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암고, 인성교육 안 시키나"…교장 "尹 40년 넘은 졸업생, 카르텔 억울"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충암파' 라인이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뒤 충암고등학교에 민원이 빗발치는 가운데 교장이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지난 13일 SBS '모닝와이드'에는 이윤찬 충암고등학교 교장이 출연해 '충암고 프레임'에 대해 해명했다.
충암고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여인형 방첩사령관 등 비상계엄 사태 주동자로 거론되는 이들의 모교다.
이 교장은 "시민들의 항의 전화가 정말 엄청날 정도였다. 이틀간 100여 통 넘게 왔다. 부재중 전화까지 합친다면 훨씬 더 많은 전화가 왔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입을 열었다.
이날도 충암고 행정실에 한 민원 전화가 걸려 왔다. 민원인은 "인성교육 안 시켜요? 인성교육 잘 시키는데 나라가 왜 이 모양이에요? 충암고 애들 못 돌아다니게 해달라"며 "인성도 안 좋은 애들하고 같이 길에서 시비가 걸리거나 그러면 (어떡하냐)"고 했다.
이 교장은 "애들은 한참 민감하고 위축되고 (비난이) 폭행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까 봐 걱정"이라며 "(탄핵 정국에서 시민들이) 화가 나지만 대통령실 전화번호를 아는 것도 아니다. 그럼 이 원망을 쏟아부을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은 (충암고) 졸업생들이 많으니까 학교인 것 같다"고 말했다.
민원 전화뿐 아니라 악성 댓글도 넘쳐나는 상황이라고. 이에 학생들이 직접 나서서 자발적으로 공식 입장문까지 작성한 가운데, 교사들은 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을까.
이에 대해 이 교장은 "오해를 푼다고 우리가 성명을 발표하면 정치적 중립 위반 시비에 휘말려서 교원들이 다칠 수 있다. 교육기본법에 저촉된다"며 "저는 우리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으면 뭐라도 하겠다는 마음이라서 인터뷰에 응했다"고 설명했다.
충암파와의 관계성에 대해서는 "정말 억울하다. 장관이 되고, 사령관이 되고 그러면 모교 동문 초청 강연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충암파와 관계 형성은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분들 졸업한 지 40년이 넘었다. 이분들 가르쳤던 선생님들 한 분도 안 계시고 지금 다 은퇴하셨다"면서 "충암고등학교에서 딱 3년 지냈고, 졸업한 이후 30년간 형성된 세계관과 카르텔은 구별 좀 해주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장은 지난 2021년 9월 윤 대통령이 대선 예비 후보 시절 충암고에 방문한 사실도 언급했다.
그는 "9월 6일 전화가 왔다. '모레 윤석열 후보가 학교에 방문할 테니까 그렇게 아십시오'라고 하더라"라며 "당시 코로나19 상황이었는데 '방역 지침 잘 지켜주십사' 해서 20명으로 인원을 제한했다. 근데 약 150명이 오셔서 방역 지침을 지킬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오셔서 한 30분 야구부하고 행사하고 학교 한 번 돌아보지도 않고 그냥 가셨다"고 밝혔다.
또 이 교장은 "우리 학교가 급식실, 체육관 짓는 데 4년이나 걸렸다. 예산이 없어서 공사가 3번이나 중단됐다"며 "'대통령 배출한 학교인데 대통령실 가서 학교 어려운 사정 이야기하면 모교에 특별 교부금 좀 후하게 내려주실 수 있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절대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한다. 특권 같아서 애들도 결국 알게 된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계엄을 겪었던 과거도 떠올렸다. 그는 "(1979년 당시 계엄군) 앞을 지날 때 정말 무서웠다. 초등학교 4학년 때인 1979년 12·12 사태가 일어났고 계엄령이 내려졌다"며 "어느 날부터 계엄군들이 탱크를 곳곳에다 세워놓고 착검까지 하고 총에다가 칼까지 꽂고 다녔다. 만약 그때(지난 3일) 국회에서 (계엄을) 막아내지 못했다면 '우리 학생들의 삶은 어떡하지? 꿈도 못 펼친 상황인데 당장 아이들에게 민주주의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싶었다"고 했다.
끝으로 이 교장은 "앞으로 저와 교직원들이 더 노력해서 (충암고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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