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매장이 도둑 키워"…'초등생 상습 절도' 신고에 경찰 발언 논란

업주 "도덕·양심 문제, 환경 탓 아냐…아이 기질 나쁜 것"
누리꾼들 "주인 있어도 도둑질" vs "경찰이 보안직원인가"

서울 도봉구의 한 무인점포.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무인 매장들이 도둑을 키우고 있다."

무인 매장에서 절도한 초등학생을 신고한 업주가 경찰로부터 이 같은 말을 들었다며 분노했다.

무인 매장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 20일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초등학생이 아침마다 매장 와서 비싼 거로만 죄다 훔쳐 갔다. 너무 괘씸해서 신고했다"고 적었다.

A씨는 "아이가 아주 교묘히 그리고 당당하게 포켓몬 카드 박스 구석으로 들고 가서 한 웅큼, 어느 날은 주물럭 완구, 또 어느 날은 당근 칼을 비싼 거로 (훔쳐 갔다)"고 설명했다.

그가 참다못해 경찰에 신고하자, 경찰로부터 "사실상 이 무인 매장들이 도둑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환경이 아이들을 도둑으로 몰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잘못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들었다.

A씨는 "다들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저 그럼 가게 접어야겠다"며 "경찰에게 한마디 하고 싶었는데 옆에 손님이 쳐다보고 계셔서 못 했다. 어이가 없었지만 서류 작성하고 경찰을 보냈다"고 전했다.

서울 도봉구의 한 무인점포.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News1ⓒ 뉴스1

이후 경찰에게 전화를 받은 A씨는 해당 번호로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여러모로 고생하시는 거 잘 알고 있다. 아까는 손님이 계셔서 말을 못 했는데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냐"고 따졌다.

이어 "아이들이 그런 환경에 놓여 있어서 그렇게 행동한다고요? 그런 환경에 놔둬도 안 훔치는 애들은 절대 안 훔친다"며 "도덕과 양심의 문제지, 환경의 문제라뇨. 훔칠 아이들은 주인이 옆에 있어도 훔친다. 그 아이 기질이 나쁜 거지, 무인 매장이 문제냐?"고 반박했다.

A씨는 "제 생각이 틀렸냐? 정말 무인 매장들이 문제냐? 우리나라 무인 매장 싹 없애서 모두가 불편함을 한 번 겪어보게 하고 싶다"며 "CCTV 보고 있으면 뭐 하냐. 이미 털고 간 뒤인데 내가 순간 이동해서 잡아야 하냐"고 호소했다.

이 글을 본 자영업자들은 갑론을박을 펼쳤다. A씨에 공감하는 이들은 "그렇게 따지면 세상 모든 범죄자도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참 경솔하다. 그런 말은 자기들끼리나 하지. 피해 본 업주 앞에서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무인이라고 물건 훔쳐도 되는 거냐", "부족한 가정교육 또는 잘못된 가정교육이 아이들을 도둑으로 양성하는 거 아니냐", "도둑들은 자물쇠 꽁꽁 잠가놔도 도둑질하는데 왜 정당화하냐" 등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각에서는 "무인샵 우후죽순 생기면서 도난 사건 폭주해서 경찰을 보안 직원처럼 호출, 신고하는 상황이 많아져 정작 위험한 상황에 출동해야 할 인력이 좀도둑 잡는 곳에 쓰이는 판", "매장에 상주하는 인력의 인건비는 나가지 않고 물건을 훔치지 않는 의지는 개인의 도덕성, 자율성에 맡기고 훔친 것에 대한 수사 인력은 경찰에 맡기는 것에 대해 무인 매장이 경찰 인력을 너무 쉽고 아깝게 쓴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자아가 완성되지 않은 아이들로 하여금 그런 마음 부추기는 것도 맞다고 생각한다" 등 경찰 주장을 옹호했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