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영철 "빈대는 평등하고 염치없는 놈…빈부 안 가리고 피만보면 떼로 덤벼"
사람이 깊은 잠에 빠진 새벽 3시쯤 12분 가까이 흡혈
- 박태훈 선임기자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최근 관심단어로 등장한 빈대(Bedbug)는 알고보면 빈부차이를 가리지 않는 평등을 추구하는 곤충이다.
또 흡혈상대가 나타나면 숙주가 죽어가든 말든 떼로 덤벼든다. 이처럼 '염치 없는 짓'을 하기에 '빈대도 염치가 있다'는 말이 등장했다.
이는 "빈대로 인해 생각지도 못하게 유명하게 됐다"는 해충전문가 양영철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가 오랫동안 연구 관찰한 빈대에 대해 한 말이다.
양 교수는 10일 밤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빈대가 지저분한 환경, 위생상태가 나쁜 곳에서 살 것이라는 일반의 생각과 달리 "빈대는 위생하고는 상관없다. 못살고 아주 지저분하다 해서 많거나, 깨끗하다고 해서 없는 게 아니다"라며 "부잣집에도 살 수 있고 가난한 집에 없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런 탓에 "우리가 '빈대 붙다'라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빈대 등을 연구하는 까닭에 실험실에서 "빈대에게 쥐를 가져다 넣어주면 털이 없는 쥐꼬리에 집중적으로 붙어서 흡혈을 한다"며 "실험실 쥐가 죽을 때도 빈대들은 그냥 떼로 달려 든다. 그렇게 빈대는 염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빈대가 염치가 없는 건 떼로 달려들기 때문이다"며 "만약 (침대 부근에) 50마리가 있다면 50마리가 한 번에 다 와서 흡혈, 사람 몸에 50군데 물린 자국이 생긴다"라며 빈대는 피만 보면, 물었다 하면 상대가 괴롭든 말든 염치없이 떼로 덤빈다고 했다.
양 교수는 빈대의 또다른 특성으로 엄청난 생존력을 들었다.
우선 빈대는 흡혈량이 엄청나다.
양 교수는 "모기는 2.5마이크로리터 정도, 피 한방울 똑 떨어지는 정도 흡혈하지만 빈대는 12분까지 흡혈한다"며 "모기보다도 5배에서 7배 정도 흡혈을 많이 하기에 물린 부위가 굉장히 붓고 많이 도드라진다"고 했다.
통상 "한 번 흡혈하면 일주일 동안은 흡혈 안 한다"고 빈대의 특성을 설명한 양 교수는 "(사는 곳) 온도가 15도, 18도면 안먹고도 거의 300일 가까이 산다"며 그만큼 생존력이 강하고 독한 존재라고 했다.
따라서 빈대를 굶겨 죽이려고 사람이 집을 당분간 떠나도 소용이 없고, 빈대를 아사시키려면 아예 집을 나가야 한다고 우스갯소리까지 했다.
빈대 활동 시간과 관련해선 "빈대는 특이한 게 밤보다는 이른 새벽에 흡혈하는 걸 좋아한다"며 "(숙주인) 사람이 아주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새벽 2시 반, 3시 정도를 좋아한다"고 했다.
이는 "10분간 흡혈을 해야 되니까 숙주가 알아차리면 안 되기 때문이다"고 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살충제로 빈대를 퇴치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양 교수는 "살충제 내성이 아닌 저항성 때문이다"며 "내성은 해충 체력이 튼튼해져서 살충제에 잘 안 죽는 걸 말하고 저항성은 살충제에 약한 놈들은 다 죽지만 강한 놈은 유전자가 변형 돼 살충제에 살아남는 애가 자손을 번식한 것을 뜻한다"고 했다.
지금 우리나라에 들어온 빈대도 "(일반 살충제의 주성분인) 피레스로이드 계통 살충제에 저항성을 지닌, 해외에서 이미 살충제에 노출된 경험을 갖고 있는 애들이다"라며 "저항성이 발달된 빈대가 우리나라에 들어왔기 때문에 빈대 잡으려고 피레스로이드 살충제를 써봤자 살아남는다"고 했다.
그래도 잡을 방법이 있다는 양 교수는 "일단 침대를 벽에서 떼어 내 방 가운데로 놓고 침대커버나 매트리스 이런 걸 천천히 뒤지면서 찾을 것"을 추천했다.
그렇게 찾다보면 "빈대가 흡혈을 해 소화하면서 검은색의 액체성 물질을 배설하는데 그게 천에 닿으면 곰팡이가 슨 것처럼 그런 흔적이 있다"면서 "천천히 뒤지면서 확인이 되면 진공청소기로 바로 빨아들이면 된다"고 했다.
이어 "청소기 필터를 꺼내서 그 안에다가 가정용 살충제를 쫙 분사를 한 다음에 비닐봉지에다 딱 넣어서 밀봉해서 폐기하면 된다"고 했다.
그 보다 더 확실한 방법은 "90도, 70도씨의 스팀다리미로 한 3~5초만 지져도 금방 죽기에 10㎝ 떨어지는 곳에서 스팀을 빈대가 출현했던 지점 또 서식했던 흔적이 있는 곳을 위주로 해서 열처리를 하면 다 죽일 수 있다"고 고온처리가 최선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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