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수사 무마해 줄게" 13억 챙긴 법조 브로커, 징역 3년 확정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백현동 개발 비리' 수사를 무마해 주겠다며 약 13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모 전 KH부동산디벨롭먼트 회장에게 징역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이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하고 13억 3616만 원 추징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이 씨는 백현동 개발 사업으로 수사를 받고 있던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에게서 "검경 수사와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를 막아 주겠다"며 5회에 걸쳐 13억원 3616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이 씨는 정 씨가 수사를 받자 경찰과 검찰, 판사를 두루 안다며 '법조 브로커'를 자처한 것으로 파악됐으나 실제 수사 무마까지 이어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1심은 이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13억 3616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법무부 장관 및 검찰총장, 하물며 영장 심사 담당 판사와 친분이 있는 사람까지 찾아냈다는 명목으로 금전을 받아 가는 법조 브로커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죄질이 불량하고 범죄 정황이 좋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 검찰의 구형량을 넘어서는 징역형을 통한 엄중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2심은 징역 3년을 선고해 1심보다 형량이 줄었다.

2심 재판부는 "정바울이 운영하는 아시아디벨로퍼와 법무법인 사이 체결된 법률 자문 계약은 알선 대가를 위해 형식적으로 체결된 것에 불과하다"며 "법인이 수수한 금액 전체가 알선수재액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또 양형과 관련해서는 "부정한 청탁으로 나아갔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나, 그렇다고 해서 낮춰 보기 어렵다"며 "여러 차례 형사 처벌, 특히 정치인들과 친분 과시하면서 알선 명목으로 금품 수수 등 변호사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동종범죄인 이 사건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잘못한 것을 반성하는 점 △가족과 지인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어 사회적 유대 관계는 분명해 보이는 점 △유사 사건과의 양형 형평성을 고려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maum@news1.kr