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국내서 대량생산, 백신 해결사 되나?…11월 집단면역 '열쇠'

국내 제약사서 해외 백신을 생산하는 구체적 계약 진행 중
얀센·AZ 등 백신 안전성 논란 속 공급에 숨통 트일지 주목

75세 이상 어르신들에 대한 코로나19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된 15일 오전 서울의 한 예방접종센터에서 백신을 접종 받은 어르신들이 이상반응 30분 모니터링 구역에서 대기하고 있다. 2021.4.15/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 국내 제약사 한곳이 오는 8월부터 글로벌 제약사가 만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대량으로 위탁생산하게 돼 '11월 집단면역' 계획에 숨통이 트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국내 백신 공급은 여러 가지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국내에 1000만명분이 들어오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은 혈전(피떡) 논란 끝에 30세 미만을 접종 대상에서 제외했다. 얀센이 만든 코로나19 백신 역시 혈전 논란으로 국내 도입에 먹구름이 끼었다.

◇중수본 "국내 제약사 백신 대량 위탁생산"…모더나·화이자 등 해외생산 가능

올해 국내로 들여오는 백신은 화이자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AZ) 노바백스, 얀센 등 5개 제조사, 7900만명분이다. 국내에 공급을 확정한 백신 물량은 올해 상반기 1808.8만 회분이다. 올해 상반기에 계획한 1200만명의 1차 접종과 2차 접종 시기가 도래하는 인원에 대한 2차 접종이 가능한 물량이다.

방역당국은 접종 연령 확대 및 항체 유지 기간, 변이 바이러스 위험도 등을 고려해 백신 추가구매 가능성을 열어두고 백신 제조사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11월까지 국내에서 코로나19 집단면역을 형성하려면 전체 인구 5182만5932명(통계청 2021년 1월 말) 중 70%가량이 예방접종을 마쳐야 한다. 올해 3분기까지 최소 5447만2000회분의 백신이 국내로 들어와야 집단면역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상황은 복잡하기만 하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혈전 논란이 계속돼 급기야 30세 미만은 국내에서 투약할 수 없게 됐다. 유럽에서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희귀 혈전증 논란이 일자 국내 방역당국이 접종 제한을 결정한 것이다.

국내 공급을 앞둔 얀센 코로나19 백신도 미국에서 혈전 관련 이상반응이 나타나 접종을 잠정 중단했다. 이는 국내 공급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당국은 당초 계약대로 얀센 백신을 도입할 예정이지만, 온전히 예방접종에 쓰일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8월 해외 제약사의 코로나19 백신을 국내 제약사가 대량으로 위탁생산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기대감이 커졌다. 급기야 위탁생산이 가능한 업체로 지목된 일부 제약사는 전날 주가가 치솟는 현상이 벌어졌다. 국내 위탁생산 업체로 지목되고 있는 곳은 GC녹십자 및 SK바이오사이언스, 에스티팜 등이다.

백영하 중앙사고수습본부 백신도입총괄팀장은 15일 브리핑에서 "국내 제약사 중 한곳에서 해외 승인된 백신을 생산하는 구체적 계약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 세계 국가가 백신 수급에 대한 불확실성에 직면했지만, 우리나라는 생산 시설이 있어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이 적다"며 "8월부터는 (코로나19) 백신이 국내에서 대량 생산될 예정으로 자세한 내용은 계약사항이라 밝힐 수 없다. 곧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개발한 스푸트니크 V 코로나19 백신. ⓒ 로이터=뉴스1

◇러시아 백신 국내 도입 앞당겨지나…모든 가능성 열어둔 방역당국

국내에 도입하는 얀센 백신은 600만명분이다. 여기에 아스트라제네카의 연령 제한 조치까지 고려해도 전 국민이 투약할 백신을 확보하는 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진짜 문제는 백신 도입 속도다. 글로벌 제약사와 백신 계약을 맺었어도 실제 도입이 이뤄지기까지 난관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의 국내 도입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8월에 대량으로 위탁생산하는 백신이 러시아산 아니냐는 전망까지 흘러나오는 분위기다. 러시아산 백신까지 도입할 경우 국내 백신 수급에 숨통이 트일 수 있어서다.

과거 방역당국은 러시아 백신 도입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점차 입장이 바뀌고 있다.

방대본은 지난 15일 브리핑에서 러시아 백신 추가 도입에 대해 "추가 계약 대상은 특정 백신에 국한돼 있다기보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토 중"이라며 "신규로 백신을 도입할 때 안전성 관련 해외 동향을 모니터링하면서 검토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애초에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과거 입장과 분위기가 사뭇 바뀌었다.

국내에서도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러시아 백신 생산에 대한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지난 2월에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8곳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스푸트니크V' 국내 위탁생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한국코러스는 국내 7개 기관·회사와 함께 5억회분 이상의 '스푸트니크V' 위탁생산 공급체계 구축을 위한 컨소시엄 구성한다고 지난 2월 23일 밝혔다. 컨소시엄 참가 기관 및 업체는 △안동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 △바이넥스 △보령바이오파마 △이수앱지스 △종근당바이오 △큐라티스 △휴메딕스이다.

앞서 스푸트니크V 개발에 참여한 러시아 국부펀드(RDIF)는 한국코러스 모기업인 지엘라파와 1억5000만도즈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5억회분 이상 추가 물량 대응을 요구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스푸트니크V 백신은 해외 유수한 저널에 임상3상 결과가 실려서 믿을 만한 과학적 근거가 생겼다"며 "플랜 C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