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지나면 점점 겨울로…최악의 미세먼지는 '생존 싸움' [황덕현의 기후 한 편]

영화 '인 더 더스트'…온실가스·안개 섞였던 '런던 스모그' 상기
기후변화 연관…동계 화석연료 증가·마른 사막에 미세먼지 증가

영화 '인 더 더스트'(In the dust) 중 한 장면 ⓒ 뉴스1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한가위 보름달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꼭 귀성길에 끝없이 본 신호등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녹색등과 적색등은 어디에 가고 황색등만 들어와 있는 느낌은, 지금 기후변화와 관련한 상황과 비슷하다. '딜레마 존'(Dilemma Zone)이라는 별칭처럼 '더 빠르게 대응해야 할까' 아니면 '이미 늦었을까' 사이의 느낌이라고 할까. 아침이 돼 황색등(보름달)이 지면 그다음에 들어올 불이 녹색등이면 좋겠다고 소원을 빌었다.

추석이 지나고 나면 10월 초부터는 본격적으로 날씨가 쌀쌀해진다고 한다. 여름철엔 전기 사용량이 걱정이었다면, 겨울철에는 화력발전소나 공사장 등 국내 발생 미세먼지와 중국 등 국외에서 유입될 고농도 미세먼지가 우려된다. 프랑스 영화 '인 더 더스트'가 떠올랐다.

다니엘 로비 감독의 출세작인 '인 더 더스트'는 리히터 규모 6.7의 대지진이 유럽을 강타한 것을 가정한 SF·가족 영화다. 갑작스러운 지진은 지표면 전체를 덮는 미세먼지를 발생시켰고, 파리 인구의 60%가 대응도 못한 채 그야말로 '선 채로' 사망했다.

주인공 부부는 호흡기 질환으로 캡슐 안에 갇혀서 대피하지 못하고 있는 딸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과정에서 먼지가 다량 섞인 공기 속에서 몇십 초 만에 사망하는 모습이 여과 없이 나오는데, 유럽 관객들은 여기서 1952년 '런던 스모그'를 떠올렸다고 한다.

산업혁명 시기 제한 없는 석탄 연료 사용으로 배출된 아황산가스가 안개와 결합하면서 공식적으로 약 4000명, 비공식적으로 1만2000명 넘는 시민들이 사망한 참사 말이다.

런던 스모그는 아이러니하게 세계 여러 나라에 대기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현재의 대기오염 물질, 특히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은 기후변화 대응과 결합했다.

공통 분모에 '화석연료'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박기홍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구환경공학부 교수가 "화석 에너지를 줄이면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동시 감축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한 이유다.

기후변화는 인간이 쓰는 화석연료와 관련한 인위적인 미세먼지 증가와 별개로 자연계의 미세먼지 증가와도 관련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는 변하는 기상 현상이 산불 조건을 증가시키고, 대형 산불을 유발해 더 큰 범위의 대기 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고 봤다.

캐나다 퀘백 인근에서 포착된 산불. 2023.07.12.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호주의 대형 산불과 2020년과 2021년의 캘리포니아 산불, 지난 4월부터 약 5개월 동안 진행 중인 캐나다 산불이 대표적이다.

세계 각국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노력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에 따르면 '런던 스모그'를 겪은 영국은 런던 중심부를 통행할 때 '혼잡 통행료'를 징수하고, '대기질 펀드'로 초등학교에 '식물 벽'을 만드는 등 미세먼지 저감을 추진 중이다.

일본은 2003년부터 차량 연식이 7년 이상인 트럭과 버스 등 디젤 차량이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운행을 중단하도록 했다.

영화의 배경이 된 파리는 대기질이 나쁜 날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시행했다. 또 경유차 차주가 전기차나 자전거를 구입할 경우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영화 '인 더 더스트' 속에서는 주인공의 부인과 딸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남편은 살았지만, 그는 '호흡기 캡슐'에 갇힌 채 살아가야 하는 최후를 맞이했다. 모두에게 불행이다. 미세먼지로 인한 불행이 현실에는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황덕현 사회정책부 기자 2022.2.21/뉴스1 ⓒ News1 황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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