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사고, 일선 조종사들 "공항문제"

"샌프란시스코 공항, 사고 많은 특수공항"
전문가 "착륙 시도 때 요구속도에 못 미쳐"

반면 전문가들은 사고 원인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면서도 '조종사 과실'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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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지난 7일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착륙 중 충돌사고를 일으킨 아시아나항공 OZ 214편 사고 여객기 관련 사진을 8일 공개했다. (미국교통안전위원회 제공) 2013.7.8/뉴스1 © News1

</figure>8일 한 현직 조종사는 뉴스1과 통화에서 일각에서 이번 사고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관숙비행 중이었던 조종사의 해당 비행기 조종 경험 부족'에 대해 납득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조종사는 "샌프란시스코공항은 국토부에서 지정한 특수공항인데다 대만, 중국, 홍콩, 일본 등 아시아나라에서 출발한 조종사들은 12시간씩 비행해서 가야하기 때문에 착륙이 쉽지 않은 곳 중 하나"라며 "아시아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들로 인한 사고뿐만 아니라 이벤트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공항 중 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특수공항은 국토해양부 장관이 운항상 특기사항이 있다고 판단하면 지정하는 공항이다.

지정기준은 ▲공항주변의 산악지형, 장애물 또는 제한사항 등으로 인해 이륙·착륙 또는 복행 시 항공기 운항에 영향을 주는 공항 ▲특정한 도착 또는 출발절차를 적용하는 공항 ▲운항에 필요한 공항시설이 미흡하거나 제한된 정보를 제공하는 공항 ▲기타 이·착륙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등이다.

국토부는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특정절차(출발·도착), 공항인근 산악지형 등을 이유로 특수공항으로 2001년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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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혜 아시아나항공 OZ214편 최선임 승무원(왼쪽)이 7일 샌프란시스코 공항 활주로에 사고기 탑승자를 대피시킨 후 돌보고 있다.(월스트리트저널 페이스북) © News1 이종덕 기자

</figure>이 조종사는 이어 "특수공항은 최근 1년 안에 해당 공항을 비행해서 다녀온 적 있는 조종사들만 갈 수 있는 곳"이라며 "이번 교육처럼 전환교육 때 (공항에) 들어가는 조종사의 경우 경력있는 교관과 함께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고 원인이 보잉 777-200ER 비행경험이 43시간에 불과한 이강국 기장의 경험 부족때문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해(당)기종을 오랜시간 조종한 경험이 있는 교관이 동석했기 때문에 그로 인해 사고가 났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러면서 "기종을 바꾼다고 바로 관숙비행에 들어가는 게 아니고 관숙비행에 앞서 6개월간 전환교육프로그램을 통해 가상비행을 50시간 이상씩 한다"며 "마지막 단계 1달에서 1달 반 정도는 실제 비행훈련도 한다"고 덧붙였다.

비행속도가 낮아 1.5초 전에 재상승을 시도했다는 지적에는 "단순히 고도가 낮거나 속도가 빠르지 않아 재상승(복행)을 하는 게 아니고 다른 불안정적인 요소가 있을 때 복행을 하는 것"이라며 "확실한 부분에 대해서는 녹취록이 조만간 공개가 될 것이고 연방항공안전위원회(NTSB), 국토부 등이 조사 중이니 추측성 발언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몇 시간 전 사고 비행기 조종사와 통화를 했다던 이 조종사는 "사고 비행기 조종사들의 건강에는 이상이 없고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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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전문가들은 사고 원인에 있어 "통상적인 비행사고 원인이 되는 세 가지 중 이번 사고가 어떤 것에 의한 것인지 아직까지는 단정짓기 어렵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지만 '조종사 과실'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김종암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뉴스1에 "지금 알려진 정보가 극히 제한적이고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비행사고 원인으로 지목되는 '관제탑 송수신 과정 오류, 기체 결함, 조종사 과실' 중 이번 사고가 어떤 원인이라고 말하기는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현재 나온 정보를 놓고 봤을 때 정황상 확실한 건 주어진 고도에서 주어진 착륙속도를 얻지 못한 것 같다는 것"이라며 "비행 시 1000피트에서 속도 얼마, 500피트에서 얼마 이런 시퀀스가 있는데 들은 바로는 착륙시 요구되는 속도보다 낮은 속도로 비행 중이었던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경우 양력이 약해져서 원래 착륙예정지보다 앞선 곳에 착륙할 수 있다"며 "이런 부분이 정상이 아니어서 (조종사가)수동으로 전환(메뉴얼 랜딩)해 비상착륙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기수올림을 심하게 해 비행기의 꼬리부분이 지면과 먼저 충돌을 일으키면서 사고가 촉발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보통 그런 게 있으면 1~2분 전이나 기체 결함이 발견된다 이런 얘기가 오가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보도에 따르면 관제탑과 교신을 주고 받은 내용에서 자동유도장치가 고장이 났다고 돼 있는데 관제탑이 다른 활주로로 제대로 유도를 못 한건지 기장이 실수로 해당 활주로로 착륙 시도한 건지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사고 원인이 엔진의 출력 잘못인지, 교신의 착오인지, 조종사 개인의 문제인지, 기체상 결함인지 등을 섣불리 예측하기 힘들다"며 "조사결과를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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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항공대학교 한 교수도 "국토부, 미국 조사단 등이 조사를 하고 있는 과정에서 성급한 예측은 조금 곤란하다"면서도 "비행기의 스피드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스포일러가 양쪽다 제대로 작동이 되었나 이 부분을 기술적으로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박승오 카이스트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착륙할 때 속도와 고도가 낮아 너무 일찍 땅에 닿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착륙 시나리오를 봐야 알 수 있을텐데 현재로서는 예단이 어렵고 실제 조종사들이 이런 시퀀스는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hw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