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 민낯 드러낸 검·경·공 수사 경쟁…재판이 더 문제

수사 범위 모호해 혼란…재판서 증거능력 문제 될 수도
공수처 영장으로 경찰이 수사 가능한지도 논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발의일인 12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4번째 대국민 담화를 시청하고 있다. 2024.12.12/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 경쟁을 벌이는 것을 두고 검경 수사권 조정 당시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관들이 경쟁적으로 수사를 진행하면서 향후 재판에서 증거 능력이 문제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비상계엄 수사는 군검찰이 참여하는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와 경찰·공수처·국방부 조사본부의 공조수사본부(공조본) 두 갈래로 나뉜 상태다. 공조본은 이날 오후 첫 실무협의회를 진행한다.

검·경·공 수사 경쟁, 수사권 조정 당시 우려 현실로

검찰은 중복수사 방지를 위해 다른 기관들과 협의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경찰과 공수처가 손을 잡은 만큼 협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법조계는 우려했던 수사권 조정 문제점들이 드디어 터져 나온 것이라고 봤다. 각 기관이 주도권 다툼에 나서면서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문제들이 떠올랐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추진하면서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죄는 부패·경제사건으로 축소됐다. 당시에도 법조계는 수사 범위가 모호해지면 혼란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수사 기관들이 같은 인물을 중복 수사하고 영장을 중복 청구하는 상황을 보면 당시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사 권한을 나눠 기관들이 서로 견제하도록 하려던 취지와도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한 법조인은 "수사권 조정 문제의 결정판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2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관계자들이 드나들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조규홍 복지부 장관을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2024.12.1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공수처 영장으로 경찰이 수사 가능할까

더 큰 문제는 수사 경쟁 과정에서 수집한 증거가 재판에서 증거 능력을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법원도 기관들의 수사 충돌이 공소 제기와 수사 적법성, 증거 능력 등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찰은 공조본을 꾸리면서 공수처의 영장청구권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근거 규정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에 따르면 경찰은 공수처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는 사건에 대해 공수처에 압수수색·통신 영장 등을 신청할 수 있다. 공수처가 기소할 수 있는 사건은 전현직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 공무원 사건뿐이다. 비상계엄 수사 대상 중에는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청장만 해당한다.

공수처가 직접 영장을 청구하고 경찰과 함께 수사하는 형식을 취할 수도 있다. 다만 이 역시도 공수처와 경찰의 수사 지휘 관계가 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

향후 재판에서 변호인 측이 증거 능력을 문제 삼으면 증거를 기반으로 받은 진술까지 무효가 될 수 있다. 경찰 지휘부가 연루된 사건을 경찰이 수사하는 것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한 변호사는 "공수처가 영장을 받아서 경찰과 수사할 수는 없다"며 "만약 그런다면 법정에서 증거 능력을 두고 다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기소 검찰 몫…재판 증거능력 우려

검찰의 내란죄 수사권을 놓고 여전히 해석이 엇갈린다. 검찰은 경찰 공무원 관련 범죄를 수사할 수 있다는 검찰청법을 근거로 조지호 경찰청장을 공범으로 지목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하지만 법원은 직권남용 관련 범죄로 내란죄를 수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았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고 검찰의 내란죄 수사권을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답했다.

경찰과 공수처가 별도로 수사를 한다 해도 결국 기소는 검찰이 한다는 한계도 있다. 일각에선 검찰을 제외하고 공조본을 꾸린 것을 두고 야권이 추진하는 공소청 '예고편'을 보는 것 같다는 해석도 나온다. 야권은 검찰 수사 기능을 없애고 공소 유지만 담당하는 공소청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든 경찰이든 공수처든 서로 자기가 살려고 나서는데 이러면 실수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 수사하는 과정에서 증거 능력을 없애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brigh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