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청장·공무원 지역 현안에 '즉문즉답'…'열린구청장' 완료

이승로 구청장, 한달간 관내 20개 동에서 제안 378건 접수
수종 교체부터 전기차 충전소 이전까지…"현장에 답 있다"

28일 서울 성북구 석관동 현장구청장실에서 구민들이 O.X 퀴즈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모습. (성북구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서울 성북구는 지난달 22일부터 관내 20개 모든 동을 돌며 진행한 '1일 현장구청장실'이 28일 모든 일정을 마쳤다고 29일 밝혔다.

주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된 현장구청장실은 지역을 위한 제안과 조언을 주민에게 직접 듣고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이승로 구청장의 공약사업이다. 2018년 민선7기 취임 초기부터 중점사업으로 운영됐다. 이번 사업에서는 4500여 명의 주민이 참여해 378건의 제안을 했다.

이번 현장구청장실은 지난달 22일 길음2동으로 시작해 전날 석관동을 마지막으로 20개 동을 순회했다.

전날 석관동에서 진행된 마지막 현장구청장실에서는 전기차 충전소 이전 문제부터 아파트 내 수종 교체 문제까지 다양한 민생 관련 질의가 쏟아졌다. 성북구에서는 이 구청장을 비롯해 다수의 실국장급 공무원 등 실무진이 참석해 즉석에서 구민 질의에 답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이순영 구민은 "인천 전기차 화재로 불안하다"며 "화재에 대한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도록 제가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의 전기차 충전기를 지상으로 이전 설치해달라"고 건의했다.

이 구청장은 "주차장 일정 면적마다 충전소를 의무적으로 만들어야 해 쉽지 않은 문제"라면서도 담당 국장에게 해법을 물었다.

안전생활국장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결정을 해서 공모 사업을 신청하면 이전 비용의 절반을 지원하기로 했다"며 "내년에 서울시에 스프링클러 헤드, 화재 감시 CCTV 교체를 위한 예산도 요구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이 구민이 충전소 이전 비용을 정부와 서울시에서 받아야 한다고 제안하자 이 구청장은 "국가 사무라 어렵지만 문의는 해보겠다"고 답했다.

석관초등학교 앞 감나무 수종 교체 문제를 두고는 갑론을박이 오갔다. 한 구민은 감나무 수종이 오래 되다보니 병충해가 껴 감도 열리지 않고 바닥에 감만 떨어져 미관을 해친다고 지적했다.

이를 들은 구민 A 씨는 "다른 거 심을 바에 감나무가 낫다"며 "수종을 교체할 것이 아니라 거름도 좀 하고 구에서 관리를 좀 하라"고 일침을 놓았다.

구민 A 씨의 발언에 주민들 사이에서 웃음과 박수가 터지는 등 이날 행사는 시종 밝은 분위기로 진행됐다. 이 구청장도 A 씨 발언에 담당 과장을 호명하며 "관리를 잘 못한다고 뭐라 하시잖아요"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여러 의견이 오간 끝에 감나무 수종 교체는 주민회장이 주민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는 것으로 합의됐다.

이 구청장은 "초등학교 앞이라 아이들 정서에 좋다는 의견과 병해충이 많고 감이 바닥에 떨어지면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의견 등 다양한 의견이 있다"며 "구에서 나무를 없애겠다 유지하겠다 말을 하기보다는 주민 의견을 따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로 구청장이 28일 서울 성북구 석관동 현장구청장실 행사에서 주민의 영상 제안에 웃음짓는 모습. (성북구 제공)ⓒ 뉴스1

이 밖에 차고지 이전, 불법건축물 과태료, 한국예술종합학교 이전 등 다양한 질의와 제안이 쏟아져나왔다.

구정 관할 밖인 사업에 대한 요청이 많았으나 이 구청장은 말을 끊지 않고 구민 의견을 모두 끝까지 들었다. 가능한 경우에는 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지원을 안내했다.

한 구민이 임플란트를 무료로 해달라고 하자 "정부에서 그런 정책을 내놓으면 저부터 받겠다"고 말하는 등 이 구청장은 때로 정부 정책 관련 문의에 적절한 농담으로 밝은 분위기를 유지했다.

현장 제안으로 조만간 실질적인 조치가 취해질 사안도 있다. 석관초등학교 인근 사유지가 관리 부실로 쓰레기장으로 변해간다는 지적에 이 구청장은 담당 국장에게 구가 부지를 매입해 봉사단체 창고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지시했다. 담당 국장은 "매입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안 되더라도 울타리 정도는 설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구는 현장구청장실에서 제기된 주요 사안을 구체화해 내년도 정책과 예산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이 구청장은 "(구정 관련이든 아니든) 주민의 궁금증을 즉석에서 해결하고 함께 답을 찾아나간 데 의미가 있다"며 "'현장에 답이 있다'는 평소 신념에 따라 주민들의 생생한 의견을 듣고 보니 그렇게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미처 답을 하지 못한 것들도 숙의를 거쳐 최대한 주민 목소리가 구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alicemunr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