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폭스, 성병처럼 국내에도 토착화?…완전종식은 어려울 듯

익명 감염원과 성 접촉 사례 많아…성기 등에 수포성 발진
의심증상 나타나면 즉시 검사 필요…백신 5000명분 도입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 전광판에 엠폭스(원숭이두창) 감염에 대한 안내가 나오고 있다./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음상준 보건의료전문기자 = 엠폭스(MPOX·구 원숭이두창)가 성병처럼 사람 간 전파에 의해 국내에서 토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코로나19처럼 큰 유행보다는 산발적인 지역감염 사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엠폭스는 최근 6번째부터 8번째 확진까지 3명 연달아 국내발생 감염 사례로 추정되고 있다. 5번째 확진자까지는 해외 또는 의료기관 내 감염이었으나, 6번째 확진자부터는 확실한 감염원이 규명되지 않은 국내발생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당국은 6번째 확진자가 감염원 신상을 알지 못함에 따라 인터넷 ID 등을 통해 감염원을 추적 중이다. 향후 방역당국과 지방자치단체 역학조사 과정에서 새로운 감염원과 추가 감염자, 접촉자 등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 수석상임연구위원(감염내과 전문의)은 "사회적 낙인을 우려해 진단검사를 회피하는 감염자가 지역사회가 있을 것"이라며 "유행이 심하지 않았던 아시아에서도 일반적인 성병처럼 토착화해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엠폭스는 3주일 이내 성 접촉이 있으면서 서혜부(사타구니) 림프절이 커지고, 성기 및 항문 부위에 수포성 발진이 발생한 경우 반드시 의심증상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 연구위원은 "엠폭스는 대부분 입원치료가 필요하며, 가족과 의료진도 감염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구강에 물집이 잡힌 확진자가 기침하면, 다른 사람에게 호흡기 전파도 이뤄진다. 조기에 진단받고 치료받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외국은 모르는 사람과의 성 접촉을 통한 전파가 가장 많이 보고되고 있다"며 "원인을 모르는 발열과 발진 증상 등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해 아시아 국가에서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확진자 모니터링을 통해 국내에 토착화되지 않도록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엠폭스는 전 세계적으로 감염자가 줄어들고 있으나, 올해는 일본과 대만을 포함한 서태평양 지역에서 확진자 발생이 늘고 있다.아시아 지역은 7개 국가에서 130여명이 엠폭스에 걸렸다.

해외 사례도 심상치 않다. 일본은 지난해 8명의 확진자가 보고됐으나, 올해는 98명(4월 11일 기준)으로 급증했다. 그중 97명은 최근 3개월 내 해외를 방문하지 않아 국내발생 추정 사례다.

일본 내 엠폭스 감염자는 2월 중순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3월부터는 매주 10명 이상 발생 중이다. 대만은 지난해 4명에서 올해 21명(4월 11일 기준)으로 늘었다. 대만 역시 2월 중순 이후부터 확진자 발생이 증가하는 추세다.

일본과 가장 가까운 우리나라도 엠폭스 안전지대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누적 감염자가 6명으로 적은 편이지만, 4월 초부터 발생 속도가 빨라졌다. 지금 같은 속도라면 조만간 두 자릿수에 진입할 전망이다.

엠폭스에 걸리면 발열과 두통, 오한, 몸 또는 손에 수두와 유사한 수포성 발진이 생긴다. 증상은 2∼4주일 동안 지속되며, 대부분 자연 회복한다. 코로나19와 달리 밀접한 신체 접촉으로 감염이 일어나고 있다.

국내에는 엠폭스 대응을 위한 백신(JYNNEOSTM) 5000명분을 도입해 의료진은 사전접종을 끝냈다. 고위험 접촉자는 노출 후 14일 이내, 중위험 접촉자는 노출 후 4일 이내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

방역당국은 지난해 7월 8일 엠폭스를 치료하는 항바이러스제(테코비리마트) 504명분, 1008병을 도입해 국립중앙의료원과 17개 시도에 공급했다.

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