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쓰면 F" vs "출처 표기하면 가능"…혼란스러운 대학들

일부 대학, 가이드라인 만들어 생성형AI 활용 장려
"올바른 사용법 알려주는 게 시대에 맞는 대학교육"

경기 수원시 장안구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캠퍼스 삼성학술정보관 앞 잔디밭에서 지난 4월27일 열린 북 피크닉 행사에서 학생들이 독서를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 "교수가 첫 수업부터 생성형 AI를 활용해 과제를 하면 '표절'이라고 으름장을 놨어요. 생성형 AI를 활용해 일도 하는 세상인데 아쉽네요."

서울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이모씨(27)는 "학교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어떤 게 옳은 사용법인지 고민하는 계기가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생성형 AI(인공지능) 활용을 두고 대학가에선 혼란이 여전하다. 대다수 학교는 '절대 금지'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거부할 수 없는 흐름으로 인정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든 대학들도 있다.

2일 교육계에 따르면 생성형 AI 중 하나인 '챗GPT' 붐이 일고 한 학기가 넘은 현재 일부 대학들은 '생성형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수업 운영에 참고하도록 정하고 있다.

고려대는 지난 3월16일 국내 대학 최초로 생성형 AI를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돼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시대 흐름에 맞춰 생성형 AI를 적극 활용할 것을 권고하나, 수업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학습 목표에 따라 개별 수업 교수자가 허용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며 '강의계획서에 생성형 AI 활용 원칙을 명시하고 학생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수업 초반에 학문적 진실성 위반 행위 방지 교육을 할 것 △생성형 AI도 잘못된 답변을 할 수 있으니 원천 정보를 비교할 것 △인터뷰, 설문조사 등 경험적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이 필요한 과제를 제시할 것 등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함께 명시했다.

중앙대는 가이드라인에서 총 3가지 선택지를 제공하고 수업 담당 교수가 그중 하나를 선택해 강의계획서에 명시할 수 있도록 했다.

중앙대의 3가지 '생성형 AI 활용 옵션'에는 △수업 활동, 과제 및 시험 등 학습 전 과정에서 생성형 AI 사용을 금지하는 1안 △교수자의 사전 승인 또는 프롬프트 실행 날짜·내용·출처 표기 후 생성형 AI를 사용하게 하는 2안 △자유롭게 생성형 AI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3안 등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가이드라인 제작을 담당한 박원석 중앙대 학술정보원 팀장은 "생성형 AI 붐이 처음 일어날 당시 해외에선 생성형 AI를 활용한 창작물에 대한 표절 시비가 생겨서, 학생들로부터 사용해도 되는지 문의가 많이 와 만들게 됐다"며 "교내 AI학과 교수를 초빙해 특강을 열기도 하고 생성형AI 사용법 강좌를 정기 개설해서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챗GPT 등 생성형 AI가 컴퓨터 프로그래밍뿐만 아니라 일반 사무, 창작 활동 등 공학 외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활용되면서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성균관대가 지난 6월 재학생 2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30%가 '글 작성에 활용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컴퓨터 코드작성 및 프로그래밍'에 챗GPT를 활용한다고 답한 비율은 33.3%로 가장 높았다.

창작 분야인 '에세이 등 글 작성과 요약'에 활용한 비율이 30.5%, '브레인스토밍 및 아이디어 생성'에 활용한 비율은 18.3%에 달했다.

또 응답자 76.3%는 '생성형 AI 활용에 대한 학습윤리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교수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에 이상은 성균관대 교육개발센터 부센터장은 "교수나 학교가 올바른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알려주기를 기대한다는 점이 생성형 AI 시대 주목해야 할 대학교육 역할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해외 교육 과정도 생성형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모습이다. 토론형·프로젝트 수업과 논·서술형 절대평가를 특징으로 하는 국제인증 교육 프로그램인 '국제 바칼로레아'(IB)는 학생들이 과제글을 작성할 때 챗GPT를 활용할 수 있게 했다.

IB측은 "챗GPT를 전면 금지하는 것이 아닌, 개별 학교들과 협력해 학생들이 AI를 윤리적으로 활용하도록 도울 것"이라며 "학생들은 챗GPT를 활용할 시 인용 표시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흐름에도 아직까지 국내 다수 대학들은 별다른 대책 없이 교수 재량으로 수업을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생성형 AI를 무조건 제재하기 보단 학계가 바람직한 활용법을 연구하고 이를 학생들에게 교육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원석 중앙대 학술정보원 팀장은 "생성형 AI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학생들이 정확하게 출처를 표시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학교가 올바른 길을 안내하고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hi_na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