달싹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편입학원 강사, 대표 성추행 알고 협박…합의 대리 거짓말로 2억원 뜯어
문제는 이같은 폭로글이 최씨의 편입학원에서 강사로 일하던 장모씨(24)로부터 시작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한 수강생으로부터 '최씨에게 성추행 당했다'는 말을 들은 장씨는 추가 피해 제보를 받거나 피해자들을 돕겠다는 동영상을 올리는 등 최씨의 성범죄 공론화를 진행했다.
이후 장씨는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피해자 6명을 만나 자신이 변호사 선임 등을 제안했지만 의견 차이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장씨는 최씨의 변호사와 만나 마치 자신이 합의를 대리할 권한을 부여받은 것처럼 속였다. 이어 자신에게 합의금을 주지 않는다면 추가 성범죄를 고소하거나 폭로할 것처럼 겁을 줘 최씨로부터 1억1000만원을 받았다.
장씨는 이후에도 "추가 피해자가 더 있는데, 집단 고소를 막고 싶다면 돈을 달라"고 재차 겁을 줘 다시 1억500만원을 갈취하는 등 최씨로부터 총 2억1500만원을 갈취했다.
그러나 결국 편입업계에 성범죄 소문이 퍼지고, 장씨에게 지속적으로 돈을 뜯긴 최씨는 지난 8월 사과문을 올리고 편입학원 문을 닫았다. 10년 만에 편입한 대학도 자퇴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10명 집단고소…"뽀뽀를 알려주겠다" 강간·강제추행 드러나
이후 피해자 10명이 최씨를 강간 및 강제추행, 유사강간 등의 혐의로 집단으로 고소하자 최씨는 법정에 섰다.
이후 서울 동부지법 제11형사부 김병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드러난 최씨의 범행은 알려지기를 극도로 기피했던 것 만큼 끔찍했다.
당시 10대였던 피해자 A씨에게 "뽀뽀를 알려주겠다"며 신체를 만지고 강제 추행을 저질렀다. 다른 피해자 B씨에게는 "마사지를 해주겠다"며 강제추행을 했다.
뿐만 아니라 거부하는 다른 피해자를 힘으로 억눌러 성폭행한 일도 있었으며, 어떤 피해자는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감금하고 유사 성폭력을 행사한 사실도 드러났다.
재판부는 최씨에게 징역 4년 및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120시간 이수, 5년 신상정보 공개·고지 명령을 내렸다.
김 부장판사는 "피해자 수가 짧은기간에 걸쳐 많고 자신이 보호해야할 사람을 상대로 이뤄진 성폭행이라는 점에서 피고인에 대해 실형선고가 불가피하다"며 "피고인이 형사처벌 받은 전력이 선고유예를 초과하는 것이 없다 하더라도, 단기간에 본인의 신분을 망각한 채 이뤄진 이 사건에서 중한 형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장씨도 결국 법정 行…사기·공갈 혐의로 집행유예 2년
장씨 역시 사기, 공갈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 동부지법 형사5단독 장민경 판사는 "피해 합계액이 약 2억원 상당으로 피해액이 적지 않고 이 사건 범행 수법 등을 고려해 볼 때 피고인의 책임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고 합의한 점, 벌금 이상의 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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