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사법부 예산 독립 필요…"재판지연 해소 위해 개헌 등 추진해야"

한국행정학회 "예산 독립성 없어 '사법 비효율=재판 지연' 발생"
법원행정처 "기초연구 수준, 실제 정책추진 등 논의 확장 아냐"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법원행정처가 재판 지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개헌 또는 법률 개정으로 사법부의 예산편성 독립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예산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아 법관 증원 등 인력 충원이 미뤄졌고 재판 지연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최근 한국행정학회(연구책임자 오영민 동국대 교수)가 만든 '사법부의 독립성·자율성 보장을 위한 예산안 편성절차 개선방안 연구' 정책 용역 보고서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현재 효과적인 사법 처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만 재판 처리 일수와 미제건수 증가 등 비효율성이 존재한다"며 "사법부의 예산 독립성이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서 예산 확보가 필요한 법관 증원 등 인력 충원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점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소폭 증액 속 법관 업무 부담 증가…관련 예산 깎이기도

지난 10년간 사법부 예산은 소폭 늘었지만 국가 예산 비중은 계속 줄어들었다. 국회 확정 대법원 예산은 지난해 1조 4802억 원에서 2014년 2조 887억 원으로 약 70% 늘었다. 같은 기간 사법부 국가 예산 비중은 0.42%에서 지난해 0.33%로 줄었다.

사법부 예산이 소폭 증가하는 동안 상대적으로 인건비 부담은 커져 예산 대비 인건비 비중은 2018년 67%에서 2022년 70.6%로 늘었다.

예산의 소폭 증액, 변화 없는 법관 수로 법원의 업무 부담은 증가추세다. 민사재판 1심 평균 처리 기간은 2014년 4.3개월에서 지난해 5.8개월로, 항소심은 7.9개월에서 10.9개월로 늘었다. 1년을 넘긴 미제 1심 재판은 2014년 2만 1651건에서 2022년 5만 3000여 건으로, 항소심은 같은 기간 3588건에서 9225건으로 각각 2배 넘게 증가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10년간 사법부가 작성한 예산안에서 평균 7.4%를 삭감해 국회에 제출했고, 국회는 특별한 변화 없이 최종 예산을 확정했다.

연구팀은 "현행 헌법상 예산 편성권은 행정부에 있어 사법행정에 필요한 예산편성의 독립성이 기획재정부 결정에 의해 사실상 제한되고 있다"며 "사법부의 운영과 원활한 신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기재부에 의해 삭감된 예산은 △사법서비스 인력 보완 △사법행정서비스(사건기록 전산화 등) 개선 △사회적 약자 배려 및 국민 권익향상 예산으로 나뉜다. 대부분 법원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대국민 사법 서비스 확대를 담은 사업들이다.

헌법 개정…행정부 예산 개입하지 않도록 명문화

연구팀은 사법부 예산 편성의 독립성 확보 방안으로 헌법 개정 또는 법률 개정을 제시했다.

개헌 내용으로는 헌법 제54조에 정부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법원과 같은 독립기관이 편성한 예산요구안을 해당 기관장 동의 없이 삭감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 삽입 방안을 제안했다.

법률안 개정 방안은 미국과 유사하게 사법부가 제출한 예산요구서를 정부 예산안에 그대로 반영해 국회에 제출하도록 국가재정법 제40조를 바꾸는 내용이다. 행정부가 독립기관 예산요구안에 개입하지 않고 국회에서 예산 심의 확정시 정부가 별도로 제출한 의견을 함께 고려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다만 개헌 절차가 복잡한 현실을 감안했을 때 국가재정법 개정이 현행 헌법에서 실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이번 보고서를 두고 "현 단계에서 해외 사례와 함께 기본적인 상황 파악을 위한 기초연구"라며 "실제 정책 추진이나 법 개정 등 논의를 확장하기보다 현 상황을 점검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goldenseagul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