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 증기에 약제까지 '칙칙'…"서울 지하철 빈대 걱정 뚝"

9호선, 열차 스팀 청소 횟수 월 1회→2회로 늘려
서울교통공사, 플라스틱 의자로 단계적 교체 예정

전국에서 빈대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9일 오후 서울 강서구 개화동로 지하철 9호선 김포한강차량기지에서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고열 스팀과 진공 청소기, 약품 등을 사용해 살균과 살충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3.11.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조끼와 방역복 차림의 작업자들이 뾰족한 진공 청소기의 노즐로 지하철 객실 시트 가장자리와 사이사이를 꼼꼼히 빨아들였다. '빈대 제로 서울특별시'라는 글자가 조끼의 등판과 가슴팍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가운데 고출력 진공 청소기가 모터에서 요란한 소리를 연신 뱉어냈다.

9일 오후 서울 강서구 개화동로 지하철 9호선 김포한강차량기지에서는 '빈대 박멸'을 위한 방역 작업이 한창이었다. 6량으로 구성된 열차 1대를 진공 청소기와 스팀 청소기, 약제로 방역하는 데는 보통 1시간가량 소요된다.

작업자들은 빈대가 은신할지도 모르는 객실과 시트 사이, 시트와 시트 사이의 좁은 틈새를 주로 겨냥해 진공 청소와 스팀·약제 분사 작업을 이어 나갔다.

특히 스팀 청소기가 내뿜는 뜨거운 증기의 온도는 약 180도에 이르러 50도 이상 고온에 약한 빈대를 효과적으로 박멸할 수 있다.

서울 지하철 9호선을 운영하는 서울시메트로9호선은 지난해 말까지 전체 열차의 직물 시트를 새것으로 교환해 깨끗한 상태로 유지 중이다. 이에 더해 최근 빈대 발생에 대한 시민 불안이 커지면서 빈대 방역에 힘을 쏟고 있다.

스팀 청소 횟수는 월 1회에서 2회로 늘렸고, 필요 시 현미경을 동원해 빈대 출몰 여부를 확인하고 키트로 체크하기도 한다. 현재까지 9호선 열차에서 발견된 빈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에서 빈대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9일 오후 서울 강서구 개화동로 지하철 9호선 김포한강차량기지에서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고열 스팀과 진공 청소기, 약품 등을 사용해 살균과 살충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3.11.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시는 해외에 빈대가 확산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시점부터 지하철 빈대 방제를 실시해 왔다. 특히 좌석의 직물 소재 등에서 빈대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만큼 서울시와 철도운영기관이 함께 열차와 역사 관리를 하고 있다.

시는 지난달 각 도시철도 운영기관에 전문 방역업체 검역 의뢰와 방역체계 정비, 방역 철저, 식약처 인증 제품 사용 등을 주문했다. 이에 서울 운영 지하철 전 노선 모두 기지 입고 및 출고 시 의자 상태를 수시로 점검하는 중 대응 중이다.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감염병 예방을 위한 기준 방역 기준인 연 9회보다 횟수를 한층 강화한 연 30회의 방역을 시행해 열차를 관리하고 있으며, 직물 의자의 경우 고온 스팀 청소기로 스팀살균, 살충을 시행 중이다.

또한 전문 방역 업체를 통해 빈대 서식 유무를 진단하고 있으며, 직물 의자를 단계적으로 빈대가 서식할 수 없는 플라스틱 재질 등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9호선과 경전철인 우이신설선, 신림선은 열차 일일점검을 통해 빈대 발생 징후 시 보건소 및 시 관련부서와 공동 확인하고 빈대가 발생한 경우에는 해당 차량에 대해 집중 방역하도록 했다.

9호선, 우이신설선, 신림선 모두 방역 강화를 위해 객실 의자 고온스팀 세척을 추가 시행하고 승객 이동이 이뤄지는 승강장, 대합실, 화장실 등 역사에도 빈대 퇴치에 유효한 방역 약제를 분사해 관리하고 있다.

김의승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이날 방제 현장을 돌아본 뒤 "지하철의 경우 아직 실제 빈대 출몰 사례는 없으나 시민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만큼 고압스팀 청소 및 소독 실시 횟수를 늘리는 등 총력 대응해 시민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